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바위솔속 식물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온대지방에서 자생하는 다년생 다육식물로 계절적인 영향을 많이 받으며(Kang et al. 1995;Kim 2015;Shin et al. 1994), 복잡한 생활사(Life cycle)를 가지고 있다. 늦은 가을에 땅에 떨어진 종자는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되면 발아하고 영양생장을 계속하다가, 가을에 온도가 낮아지고 일장이 짧아지면 중앙부 잎들이 가운데로 모이고 생장을 정지하게 되는데 이를 휴면이라고 한다. 겨울동안 휴면중이던 바위솔 식물들은 봄이 되면 휴면에서 깨어나 생장을 개시하고 여름까지 왕성한 영양생장을 하다가, 8월에 일장이 짧아지고 온도가 떨어지면 중앙부에서 화아분화가 이루어지고 추대가 시작된다. 화서는 6~12cm 정도로 신장 되는데, 화서에 붙어 있는 소화들이 개화하고 종자가 생성되면 식물체가 고사되는 생활사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일임성 식물로 분류되고 있다(Jung and Park 2019;Kang 2010;Kim 2015;Kim 2000).
한편 경상국립대학교 연구용 비닐하우스에서 재배 관리중인 바위솔속 식물들이 자연상태와는 다른 생육단계를 보일 때가 많았다. 자연상태에서는 한창 영양생장기인 6~7월의 고온기에 중앙부에 있는 일부 잎들이 안으로 말려들면서 생육이 정지되는 현상(휴면)이 관찰되기도 하였는데, 이런 휴면은 곧 타파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떤 경우는 1~2년이 지나도록 휴면이 유지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휴면에 들어간 개체들은 중심부에 있는 일부 어린 잎들만 가운데로 말려들어가고 주변부 잎들은 녹색을 그대로 유지한 모습으로 자연상태의 가을에 발생하는 휴면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자연상태에서 발생하는 휴면은 가장자리 잎들은 고사되고 나머지 모든 잎들은 중심부로 말려들어가 식물체 전체가 둥근 모양을 하게 된다(Kim 2015;Kim 2000).
식물의 휴면 현상은 오랫동안 연구자들의 지대한 관심사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는 매우 많은 편이다(Kim et al. 2023). 바위솔속 식물의 경우 일장이나 야파처리에 따른 개화에 대한 연구가 일부 있을 뿐(Kang et al. 1995, 1996, 1997, 2005a, 2005b) 환경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휴면에 대한 연구는 없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바위솔속 식물에 다른 일장과 광도가 주어졌을 때 휴면과 추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보고, 동시에 이런 반응들이 바위솔 종류별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조사하였다.
재료 및 방법
실험 재료
자생 바위솔인 와송(Orostachys japonica A. Berger), 영동바위솔(O. japonica collected from Youngdong), 포천바위솔(O. latiellipticus collected from Pocheon)을 실험에 이용하였다. 실험 수행 전년도 봄에 3 종류의 바위솔 종자를 파종하여 발아시킨 후, 마사:유비상토(Bio Plus, Cham Grow Inc., Korea):강모래 (3:1:1, v/v/v) 배합토를 충진한 플라스틱 포트(직경 8cm)에 정식하여 무가온 비닐 하우스에서 관리하였다. 이 식물들은 봄에서 여름까지 영양생장을 왕성하게 하였고 겨울에는 휴면에 들어갔다가 다음해 봄(실험 수행년도)에 다시 영양생장을 개시하였다. 4월에서 6월까지 영양생장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 2년생 식물들을 대상으로 본 실험은 수행되었다. 많은 식물체들 중에 광학현미경을 통해 화아분화 없이 영양생장 단계에 있는 개체들만 선발하였고, 그 중에서 크기가 비슷한 바위솔들만 실험에 이용하였다.
식물관리 및 일장 처리
일장 처리를 위해 바위솔 포트를 저면 관수용 플라스틱 물받이 위에 올려 식물생장상에 넣었다. 식물생장상의 일장은 10, 12, 13, 14, 16시간으로, 온도는 24±2℃로 항상 일정하게 설정하였다. 이 때 식물생장상 안의 광도는 형광등을 이용하여 86.7±8.7μmol·m-2·s-1로 유지하였다. 각 처리당 10개의 포트를 이용하였으며, 관수와 시비는 하이포넥스 생장용 액비 (N-P-K=20-20-20)를 1,000배액으로 희석하여 저면관수용 플라스틱 상자에 공급함으로써, 모든 포트에 동일한 량의 액비가 공급되도록 하였다.
