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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비디움은 난과식물 중 심비디움 속에 속하는 식물로, 인 도 북부로부터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 남베트남, 중국, 한 국, 일본 등 다양한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Kim et al. 2010). 국내에서는 주로 10월 말부터 4월 초까지 개화하며, 꽃이 화 려하고 개화 기간이 2~3개월로 길어 대표적인 겨울꽃으로 꼽 힌다(Kim et al. 2015). 심비디움 속에는 양란 심비디움과 한 란 등 동양란 심비디움을 포함하여 약 60여 종이 있는데 (Motomura et al. 2008), 양란 심비디움은 동양란 심비디움에 비해 꽃이 화려하고 다양하여 상업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 다. 반면 동양란 심비디움은 향기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꽃과 식물체 크기가 작고, 생장이 느리고 번식률이 낮아 상업화가 낮은 편이다(Kang et al. 2009).
심비디움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20년대로, 그 이후 198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조직배양에 의한 대량생산으로 대중화되면서(Hwang et al. 2015) 생리 생태, 조직배양 등의 연구와 함께 육종 연구도 시작되었다. 난 육종에는 교배육종 이외에도 배수체 육종이나 방사선, 돌연변이 등 다양한 육종 기술을 적용하여 초기에는 연구소와 민간육종가를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나(Kim et al. 2020), 작목 특성상 개화주까지 재배 기간과 육종 연한이 길어 시간적, 경제적으로 많은 투자가 요 구되기 때문에 현재는 민간회사보다는 국가 연구기관인 국립 원예특작과학원에서 수행하고 있다.
국내 심비디움 재배면적과 생산액은 2018년 36.6ha, 75억 원으로 난 전체의 32.3%, 16.3%를 차지하고 있다(MAFRA 2019). 하지만 최근 국제시장 여건 변화로 분화 위주 수출이 크게 감소하였고(An et al. 2016), 국내시장 역시 소비가 급감 한 상태이다. 특히 주로 고급 이미지로 고가의 선물이나 행사 용으로도 많이 이용되었던 대형종들의 소비가 크게 줄어들었 다. 이에 반해 생활원예용, 취미용 중소형종에 대한 요구는 증 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심비디움을 포함한 화훼 여러 작목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Hwang et al. 2014;Kwon et al. 2018). 하지만 심비디움은 기존에 주로 대형종 위주로 많이 개발되어 왔고, 팔레놉시스 등 다른 종류의 난에 비해 식 물체 크기가 큰 종들이 많아 대형종들이 교배에 많이 이용되 어 왔다. 이러한 대형종들은 절화용이나 행사용에는 적합하지 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나, 사무실 등에서 키우기에 공간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좁은 실내에서도 재 배 가능한 중소형종의 품종 개발이 시급하다.
심비디움 품종 개발시 기존에는 중국 수출용, 내수소비용으 로는 주로 붉은 계열과 분홍 계열이 많이 육성되었으나, 중국 수출이 어려워지고 국내 소비 트렌드 변화로 최근에는 적색, 분홍계열보다는 백색계나 은은한 핑크빛을 띠는 화색의 심비 디움이 절화 및 분화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슈퍼스타’, ‘스노우엔젤’ 등 일부 백색계 품종들이 개발되 기 시작하였지만 아직 백색계 품종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앞으로 국내외시장을 대비하여 다양한 특성을 지닌 백색 화색 의 품종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꽃의 주요 특성 중 향기는 중요한 관능특성 중 하나로, 최근 아로마 테라피 등 일상 속에서 쉽게 향을 즐기기 위한 다양한 향기 분야의 산업들이 확대됨에 따라 향기있는 화훼에 대한 요 구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작목에서 향기 품종 개발 연구가 진행 중이며(Been et al. 2019;Kim et al. 2014;Park et al. 2019b), 이와 관련하여 terpenoids류 phenylpropanoids류, benzenoids류 fatty-acids류 등 꽃의 주요 향기 성분에 대한 연구 (Ramya et al. 2020) 등이 보고된 바 있다. 심비디움 중에도 우수 한 향기를 가진 다양한 종들이 있고, 이를 활용한 심비디움의 향기 유전자 생합성 연구(Ramya et al. 2019), 향기 심비디움의 향기 성분분석(Wei et al. 2013) 등 향기 관련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그 중 Cymbidium eburneum은 C. ‘Sundust’와 C. ensifolium 과 함께 향기가 있는 대표적인 심비디움 중 하나로(Kim et al. 2014), 최근 향기 있는 품종 개발을 위한 교배에 많이 활용되고 있고, (Z)-ocimene, 4,8-dimethyl-1,3,7-nonatriene, α-Farnesene, caryophyllene,β-Farnesene 등의 향기 성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 로 알려져 있다(Park et al. 2019a). Caryophyllene은 로즈마리 등과 같은 허브류에서 주로 추출되는 향기성분으로(Ormeno et al. 2008), 카네이션(Lavy et al. 2002), 막실라리아(Kim et al. 2019) 등의 꽃에서도 보고된 바 있는 주요 sesquiterpene류 중 하나이다(Huang et al. 2012). 그 밖에 (Z)-ocimene와 같은 monoterpene류와 4,8-dimethyl-1,3,7-nonatriene등의 aliphatic 류 성분은 심비디움 ‘Sunny Bell’의 꽃잎, 꽃받침, 순판 등 다양한 화기조직에서도 검출된 바 있다(Baek et al. 2019). 앞으로도 향기를 가진 화훼에 대한 요구도는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보이 며, 다양한 심비디움 향기 유전자원을 신품종 육성에 활용하여 확대되는 미래의 향기 산업 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향기가 있는 백색 중형종 심비디움을 육성하여 농가의 수입 종묘 비용을 낮추고, 소비 활성화에 기 여하고자 ‘Aroma Pink’를 개발하였다.
