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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란은 국내외적으로 판매 점유율이 증가되고 있는 난과 작목이다. 국내에서는 2010년 난류 판매액의 29.5%를 차지했으나, 2022년에는 그 비율이 46.3%로 증가했다(MAFRA 2023). 네덜란드에서도 2017년 이후 호접란이 분화류 중 매출액 1위를 기록하고 있다(AIPH 2021).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1992년부터 호접란 품종 육성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장미와 국화는 품종 육성에 약 5년이 걸린 반면, 호접란은 10~11년이 소요되었다. 그 결과, 2002년에 ‘Yellow Star’와 ‘Pink Dream’ 품종이 처음 개발되었고, 2018년까지 총 28개의 품종이 육성되었다(Kim et al. 2020). 또한, 2008년부터 공동연구사업이 시작되어 1, 2, 3차에 걸쳐 수행되었고 2020년에 종료된 난 품종육성 및 보급을 위한 연구 지원으로 민간 육종가에 의해서도 품종이 육성되어 2024년 2월 13일 현재로 국립종자원에 136품종이 등록된 바 있다(KSVS 2018).
호접란의 고품질 분화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균일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유묘가 필수적이다(Paek et al. 1998;Runkle et al. 2007). 그러나 국내 육성 난 품종의 농가 보급률은 2018년 기준으로 18.2%에 불과하다(Kim et al. 2020). 현재 국내 호접란 농가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품종 은 대만산 품종으로, 이들 품종의 종묘는 주로 대만이나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이러한 수입묘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국산 종묘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품질 향상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Duan et al.(1996)은 호접란 기내 증식 방법으로서 사이토키닌류 중 6-benzyladenine 첨가 배지에 유묘의 줄기 신장을 유도 후 줄기 마디 단편을 호르몬 무첨가 배지에 배양하여 신초를 재생시키는 방법으로 1개체에서 시작하면 7개월 후 2,300개 유식물체를 획득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증식된 개체를 고품질의 균일한 발근묘로 생산하기 위한 연구는 많지 않다(Khatun et al. 2020).
종묘의 균일도가 떨어지면 동일한 묘의 생육 부진에 따른 손실 발생, 재배 기간 차이, 출하 시기 차이 등 재배 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따라서 기내 증식 후 발근 단계에서 균일한 종묘를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균일한 호접란 발근묘 생산에 관한 연구 보고는 거의 없다. 이에 본 연구는 균일한 발근 배양묘 생산을 위한 적정 배양병 재질 및 재식 밀도에 관하여 실험을 수행하였고, 그 결과를 보고하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본 연구는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국립원예특작과 학원 화훼과 조직배양실, 순화실 및 유리온실(Wanju, Korea)에서 실시하였다. 실험에 사용된 호접란(Phalaenopsis spp.) 조직 배양 신초는 국내 조직배양 업체인 유니플랜텍(Gimje, Korea)에서 화경배양으로 기내에 도입된 후 3회 계대배양을 통해 증식 한 잎 생장이 측상향인 ‘Lovely Angel’(‘LA’)과 상향인 ‘UniVivace’ (‘UV’) 품종을 사용하였다. 첫 번째 실험은 적정 배양 신초수 확인을 위하여 용적이 500mL이고, polypropylene(PP) 재질의 뚜껑 일부에 솜으로 공기 유동이 될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는 유리 배양병(SAMKANG Glass, Yeoju)에 배지[조성: 3/4 MS basal medium(Murashige and Skoog 1962) 20g・L-1+2g・L-1 peptone+15g・L-1 banana+6g・L-1 potato powder+30ml・L-1 coconut water+8g・L-1 agar+1g・L-1 charcoal, pH 5.6)를 100mL 채워 ‘LA’과 ‘UV’신초를 각각 1, 4, 7, 10개씩 3반복 배양하였다. 