데이터 수집 및 통계처리
실험은 6월 20일부터 총 4개월간 수행되었다. 휴면개시 및 타파 그리고 추대 개시 및 화서신장 등을 2일 간격으로 육안으로 조사하였다. 휴면은 중앙부에 있는 어린 신엽이 안쪽으로 뭉치는 것을, 휴면타파는 안쪽으로 뭉쳐있던 신엽들이 다시 옆으로 전개되는 것을 기준으로 하였다. 추대는 중앙부에서 일반 잎이 아닌 작은 화서잎들이 모여 위로 둥글게 올라오는 것을, 화서신장은 중앙부에 화서가 길게 자라나는 것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휴면개시일과 휴면기간, 휴면타파일와 휴면타파기간, 추대 개시일과 추대 기간 등은 그래프로 나타내었다. 이 데이터는 SPSS 프로그램(SPSS 22.0 Statistic, SPSS Inc, USA)를 통해 유의성 분석을 하였고, 사후검정은 던컨다중검정에 의해 p<0.05 유의수준에서 처리 간 유의성을 검정하여, 그래프에 표준오차를 바로 표시하였다. 각 처리별로 10개 개체 중 몇 개의 개체가 휴면 및 휴면 타파, 또는 추대되는지를 100분율로 표로 나타내었다.
결 과
와송의 일장에 대한 휴면 및 개화반응
무가온 비닐하우스에서 관리하던 와송은 일장이 다른 식물생장상으로 옮기자 14시간 이하의 일장에서는 중앙부 잎들이 가운데로 뭉치는 휴면 현상이 나타났다(Fig. 1, 2). 14시간 일장에서는 휴면율이 40%, 13시간 이하의 일장에서는 휴면율이 100%를 보였으며, 소화잎들이 가운데로 뭉치는 추대 현상은 16시간 일장만 70%의 식물에서 관찰되었다(Table 1). 휴면개시일은 모든 일장에서 비슷하게 시작되었으며, 휴면 타파는 일장이 길수록 빨리 시작되는 경향이 있어 14시간 일장에서는 실험 개시 14일째 에 중앙부 소엽이 가운데로 뭉치는 전형적인 휴면 모습을 보여주었고, 14시간 일장에서는 30일 만에, 13시간 이하의 일장에서는 30~38일째에 휴면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런 휴면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운데로 뭉쳐있던 잎들이 다시 전개되면서 타파되기 시작했는데, 일장이 길수록 빨리 시작되고 휴면타파가 빨리 끝났으며, 일장이 짧아질수록 늦게 시작되고 전체가 타파되기까지 기간도 길어졌다. 즉, 14시간 일장에서는 8일 만에 휴면타파가 완료되었으나, 12시간 이하의 일장에서는 실험종료일인 120일 까지도 휴면타파가 완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16시간 일장에서는 휴면 현상이 보이지 않고 영양생장을 계속하다가 실험개시 54일 만에 추대가 시작되었다. 최종 추대율은 70%를 나타내었다 (Table 1). 하지만 실험종료일까지도 소화의 개화는 관찰되지 않았고, 화서신장도 극히 짧은 상태에서 머물렀다(Fig. 2).
본 실험에서 관찰된 휴면 형태, 즉, 중앙부의 작은 소엽이 가운데로 뭉치는 것은 바위솔속 식물이 가을에 휴면 들어갈 때와 매우 비슷한 형태이긴 하지만, 자연상태의 휴면은 주변 잎들이 붉은 색 또는 갈색으로 착색이 되면서 말라버리는 반면, 본 실험에 사용된 식물들은 주변 잎들이 녹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형태적으로도 두 종류의 휴면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였 다. 또한 자연상태에서의 휴면은 겨울 2~3개월 동안 휴면을 하지만 본 실험에서 관찰된 휴면은 짧게는 6~10일째에 휴면이 타파되는 경우도 있어, 생리적으로도 성질이 다른 것으로 여겨진다.
영동바위솔의 일장에 대한 휴면 및 개화반응
영동바위솔은 모든 일장에서 휴면이 관찰되었으며, 일장이 짧을수록 휴면율이 높게 나타나, 14시간 이상의 일장에서는 70%를, 13시간 이하의 일장에서는 100%의 휴면율을 나타내었다(Table 1). 추대는 16시간 일장에서만 관찰되었으며 50% 식물에서만 추대가 이루어졌다. 휴면은 모든 일장에서 실험 개시 후 28~36일째로 비슷하게 시작되었다(Fig. 3, 4). 하지만 휴면 타파는 일장이 길어질수록 빠르게 시작되고 일장이 짧을수록 늦게 시작되는 경향이 뚜렷했는데, 16시간 일장의 경우 휴면개시 10일째에 휴면이 타파되는 반면, 10시간의 단일에서는 약 48일이 지나서야 휴면이 타파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휴면이 완전히 타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일장이 길수록 짧고, 반대로 일장이 짧을수록 긴 것으로 나타났다. 16시간 일장에서는 8일 간의 짧은 휴면 기간을 거친 다음 휴면이 타파된 후, 정상적으로 영양생장을 하다가 일장처리 90일째에 추대가 시작되었다. 와송에서는 16시간 일장에서는 휴면이 전혀 관찰되지 않았지만, 영동바위솔에서는 16시간 일장에서도 짧은 기간의 휴면이 있어서, 두 바위솔간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포천바위솔의 일장에 대한 휴면 및 개화반응
천바위솔은 모든 일장에서 100% 휴면이 관찰되었으며, 휴면 타파는 일장이 길수록 잘 이루어지고 12시간 이하의 일장에서는 휴면타파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Table 1). 추대는 어떤 일장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휴면은 모든 일장에서 약 30~36일 사이에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으나, 휴면타파는 13시간 이상의 일장에서만 관찰되었다(Fig. 5, 6). 일장이 길수록 휴면타파는 빨리 시작되어, 16시간 일장에서는 10일째에 시작되었고, 13시간 일장에서는 36일째에 시작되었다. 12시간 이하의 일장에서는 120일이 경과하도록 휴면이 타파되지 않고 생장이 멈춰 있었다. 16시간 일장에서는 와송이나 영동바위솔에서는 추대가 이루어졌지만, 포천바위솔에는 실험 종료일까지도 추대가 보이지 않고 영양생장만 지속되어 일장에 대한 반응이 종간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고 찰
