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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Rosa hybrida L.)는 서아시아 원산의 장미과(Rosaceae) 장미속(Rosa)의 화훼작물로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화훼 작물이다(Haring 1986). 지금까지 3만~3만 5천여종이 개발되어 6~7천종 현존하고 있으며(Bendahmane et al. 2013) 북반구의 온대에서 아한대에 이르기까지 넓게 분포되어 장식용, 향수 제조, 약용, 식용 등 다용한 목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장미는 국내 절화시장에서 연간 300품종 이상이 유통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매년 200품종 이상이 새로 개발되고 그 중 수십종이 국내로 유입되어 재배·생산, 유통되어 트랜드 변화가 매우 빠른 작물이다(aTFMC 2023;Lee et al. 2024).
장미는 세계 절화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며, 국내 절화 재배 면적과 생산량은 각각 226ha, 618억으로 국내 절화 중 판매량과 판매액이 가장 높은 품목이다(MAFRA 2023;Royal FloraHoll and 2024). 최근 유가 및 인건비 상승 등 국내 생산여건 악화로 국내 장미 절화 재배생산량과 농가수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생산비용이 저렴하면서 품질이 우수한 케냐,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생산조건이 좋은 국가로부터의 수입절화 장미가 국내 시장에 증가하고 있다(Lee et al. 2024;MAFRA 2023).
2000년 이전에는 장미 국산 품종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90년대 중반에 WTO에 가입하면서 수입품종에 대한 품종보호권이 지적재산권으로 인정되어 수입되는 종묘에 대한 로열티가 지급되기 시작했다(Lee 2000). 1998년에 종자 산업법을 통한 품종보호제도를 도입하고, 2001년 7월에 장미가 품종보호대상작물로 지정되면서 국내 장미 품종 육성이 시작되었다(Choi 2002).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1992년부터 장미 육종연구를 시작하여 현재까지 106품종을 육성하였으며, 국내 보급율은 29%까지 증가해 2005년 77억에 달하던 로열티는 22년 20억 정도로 감소하였다(Kim et al. 2020;NIHHS 2023).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농업인, 유통업자, 관련 연구자 및 꽃꽂이 전문가나 일반 소비자의 기호와 트랜드 조사를 매년 실시하여 육종 방향 설정에 적용하고 다양한 자원의 도입 및 육종 소재 활용을 통한 다양성 확보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절화 시장에서 중도매인과 경매사 및 재배농가 중심으로 절화 장미의 중요형질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화색(26%)과 화형(21%), 절화수명(14%)의 순위로 나타났으며 화색의 경우에는 파스텔톤(22%) 및 분홍색(19%)에 이어 빨간색(14%)장미 품종이 요구되고 있다. 절화 장미는 한 줄기에 하나의 꽃봉오리가 달려있는 스탠다드 타입과 한 줄기에 3~4개 정도의 꽃봉오리가 달린 스프레이타입이 있으며(RDA 2012), 국내 절화시장에서는 스프레이 품종의 거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나 스탠다드 타입이 90% 이상 유통되고 있다(aTFMC 2023). 국내 장미의 유통 상위 10개 품종은 대부분 클래식 타입으로 이중 스프레이 장미 ‘자나’ 1품종을 제외한 9품종은 ‘하젤’ 등 스탠다드 장미이며 총 거래량의 약 46%를 차지한다. 화색은 ‘하젤’, ‘헤라’, ‘빅토리아’, ‘자나’ 및 ‘아쿠아’ 등 흰색 및 분홍색 계열, 샐몬색 ‘부르트’, 주황색 계열 ‘클라란스’, 그리고 ‘푸에고’, ‘비탈’ 등 빨간색이다 (aTFMC 2023).
품종 특성 중 절화수명은 소비자의 절화구입 의사결정에 매우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Kim et al. 2017;KREI 2019) 국내 시장에 유통중인 장미의 절화수명은 7~15.5일 정도이다(In et al. 2017). 절화수명은 유전적, 재배지역, 계절, 재배환경 및 수확후 관리 등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Fanourakis et al. 2013;Yeon and Kim 2016). 최근 컴퓨터 이미징 시스템을 활용한 절화수명 예측 등 소비·유통단계에서 소비자에게 구입 절화에 대한 절화수명 정보제공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In et al. 2017;Kim et al. 2024). 장미의 가시는 환경 및 초식동물에 대한 식물방어기능을 하고 있지만 재배, 수확 및 유통 과정 중 작업 안전성이 떨어뜨리고, 꽃잎이나 포장 재료의 손상 등 경제적 손실을 일으킨다. 또한 상품성 및 절화수명 유지를 위해 대부분은 수작업으로 가시를 제거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장미 재배 및 유통과정에서 품질향상과 작업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무가시 혹은 가시가 적은 품종 육성이 필요하다. 현재 장미의 가시 형태에 따른 분류 및 발달 특성(Zhou et al. 2021), 가시 발생 및 밀도 관련 QTL 분석(Zhou et al. 2020), 가시 발생 및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 연구 및 CRISPR/Cas9을 이용한 무가시 장미 소재 개발(Swarnkar et al. 2021;Wang et al. 2023) 등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장미 품종 육성을 위해 핵심자원 교배후대의 유전분석 등 변이확대를 위한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Guan et al. 2024).