신초당 재식면적으로 환산하면 각각 38.4, 9.6, 5.4, 3.8㎠이었다. 두 번째 실험은 적합한 배양병 재질을 확인하기 위하여 유리 배양병과 동일 용적의 크기(바닥 직경×높이)가, 용기 내외 공기 흐름이 될 수 있도록 PP재질의 뚜껑 일부에 3M membrane filter처리를 한 플라스틱 배양병(GAOOZE, Korea Scientific technique Industry, Suwon)에 첫번째 실험과 같이 배지 조성과 배지량을 동일하게 처리한 후 2품종의 신초를 배양하였다. 플라스틱 배양병은 Huang and Chen (2005)이 배양병내 광투과율이 유리병 보다 약간 낮고 400nm 이하의 광파장을 배제한다고 보고한 Japanese irregular box 와 같은 polycarbonaye(PC) 재질이다. 실험에 사용된 신초 크기는 엽수가 2개인 초장(엽장) 1cm이었다. 25℃±1℃ 16시간 명배양 조건으로 배양 3개월 후 엽장 등 지상부 생육 특성과 뿌리길이 등 지하부 생육 특성을 조사하였고, 배양 6개월 후 발근묘를 비닐포트(직경 6cm)에 심어 온도 25℃±1℃, 광도 93μmmol・m-2・s-1로 조절된 순화실에서 5개월 동안 관리 과정을 거쳐 온실에서 재배하였고, 유리 온실로 옮기기 전 지상부와 지하부 생육 특성을 조사하였다. 모든 실험은 3반복으로 수행하였고, 통계 분석은 SAS 통계프로그램(SAS 9.4, SAS Institute Inc. USA)을 이용하였다.
결과 및 고찰
고품질 분화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고품질 종묘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생육이 고르게 잘 자란 호접란 발근 배양묘를 생산시 적정 배양 신초수를 찾기 위해 용적 500mL 유리 배양병에 ‘LA’ 품종과 ‘UV’ 품종의 초장 1cm 신초를 1, 4, 7, 10개씩 배양하고 3개월 후 생육 특성을 조사하였다.
‘LA’ 품종의 경우, 지상부인 잎 길이 생장이나 발육과 엽수 증가에 있어 1, 4, 7개까지 배양한 신초의 생육간 유의적 차이는 없었지만 7개 배양한 신초의 생육이 가장 빨랐다. 반면, 지하부인 뿌리 발육과 뿌리수 증가도 통계적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뿌리 길이는 4개와 10개 배양한 신초가 7개 배양 처리보다 유의하게 길었다. ‘UV’ 품종의 경우, 잎과 뿌리의 수 증가와 길이 생장은 7개 배양 처리가 약간 빨랐으나, 신초와 뿌리 무게는 4개 배양 처리에서 유의적으로 빨랐다. 또한, 2품종 모두 배양 신초수에 따른 묘의 균일성의 지표인 개체 간 생육 편차는 크지 않았다. 지상부와 지하부 생육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7개 배양 처리구가 생육에 가장 효과적이었다. 재식 거리로 환산하면 신초 당 5.4㎠로, 이는 본 연구보다 더 어린 0.5cm 호접란 실생묘 배양시 3.0㎠가 적합하다고 한 Yang et al.(2002)의 연구 보고보다 넓은 것이다(Fig. 1, 2).
Balilashaki et al.(2014)은 Phalaenopsis amabilis cv. ‘Cool Breeze’의 화경 배양 후 유도된 신초로부터 발근 유도 시 MS배지에 생장조절제를 첨가하지 않은 배지에서는 전혀 발근되지 않았으나, 1/2 MS배지에 0.5mg·L-1 또는 1mg·L-1 IAA 또는 NAA를 첨가한 배지에서는 70~90% 신초가 발근되었고, 0.5mg·L-1 IAA를 첨가하였을 때 신초 당 2.45개의 뿌리가 유도되었고 그 길이가 짧고 두꺼웠다고 보고하였다. 반면, Thwe(2017)은 Phalaenopsis amabilis 신초로 부터 발근유도 시 생장조절제 첨가와 상관없이 MS배지보다 ammonium nitrate가 첨가되지 않은 Vacin and Went 배지(Vacin and Went 1949)가 더 적합하였다고 보고하였다. Lee et al.(1999)은 호접란 화경배양을 통해 얻은 PLB로부터 재분화시킨 클론묘를 당과 potato 첨가 유무에 배지 조성을 달리하여 배양 시 potato 1% 첨가하고 당을 첨가하지 않은 배지에서 CO2 공급하여 배양한 식물체 생육이 가장 좋았다고 보고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생장조절제를 첨가하지 않고 바나나, 감자, 코코넛워터 등 유기물 공급원이 첨가된 배지를 사용하였다. 신초 배양 3개월 후 발근 유도에 있어서 유리 배양병에 ‘LA’ 품종 1개 배양한 신초가 발근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2품종 모두 발근에는 문제가 없었다. 발근율은 2품종 모두 배양 신초수에 따른 유의한 차이는 없었으나 ‘LA’ 품종은 22.2~36.7%인 반면 ‘UV’ 품종은 91.6~100%로 품종간 차이가 컸다(Fig. 3).