이상의 결과들을 정리하면, 와송과 영동바위솔, 포천바위솔 모두 비닐하우스에서 식물생장상으로 옮기자 10~16시간 대부분의 일장에서 휴면이 시작되었으며, 영동바위솔과 포천바위솔은 모든 일장에서 휴면이 시작되었으나, 와송만은 16시간 일장에서는 휴면이 보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일장이 길수록 휴면 타파가 빨리 시작하였으며, 그만큼 휴면 기간도 일장이 길수록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Jeon et al.(2006)은 일장을 달리 하여 바위솔의 개화반응을 조사한 결과, 13시간 이상의 일장에서는 개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12시간 이하의 일장에서는 100% 개화하여 한계일장이 12시간이라고 하였고, Kang et al.(1996, 1997)도 바위솔은 단일처리 대신에 밤에 2시간 동안 야파처리(night break)했을 때도 개화가 완전히 억제되었기 때문에 전형적인 단일식물이라고 하였다. Kang et al.(2005a)은 와송의 경우 10시간 일장에서는 화서에 있는 모든 소화가 개화 하였으나, 13시간 이상의 일장에서는 전혀 개화하지 않았다고 하였으며, 반대로 단일조건에서 재배 중인 바위솔에 장일처리 (16/8, 주/야)한 결과 개화가 전혀 되지 않았고 하였다(Kang et al. 1995). Jeong et al.(2015)도 화아분화가 이루어진 포천 바위솔에 일장을 달리했을 때, 화서신장은 14시간 이하의 일장에서, 소화의 개화는 12시간 이하의 일장에서만 이루어졌다고 하여, 포천바위솔의 개화를 위한 한계일장이 14시간이라고 보고하였다. 또한 가지바위솔의 경우도 일장이 짧아질수록 추대개시, 화서신장, 개화가 빨라지고, 14시간 이상의 일장에서는 추대 없이 영양생장만 계속되어(Jeong et al. 2012, 2015), 추대와 개화를 위해서는 14시간 이하의 일장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Jeon et al.(2006)은 추대 후 소화가 형성된 바위솔에 2시간 야파처리(night break)를 수행했을 때 소화의 개화는 전혀 보이지 않아 바위솔의 소화 개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단일 조건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본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일장에서 휴면이 유도되었다가 휴면이 타파되었으며, 휴면타파는 일장이 길수록 빨리 이루어졌다. 또한 일반적으로 식물들의 휴면타파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 저온을 필요로 하나(Kim et al. 2013;Lee 2003), 본 실험에서는 저온처리 없이 휴면이 타파되는 경우도 많이 보여 저온을 필요로 하는 휴면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여겨진다. 와송과 영동바위솔에서는 개화의 전 단계인 추대가 16시간 일장에서만 관찰되었는데, 이 또한 일반적인 단일 식물은 단일조건에 서만 추대와 개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본 실험에서 나타난 바위솔의 휴면은 지금까지 연구에서 나타난 휴면(자연상태에서 월동하기 위해 발생하는 휴면)과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생각되었다.
한편 Hong et al.(2006)은 여러가지 차광하에서 바위솔을 재배했을 때, 95% 차광구에서는 소화수도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개화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광량이 지나치게 부족하면 개화가 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본 실험의 경우도 와송에서 화서신장까지는 보여도 개화까지는 이르지 않았었는데, 이는 식물생장상내의 광도(86.7±8.70μmol·m-2·s-1)가 너무 낮았던 것이 하나의 원인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Jeon at al.(2006)은 단일 조건에서 추대가 일어난 바위솔에 온도를 달리했을 때, 자연상태(겨울 저온)에서는 개화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지만, 20℃ 이상으로 관리했을 때는 개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였는데, 본 실험에서 와송과 영동바위솔이 추대까지는 되었지만 소화가 개화하지 않았던 것은 재배온도가 24±2℃로 온도가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되었다. 결과적으로 본 실험에서 나타난 바위솔의 휴면은 하우스 안에서 재배상 안으로 옮기면서 발생한 급격한 광도 저하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바위솔 식물들이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휴면 깊이는 바위솔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