국내 장미 절화 시장에서 빨간색 장미는 16.6%를 점유하고 있으나 대부분 외국품종이 차지하고 있다(aTFMC 2023). 국립 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이를 대체할 장미 품종을 육성하기 위해 국내 재배 환경에서 절화장이 길고 연중 수확량이 안정적이며 가시가 적어 농가 재배가 용이하고, 밝은 빨간색으로 절화수명도 길어 소비자의 기호도가 높은 스탠다드 장미 ‘루비레드’ 품종을 육성하였다.
재료 및 방법
2017년 6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장미 육종 포장에서 수량 및 화형이 안정적인 빨간색 장미품종 개발을 목적으로 인공교배를 실시하였다. 꽃잎의 겉장이 벌어지기 전의 꽃에서 활력이 좋은 화분을 채취하여 교배를 실시하였고, 2017년 11월 결실과를 수확하여 습윤한 모래와 함께 4℃ 저온저장고에 100일간 층적저장 하였다. 이후 2018년 2월에 파종하여 얻은 실생묘는 9cm 포트에 정식하였고 개화 시 꽃잎수 5매 이상이며, 흰가루병 무발생 개체를 선발하였다. 선발된 실생은 수경재배 시설에 정식하였으며 화색과 화형이 유사한 대조품종 ‘레드스퀘어(Red Square)’를 선정하여 꽃의 형태, 색, 크기, 꽃잎 수, 절화장 등 UPOV 조사기준(KSVS 2008;UPOV 2002)에 따라 생육 및 개화 1, 2, 3차 특성검정을 실시하였다. 꽃색은 RHS color chart(RHS 2001)를 이용하여 측정하였으며, 가시는 UPOV 조사 기준에 따라 중앙 부위 10cm에 발생된 가시의 갯수를 조사 하였다(KSVS 2008;UPOV 2002).
식물재료는 암면블록(50mm×50mm×50mm, MS Block, Grodan, Denmark)에 삽목하여 2개월간 양성한 삽목묘를 코이어배지(150mm×1,000mm, Profit cocosubstrates, Forteco, Germany)에 20cm 간격으로 정식한 후 한쪽 방향 절곡방식으로 수형관리를 하였다. 식물재료는 수경재배 방식으로 화란식 양액(Sonneveld 1985)을 성목 1주당 하루에 400~500mL씩 점적관수 하였으며 양액의 pH는 5.5∼6.5범위, EC는 여름철 재배 시 1.2~1.5dS·m-1, 겨울철 재배 시 1.5~1.8dS·m-1로 관리하였다. 온실 내 온도는 최저 15℃ 이상이 되도록 관리하였으며 기타 재배법은 농촌진흥청 장미 표준재배법(RDA 2002)을 적용하였다.
절화수명은 수확한 장미를 50cm로 재절단 후 수돗물이 담긴 유리병에 꽂아 형광등조명(50μmol·m-2·s-1) 16시간 일장 조건으로 22±1℃, 70±5%의 항온·항습 환경에서 꽃목이 휘거나 꽃잎이 위조되어 관상가치가 없을 때까지 조사하였다.
결과 및 고찰
육성경위
국내 환경에서 재배가 용이하고, 시장에 적합한 빨간색 장미 품종을 육성하기 위해 2017년 6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 장미 재배 하우스에서 ‘엔드리스러브(Endless Love)’를 모본으로 ‘페니레인(Penny Lane)’을 부본으로 인공교배를 실시하였다. ‘엔드리스러브’는 화형이 안정적인 스탠다드 형으로 화색은 진한 적색이며 꽃의 크기는 중간정도이고, 밝은 노란색 ‘페니레인’은 꽃잎 수가 많고 화색이 안정적인 특성이 있으며 가시가 적고, 모·부본 모두 흰가루병의 발생이 적다(Fig. 1, Table 1). 이듬해인 2018년 1월, 287개의 종자를 파종하여 꽃잎 수가 5매 이하인 것과 흰가루병 이병 개체를 도태시킨 후 37개체의 실생을 얻었다. 실생묘 양성을 통해 화형, 화색, 흰가루병 발생 정도 등을 고려하여 2020년 8개체를 선발하였고 2022년까지 화형과 화색이 유사한 스탠다드 품종 ‘레드스퀘어(Red Square)’를 대조로 하여 화색, 화형 및 절화장, 수량 및 절화 수명 등 UPOV 조사기준(UPOV 2002)과 농사시험연구조사기준(RDA 2002) 에 따라 1, 2, 3차 특성검정을 수행하였다. 그 중 밝은 빨간색의 화형과 생산량이 안정적이며 가시가 적고 절화수명이 좋은 스탠다드 장미를 선발하여 ‘원교D1-390(Wonkyo D1-390)’으로 계통명을 부여하고, 2022년 직무육성심의를 통해 품종으로 선정되어 ‘루비레드(Ruby Red)’로 명명하고, 2023년 국립종자원에 품종 보호 출원·등록하였다(등록번호: 제10156호).