Huang and Chen(2005)은 식물조직배양 용기의 물리적 특성에 관한 연구에서 배양 용기의 중요한 기능이 균일하고 적당한 광질 제공, 미생물 오염 방지 및 공기 유동 허용이며, 공기 교환 비율, 광 투과 분포 및 분광 조도에 의해 배양 용기의 효과가 결정된다고 보고하였다. 둥근형의 배양 용기가 직사각형보다 배양 용기 내 광 투과 분포가 균일하고, 유리 배양병이 플라스틱 재질의 배양병보다 광 투과력이 우수하다고 하였다. Seo et al.(2000)도 호접란의 자가영양 배양 시 원형 용기가 사각인 magenta box 보다 생육과 무기양분 흡수에 더 효과적이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배양병 재질에 따른 발근묘 초기 생육 특성을 확인하고자 용적이 500mL 동일하며, 모양도 동일한 둥근 유리 배양병과 PC 재질의 배양병에 신초 7개 배양 3개월 후 2품종의 신초 생육 특성을 비교 조사한 결과, 본 연구에서도 2품종 모두 플라스틱 배양병 보다는 유리 배양병이 유의적으로 생육에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Table 1). 또한, 순화 후 3개월경 온실로 이동하기 전 생육 특성을 조사한 결과 이러한 배양병 재질에 따른 기내 발근묘 생육 특성은 이후에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2품종 모두 유리 배양병에서 생산된 묘가 플라스틱 배양병에서 생산된 배양된 묘 보다 엽수, 초장, 뿌리 길이가 1.2배까지 많거나 길었다 (Table 2). 이후, 본 연구팀은 순화묘를 온실로 이동하여 재배 후 순화묘의 초기 엽수에 따른 생육 6개월 경 특성을 조사한 결과, ‘LA’ 품종은 초기 엽수에 따른 생육상의 유의적 차이는 없는 반면, ‘UV’ 품종의 경우 초기 엽수 4장 이상에서 지상부·지하부 생육이 증가하였고 초기 엽수 4∼6장 묘는 비슷한 생육을 유지하였다. 순화묘의 초기 초장이 10cm 미만일 경우 두 품종 모두 고사율이 증가하고, 15cm 이상에서 고사되는 식물체가 발생하지 않았다. ‘LA’ 품종의 경우 초기 초장 10cm 이상에서 초장이 유의적으로 증가하고 10∼15cm, 15cm 이상 묘 생육간의 유의적 차이는 없었다. ‘UV’ 품종의 경우도 초기 초장 10cm 이상에서 지상부 및 지하부 생육이 증가하였고 엽장, 초장, 뿌리수에서 10∼15cm, 15cm 이상 묘 간의 유의적 차이는 없었다. 즉, 소형종의 경우 초기 엽수 4장 이상, 초장 10cm 이상의 묘에서 생존율을 높이면서 양호한 생육이 가능하였고, 보다 적은 엽수와 작은 크기의 묘는 부진한 생육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data not shown). 이와 같이 배양병 내에서 묘의 생장이 순화 이후부터 개화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Chen(2016)은 호접란 기내 번식 비용 분석 보고에서 플라스틱 재질의 배양병은 방사선 처리로 살균된 제품으로 구입하므로 고압 멸균이나 세척 과정 비용은 절감되지만 불균일한 광분포와 환기 때문에 난과작물 조직배양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하였다. 본 연구 결과, 균일한 호접란 발근묘 생산은 플라스틱 재질보다는 유리병 재질의 배양병이 적합하며, 묘당 재식면적 5.4㎠ 이내로 배양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