재료 및 방법
품종 육성을 위한 시험재료로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수집 자원 중 백색 중형종인 Cymbidium Lucky Rainbow ‘Lapin Hot’ 을 모본으로, 연분홍색을 띠며 향기가 나는 소형 심비디움 원종 C. eburneum을 부본으로 사용하였다. Lucky Rainbow ‘Lapin Hot’은 생육이 강하고 잎 뒤틀림이 적으며, 백색과 분홍색의 꽃잎,꽃받침에 붉은 순판을 가지고 있고 안아피기 형태의 화 형을 보이는 다화성 중형종이다. 반면 C. eburneum은 심비디 움 주요 원종 중 하나로, 주 원산지는 인도로 백색과 연분홍을 띠고 순판 가운데가 노란색을 띠고 있는 향기가 강한 소형종 이다. 교배는 꽃이 만개한 맑은 날 오전에 C. eburneum의 화 분괴를 핀셋으로 채취하여 모본의 주두 안쪽으로 집어 넣어 진행하고, 교배 후 같은 화경 내 다른 꽃들은 제거하여 모본의 양분이 손실되지 않도록 하였다. 또한 결실에 유리한 환경조 성을 위하여 온실의 온도는 20~25℃로 유지하였다. 이후 결실 된 꼬투리는 채취하여 배지(Hyponex 3g・L-1, peptone 4g・L-1, sucrose 20g・L-1, myo-inositol 0.1g・L-1, agar 7.8g・L-1)에 기내 파종하였고, 잎 길이가 약 13~15cm가 되었을 때 온실로 순화 하였다. 순화묘는 바크를 이용해 포트에 식재하여 국립원예특 작과학원 심비디움 육종온실에서 온도 15~18℃, 광 10,000lux 조건하에서 재배하다가 이후 생육단계에 따라 온도와 광을 조절 하며 일반적인 심비디움 재배방법으로 관리하였다(Sakamoto 1996). 특성 검정은 화색과 화형, 화수 등을 신품종 심사를 위 한 특성조사요령(KSVS 2005)에 따라 ‘Pink Glory’를 대조품종 으로 하여 실시하였고, 화색은 RHS color chart(RHS 2001)를 이용하여 조사하였다.
결과 및 고찰
육성경위
본 연구는 향기가 있는 백색 중형종 심비디움을 육성하기 위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수행하 였다. 육성을 위해 생육이 우수하고 다화성인 백색 중형 유전 자원 Lucky Rainbow ‘Lapin Hot’을 모본으로, 향기가 강하고 소형인 심비디움 주요 원종 Cymbidium eburneum을 부본으로 사용하여 2000년에 인공 교배하였다. 교배 후 기내 파종을 통 해 얻은 120개의 실생 개체를 온실로 순화하여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실생 계통을 양성하면서 개화한 실생묘 중 잎모양, 화색, 화형이 우수하고 생육이 좋은 ‘00-1174-8’, ‘00-1174-25’, ‘00-1174-100’3 계통을 1차 선발하였다. 선발된 계통은 2011년 부터 2016년에 걸쳐 기내조직배양을 통해 대량증식하고 순화, 계통 양성과정을 거쳐 1,2차 특성 검정을 수행하였다. 그 중 개화성이 우수하고 향기가 좋은 개체 ‘00-1174-100’을 최종적 으로 선발하여 균일성, 안정성을 조사하였고, 2016년에 ‘원교 F1-62’로 계통명을 부여하였다. 이후 품종 평가회를 통해 재배자 및 화훼 관련 연구자로부터 높은 기호도를 인정받았고, 2017 년 4월에 농촌진흥청 직무육성 품종 심의회를 거쳐 ‘Aroma Pink’라 명명하였으며(Fig. 1), 2018년 국립종자원의 품종보호 출원 후 재배 심사를 거쳐 2019년에 등록(제 7875호) 되었다.
