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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화훼는 재배 농가에서 공영도매시장이나 민간시장, 도매상 등 도매 단계를 거쳐 소매업체나 온라인플랫폼 업체 등의 소매 단계를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유통되고 있다(KREI 2022). 우리나라 최초의 화훼시장은 1970년 남대문시장 내 ‘남문 꽃상가’에서 시작하여 현재의 강남터미널 꽃시장으로 자리 잡아 민간시장 위주로 성장해 왔다(KREI 2000). 민간시장의 거래 방법은 위탁거래가 주를 이룸에 따라 정부는 생산 농가의 안정적 판로 확보, 기존 시장의 왜곡된 거래 관행에 대한 공정거래 조기 정착 유도 등을 위하여 경매 중심의 법정 도매시장을 건립하였다(KREI 2013). 화훼 도매시장은 크게 법정 도매시장, 전문농협에서 운영하는 공판장, 민간시장으로 구분되며, 법정 도매시장과 공판장은 공영도매시장으 로 분류할 수 있다(KREI 2022).
우리나라의 화훼판매액은 2005년 1조 105억 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로 전환되어, 2020년에는 5,269억으로 연평균 4.1%씩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화훼 산업의 주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절화 판매액의 감소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KREI 2022). 국내 화훼 생산량 감소 및 소비자 수요 증가 등에 의하여 수입 절화가 증가하고 있다(Ko 2023). 2020년 기준 절화 수입액은 8억 1,700만 달러로, 2015년의 6억 700만 달러에 비해 34.5% 증가하였으며, 수입량은 21,226톤으로 2015년 13,481톤에 비해 57.5% 증가하였다(MAFRA 2021). 국내 생산 절화류는 과거 민간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비중이 컸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절화 생산이 위축되면서 농가는 비교적 안정적 판로확보가 가능한 공영도매시장으로 출하를 늘려 2020년에는 공영시장 출하 비중이 66.7%에 달하고 있다(KREI 2022). 그러나 국내에서 생산된 절화가 아닌 수입 절화의 경우 공영시장보다 대부분 민간시장에서 거래된다. 민간시장에서는 국내 생산 절화보다 수입 절화 취급 비중이 더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으나, 수입 절화의 유통 경로뿐만 아니라 전체 거래 물량 등 유통 현황 파악이 되지 않는다(KREI 2022).
절화는 다른 품목에 비하여 계절 및 시기에 따라 생산량 및 수입 단가가 달라져 도매 시장의 가격 변동 폭이 매우 큰 편이며, 주요 수요처인 소매화원에서는 절화의 가격 안정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Im et al. 2022). 국내 절화 거래에 관한 정보는 한국농수산식품공사에서 운영하는 화훼유통정보를 통해 공영시장에서의 거래 품목, 거래량, 거래 금액 등이 공개되어 있다. 그러나 민간시장은 여전히 위탁판매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유통되고 있는 절화 품목, 수량, 거래 금액 등에 관한 정보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민간시장의 절화 유통 현황을 강남터미널 꽃시장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공영시장의 절화 유통 및 판매 실태를 비교하였다.
재료 및 방법
민간시장 절화 판매 현황
본 연구에서 민간시장 절화 판매 현황 조사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강남터미널 꽃시장에 2022년 5월부터 10월까지 월 1회 수요일 오전 9시~12시 사이에 방문하여 수행되었다. 서울 시내 민영시장은 강남터미널 꽃시장, 남대문 꽃시장, 강북 꽃 도매 상가, 종로 꽃시장 등이 있으며, 이 중 대표적인 민간시장인 강남터미널 꽃시장을 중심으로 조사하였다. 민간시장 절화 유통 현황 파악을 위해 시장 내 절화 판매 점포 수, 취급 품목, 점포 내 표기되어 있는 절화 수입 국가 및 품목을 조사하였다. 품목 분석은 각 점포별 판매를 위해 진열된 모든 상품을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한 후, 절화 식물도감 ‘Encyclopedia of plants & flowers’(RHS 2011), ‘I am a florist-cut green’(Park 2017), ‘I am a florist-cut flower’(Park 2015), ‘The gardener’s guide to planting and growing shrubs, tress and climbers’ (Edwards and Buffin 2008), ‘원예학 용어 및 작물명집’(KSHS 2023), ‘장은옥의 플로리스트를 위한 절화 이야기’(Jang 2017), '한반도 자생식물 영어이름 목록집'(KNA 2022)와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KNA 2024a), ‘국가표준식물목록’(KNA 2024b), ‘한반도의 생물다양성’(NIBR 2024) 홈페이지를 이용해 분류하였다. 절엽과 절지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민간시장 및 공영시장 판매 품목 비교
민간시장에서 판매하는 절화 품목과의 비교를 위하여, 공영시장에서 판매하는 절화 품목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 홈페이지에서 aT 화훼(양재)로 한정하여 조사하였다. 절엽과 절지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였으며, 민간시장과 동일하게 2022년 5월부터 10월까지 조사 기간을 한정하였다. 강남터미널 꽃시장에 방문하여 조사한 판매 품목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를 통해 조사한 거래 품목을 비교 및 분석하였다.