주요특성
‘루비레드’ 품종의 꽃의 형태는 모·부본과 같은 겹꽃 스탠다드형이며(Fig. 2, Table 2),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밝은 빨간색(RHS color chart, R53C) 품종으로 화색과 화형이 유사한 ‘레드스퀘어’를 대조품종으로 하였다. ‘루비레드’ 품종 및 대조 품종은 향기가 매우 적으며 잎은 녹색(RHS, G137A)의 난형으로 중간 타원형인 ‘레드스퀘어’와 구분되며 두 품종 모두 잎의 광택 정도는 1단계로 없거나 매우 약하다(Fig. 3, Table 2). ‘루비레드’와 ‘레드스퀘어’ 품종의 가시는 적색빛을 띄며 중앙 10cm 부위의 평균 가시 발생 수는 ‘루비레드’ 품종이 대조품종 보다 많은 편이나 국내 절화시장 유통 품종에 대한 UPOV 기준 대비 적은편이다(Fig. 3, Table 2). 가변특성에서 평균 절화장은 ‘루비레드’ 품종과 대조품종간 차이는 없었으나 절화경경은 7.9mm로 대조품종(5.9mm)보다 약 2mm 정도 굵었으며, 무게는 55.8g으로 대조품종(34.2g)보다 21.6g 더 높았다(Table 3). 또한, ‘루비레드’ 품종의 엽수와 꽃잎 수도 각각 13.6개와 32.8개로 대조품종 ‘레드스퀘어’보다 많았다. ‘루비레드’ 품종의 만개 시 화폭과 화고는 각각 10.3cm, 5.9cm로 대조품종 8.7cm, 4.9cm 보다 우수하였고, 절화수명은 16.7일로 대조품 종 7.7일 보다 일주일 이상 길었다. 장미 ‘루비레드’ 품종은 2024년 5월 서울식물원 방문객 대상으로 실시된 국내육성 장미의 소비자 기호도 평가에서 스탠다드 장미 중 1위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또한, ‘루비레드’ 품종의 연간 생산량은 약 168대 /m2로 ‘레드스퀘어’ 품종보다 1.4배 많아 절화 장미 재배 농가에서의 소득증대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거라 판단된다. 스탠다드 장미 ‘루비레드’ 품종은 국내 재배 환경에서 절화장이 길고 연중 생육 및 수량성이 안정적이며, 가시가 적어 재배 및 수확 시 관리가 편하고, 포장과 유통에도 유리하며 소비자 사용도 용이한 장점이 있다. 밝은 적색의 스탠다드 장미 ‘루비레드’ 품종은 꽃이 크고 활짝 피며 초기 물올림을 잘 하면 열흘 이후에도 꽃목이 숙여지지 않으면서 절화수명이 길어 소비자의 반응이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배상 유의점
장미 ‘루비레드’ 품종은 절화용 스탠다드 품종으로 15~35℃ 의 온도 범위이면 전국에서 시설재배가 가능하며 적정 재식밀도 6,000주/10a를 유지하여 양액재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여름철 고온기 재배 시 꽃색 탈색 및 꽃잎 수와 크기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30% 정도 차광하여 직사광에 의한 내부 온도 상승을 막아 절화 품질을 높여야 한다. 저온기 재배 시에는 시설 내 최저온도를 15℃ 이상으로 관리하고 보광처리하면 화색유지와 절화수량 증대에 유리하다. 또한 봄, 여름 건조한 경우 응애의 발생으로 생육이 저하되고 이후 품질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예찰을 통한 적기 방제가 필요하다.
유용성
스탠다드 장미 ‘루비레드’ 품종은 2023 2월 14일 품종보호출원(출원 2023-217)을 신청하였고, 2023년 3월부터 김천 국립 종자원에서 재배심사가 진행되어 2023년 5월 24일 종자산업법 제16조에 따라 신규성, 구별성, 균일성, 안정성, 및 고유성을 인정받아 장미 스탠다드 신품종 ‘루비레드’로 품종 등록되었다(등록 제10156호). 장미 ‘루비레드’ 품종은 2024년 기술이전되어 농가 재배 및 절화 판매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