주요특성
‘Aroma Pink’는 백색 바탕(WNN155D)에 꽃받침 일부가 연한 분홍색(RP65D)이며, 순판에 반점없이 가운데 노란색(Y2B)을 띠고 있어 전체적으로 화사한 느낌을 주는 중형종이다. 반면 대조 품종은 백색 바탕(WN155B)에 꽃받침이 진한 분홍색 (RPN66D)을 띠고 순판에 붉은 반점(RP71A)이 있어 ‘Aroma Pink’와는 유사한 화색이지만 차이가 있다(Table 1). 반면 ‘Aroma Pink’의 화형은 꽃잎과 꽃받침이 안쪽으로 약간 오므라드는 안아 피기 형태로, 대조 품종인 ‘Pink Glory’와 유사하다. ‘Aroma Pink’의 외형적 특성을 모본, 부본과 비교해보면 꽃잎과 순판 등의 전체적인 화색은 모본보다는 부본인 C. eburneum에 가깝 고, 화형은 모본인 C. Lucky Rainbow ‘Lapin Hot’과 유사하다 (Fig. 2). ‘Aroma Pink’의 꽃 크기는 화폭이 6.1cm, 길이가 5.2cm 로 대조품종인 ‘Pink Glory’(화폭 8.6cm, 길이 6.1cm)보다 작았 다(Table 2). 주당 꽃대수는 2.9개로 대조품종 2.3개보다 많았으 나, 꽃대 길이는 평균 60.2cm로 대조 품종 ‘Pink Glory’(66.6cm) 에 비해 다소 작았다. 각 꽃대에 착생한 소화수는 약 6.5개로 적은 편이지만, 은은한 화색과 향기를 가지고 있어 높은 관능적 가치가 있다. ‘Aroma Pink’의 향기는 부본인 C. eburneum과 유사하였다. ‘Aroma Pink’의 개화시기는 고랭지로 이동하지 않 고 보통 재배로 할 경우, 3월부터 개화하는 만생종으로, 대조 품종에 비해 한달 늦게 개화한다. 잎의 형태는 반직립성 엽형 으로 비교적 늘어짐이 적어 재배 관리가 용이하고 꽃대가 직 립하여 안정된 형태를 이룬다(Fig. 3). 엽색은 대조 품종과 유사 한 녹색(G137B)을 띠고 있으며, 엽장은 95.1cm, 엽폭은 2.0cm 로 대조 품종보다 길고 좁은 잎을 가지고 있다(Table 3). 엽수는 9.3개로 대조품종 엽수에 비해 적었다. 종묘 생산을 위한 원괴체 유사체(protocorm like bodies, PLBs) 유도 및 배양묘 생육 속도 가 양호하여 대량생산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었다(데이터 생략).
신품종에 대한 선호도는 2017년 품종평가회에서 각도 농업 기술원, 농가, 종묘업체, 유통업체, 연구자, 소비자 등 200여명 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roma Pink’ 품종이 4.2점으로 대 조품종 ‘Pink Glory’에 비하여 높게 나타났다.
재배상 유의점
‘Aroma Pink’는 개화기에 고온에 의해 화색이 탁해질 수 있 으므로 개화기에 적절한 차광을 통해 온도 관리에 주의해야 하며, 특히 여름철에 30℃ 이상으로 10일 이상 지속되지 않도 록 해야 한다. 또한 전반적으로 재배 관리가 용이한 편이지만, 장마철에는 다습에 의한 병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환기를 통해 습도 관리를 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저광도 생육 시 꽃 대에 비해 잎 길이가 길어질 수 있으므로 생육기에 충분한 광 을 받을 수 있도록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여 밀식재배하지 않 도록 한다.
유용성
‘Aroma Pink’ 품종은 식물신품종보호법에 의거하여 국립종 자원에 2018년 10월 5일에 품종보호출원 (품종보호 출원번호: 출원 2018-504)되었다. 이후 국립종자원 재배 심사를 거쳐 2019년 10월 8일에 품종보호권이 최종 등록(품종보호 등록번 호: 제7875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