결과 및 고찰
민간시장 절화 판매 현황
강남터미널 꽃시장의 월별 절화 판매 매장의 수는 5월부터 10월 사이에 각각 143, 142, 148, 136, 142, 147개로 조사되었으며, 조사 기간 평균 143개의 매장에서 절화를 판매하였다(Table 1, Fig. 1A). 절엽과 절지(소재)를 위주로 판매하는 매장은 동일하게 5개로 조사되었다(Table 1, Fig. 1B). 절화 판매 점포의 수가 차이 나는 이유는 강남터미널 꽃시장의 영업시간은 오전 12시부터 오후 12시까지로, 본 연구 조사를 위해 방문한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에는 영업을 종료한 매장이 있어 이에 따라 매장 수의 변화가 있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 시스템의 2021년 총 금액 기준 절화 상위 10개 품목을 대상으로 민간시장에서 해당 품목을 판매하는 점포 수를 조사했을 때, 조사 기간인 2022년 5월부터 10월 중 5월을 제외하고 장미 판매 매장이 가장 많았다(Fig. 2). 위 결과는 2021년 양재동 화훼공판장 판매 금액 기준 상위 10개 품목 중 1위 품목이 장미인 점과 동일하여 공영시장과 민간시장 모두 장미의 판매가 가장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국내에서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꽃 1위인 장미가 35.3%로 국내 장미 수요가 높다는 결과와 일치한다(Kim et al. 2021). 5월에 강남터미널 꽃시장 내에서 카네이션을 판매하는 매장이 60개로 가장 많았으며(Fig. 2), 이는 한국에서는 가정의 달로서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등의 행사가 있어 꽃 소비가 가장 활발한 시기로 소비자들의 카네이션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Kim et al. 2021). 카네이션 판매 매장 뒤를 이어 장미가 36개, 리시안셔스가 26개, 거베라가 23개의 매장에서 판매되었다(Fig. 2). 장미 판매 매장의 수는 5월에 36개에서 10월에는 91개로 증가하였으며, 국화 판매 매장 수는 5월 17개 매장에서 9월과 10월에 각각 70개와 60개 매장으로 증가하였다(Fig. 2). 9월과 10월은 국화의 개화기이며, 추석 명절로 인한 국화 소비 증가가 반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프리지아는 주로 겨울에 개화하여 조사 기간인 5월부터 10월까지 취급 매장은 0~2개로 매우 적었으며(Fig. 2), 주로 수입 프리지아가 판매되었다. 라넌큘러스는 5월을 제외하고는 6월부터 10월까지는 판매되지 않았다(Fig. 2). 해당 조사는 민간시장에서 유통되는 절화 꽃을 중심으로 수행되었으며, 제한된 자원으로 인해 가격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해당 연구는 주로 판매 품목의 다양성과 원산지 등에 중점을 두어 수행되었다.
민간시장 판매 품목 원산지 표기
민간시장 현장 조사 결과 점포 내 수입 품목의 원산지를 표기하고 있으며(Figs. 1C, D), 주요 수입국은 호주, 중국, 콜롬비아,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페루, 남아프리카 공화국, 미국, 베트남 등으로 나타났다(Table 2). 수입 품목은 절화뿐만 아니라 절엽, 절지도 포함되어 있으며, 가장 많은 품목이 수입되는 국가는 약 18개의 품목이 수입되는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12개, 미국 6개로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민간시장 현장 조사를 통한 판매 품목의 수입 관련 정보는 시장 내 원산지 표시 정보에 한정되어 있어 수입 국가, 품목, 수량 등의 정보 파악에 한계가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민간 화훼시장 유통 정보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한 정확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수입 절화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는 농식품수출정보(KATI) 홈페이지 외에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절화 수입량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3.4배, 수입액은 7.6배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Lee 2022). 국내 주요 절화인 장미, 국화, 백합의 수입량은 2010년에 2,477톤, 7,593달러에서 2019년에 7,509톤, 20,043천 달러로 증가하였으며, 최근 중국과 콜롬비아 등 시장성이 좋은 일부 화훼류의 국내 시장 진입이 확대되고 있다(Song and Kim 2021). 국내산 절화 소비와 유통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입 절화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 파악 및 유통 시스템 구축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Kim and Lim 2021).
민간시장 및 공영시장 월별 판매 품목 비교
조사 기간인 5월부터 10월까지 월별로 민간시장과 공영시장에서 공통으로 판매되는 품목은 각각 70, 88, 79, 72, 65, 69개이다(Fig. 3A). 민간시장에서만 판매하는 품목 수는 같은 기간 각각 28, 43, 52, 44, 42, 36개, 공영시장에서만 판매하는 품목 수는 37, 23, 24, 28, 31, 29개였다(Fig. 3B). 민간시장과 공영시장에서 판매되는 품목의 수를 비교한 결과, 5월에는 공영시장에서 민간시장보다 9개 품목이 더 많이 판매되었지만, 6월부터 10월까지 민간시장에서 공영시장에 비해 각각 20, 28, 16, 11, 7개 더 많은 품목을 판매하였다. 소매 소비자들이 절화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포장방법, 가격 다음으로 꽃 종류의 다양성을 꼽았다는 선행 연구를 통해 소비자들은 다양한 품목을 중시하는 것을 알 수 있다(Im et al. 2022). 우리나라는 양재동 화훼공판장 총수량 기준으로, 4~5월에 국내 화훼거래가 집중되어 있어, 5월에는 국내 농가의 판매 품목이 민간시장보다 공영시장에서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aT 2022). 위 결과는 민간시장 품목이 취급 전체 품목이 아닌 조사를 위해 월 1회 방문한 날짜의 정보에 국한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민간시장 및 공영시장 전체 판매 품목 비교
조사 기간인 5월부터 10월까지 민간시장에서만 판매되는 품목은 전체 69개로, 해당 품목의 월별 판매 현황은 각각 25, 35, 40, 29, 33, 29개로 조사되었다(Table 3). 민간시장에서 판매되지 않고 공영시장에서만 판매되는 품목의 수는 전체 18개(Aging chive, Bee balm, Candytuft, Chamomile, Daffodil, Eulalia grass, Hibiscus, Lilyturf, Maiden saussurea, Moth orchid, Oriental garlic, Penstemon, Snapdragon, Solidaster, Sorbaria, Torch lily, Ussuri thistle, Viburnum)로 나타났으며, 해당 품목의 월별 판매 현황을 조사하였을 때 8, 10, 8, 11, 12, 10개로 조사되었다(Table 4). 연구 결과 민간시장에서만 판매되는 품목이 공영시장과 비교했을 때 약 3.8배 많았으며, 이는 공영시장에서는 대부분 국산 재배 절화를, 민간시장에서는 공영시장에 비해 많은 양의 수입 절화를 취급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간시장 단독 판매 품목 수가 40개로 가장 많았던 7월은 공영시장에선 가장 적은 8개로 나타났다. 민간시장에서 5월에만 거래되는 품목은 3개(Bleeding heart, Geranium, Styrax), 6월의 경우 2개(Humble plant, Korean early lilac), 7월은 10개(Atractylodes, Cleome, Common waratah, Godetia, Golden-and-silver honeysuckle, Money plant, Naples onion, Neomarica, Phalaris, Sunflower), 8월 1개 (Amaranthus), 9월 5개(Arnica, Bloodflower, Columbine, Heptacodium, Tawny daylily), 10월 5개(Aconitum, Aranthera, Myrtle, Sage, Silver wattle)로 나타났다. 공영시장에서 5월에만 거래되는 품목은 1개(Penstemon), 9월의 경우 1개(Hibiscus)이다. 5월부터 10월까지 민간시장 및 공영시장에서 공통으로 판매되는 품목은 총 119개이다(Table 5).
결 론
본 연구는 민간시장 절화 유통 현황을 강남터미널 꽃시장 대상으로 조사하고, 공영시장의 절화 유통 및 판매 현황과 비교하였다. 민간시장과 공영시장에서 판매되는 절화 품목 수를 비교했을 때 민간시장에서 판매되는 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대부분 국산 절화가 판매되는 공영시장에 비해 민간시장의 수입 절화 유통량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본 연구에서 조사된 민간시장 판매 품목은 조사 당일 특정 시간에 판매되는 품목에 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5월을 제외하고 공영시장의 각 월별 거래되는 품목에 비해 품목 수가 많았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품목별 가격과 총거래량은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품목을 요구하고 있어 국내 절화 유통에서 민간시장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민간시장에서 거래되는 품목, 수량, 금액 등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또한 판매되는 절화의 품질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아 소비자의 신뢰 구축이 어렵다. 민간시장에서 유통되는 절화 정보는 소비자들에게 투명한 거래 제공 및 신뢰 확보로 화훼 소비 인식 개선이 가능하다. 또한 지속해서 수요가 증가하는 수입 절화에 대한 품목, 가격 등의 조사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내 화훼 농가는 소비자들의 수요 파악을 통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간시장의 유통 정보 시스템 구축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