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오늘날 장미는 꽃의 크기와 모양, 색상, 향기 등 다양한 형질을 바탕으로 전세계에서 절화, 분화, 정원용으로 널리 이용 되고 있다(Yeon and Kim 2020). 화색은 장미의 관상가치를 결정짓는 대표적인 형질이며, 꽃잎 내 화색소 함량 및 보조색소 여부, 꽃잎 표피 세포의 구조와 액포 pH 등에 의해 농담이 조절된다(Glover 2014). 장미의 대표적인 화색소는 플라보노 이드(flavonoid)와 카로티노이드(carotenoid)로 분류된다 (Shin et al. 2022;Wan et al. 2019). 플라보노이드는 페놀계 (phenolics) 색소로 적색, 분홍색, 청색, 자주색을 나타내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과 주로 투명하거나 연노란색을 띄는 플라본(flavone), 플라보놀(flavonol), 플라바논(flavanone)으로 구분된다. 카로티노이드는 테르펜계(terpenes) 색소로 산소 분자 함유 여부에 따라 적색 계열 카로틴(carotene)과 황색 계열 잔토필(xanthophyll)로 구분된다. 플라보노이드는 시킴산 경로(shikimate acid pathway)를 통해, 카로티노이드는 메발론산 경로(mevalonate pathway)와 메틸에리트리 졸인산 경로(methylerythritol 4-phosphate pathway)를 통해 합성되며, 각각의 경로는 생물학적·비생물학적 요인의 영향을 받아 착색이 조절된다(Yeon and Kim 2021).
식물의 광수용체는 특정 파장의 광질을 통해 활성화되어 종자발아, 개화유도, 광형태형성, 광합성, 색소 합성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Paradiso and Proietti 2022). Peniche-Pavía et al.(2022)에 따르면 옥수수에서 UV-B 광은 MWB 복합체 구성 p1 유전자의 프로모터 부위 메틸기를 제거하여 전사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합성된 p1 단백질은 R2R3-MYB 복합체를 형성해 안토시아닌 생합성 구조유전자 로 알려진 RHS(glucose 4,6-dehydratase)의 발현을 증가시켜 안토시아닌 색소 함량을 높인다.
애기장대의 경우, 660nm에서 최대 흡수능을 가진 phytochrome A가 활성화되었을 때, 전사인자 phytochrome-interacting factor 1(PIF1)를 억제하고 카로티노이드 합성 구조 유전자 phytoene synthase(PSY)의 발현을 유도한다(Toledo-Ortiz et al. 2010). 한편, 전세계로 유통되는 많은 양의 장미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적도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광 환경과의 차이를 고려할 때, 광질 변화에 따른 화색 발현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미니 장미 품종을 대상으로 주요 광질이 화색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수행되었다.
재료 및 방법
식물재료
식물재료로 활용한 각기 다른 화색을 가진 분화용 미니 장미 5 품종(Roses Forever, Faaborg, Denmark)에는 ‘Berigamo’ (yellowish white), ‘Elpaso Yellow’(yellow), ‘Elpaso’(bicolor, yellow+orange), ‘Meggiore’(pink), ‘Maasland’(red)가 포함되었으며 경기도 고양시 소재 농가에서 구입하였다. 5 품종의 미니 장미는 삽목으로부터 3개월 묘령이었으며 생장이 완료되어 화아의 꽃잎 착색 전 단계(직경 약 1±0.5cm)의 개체를 선발하였다. 구입 후 분화는 서울시립대학교 환경화훼연구실 실내 생육상에서 1주일간 순화시킨 후 사용하였다. 순화환경 조건은 LED 백색광원 PPFD 300μmol·m-2·s-1, 18시간 광주기, 온도 25±3℃/20±3℃(주/야), 상대습도는 50±10% 로 유지하였다.
광질처리
실내 생육상 적응을 마친 미니 장미를 대상으로 2023년 3월 21일부터 3주간 광질처리를 실시하였다. 광질처리는 LED 디밍 시스템(HT20-RGB+FR+UV, Bissol LED, Korea)를 이용하여 백색광(W) 대조군(300μmol·m-2·s-1)과 백색광(210 μmol·m-2·s-1)에 적색광(R), 녹색광(G), 청색광(B), 원적색광 (FR), 자외선 B(UVB)을 각각 90 μmol·m-2·s-1를 함께 조사한 실험군으로 구분하였다(Fig. 1). 다만, 자외선 B의 경우, 광파장 분석기(SM110, Photon Systems Instruments, Czech Republic)의 측정 한계(311~800nm)로 일부 표기가 제한되었다. 광질 처리당 5~8개 꽃을 이용하여 발육 화색 특성을 분석하였다. 생육 환경조건은 광량 PPFD 300μmol·m-2·s-1, 18시간 광주기, 온도 25±3℃/20±3℃(주/야), 상대습도는 50±10%로 일정하게 유지하였다. 양수분관리는 장미 수경 재배 표준양액 기준에 따라 EC 2.0dS·m-1, pH 5.8로 조제 된 양액을 매일 100mL씩 저면관수하였다(Yeon and Kim 2020).
화아 발육 및 화색 특성
화아 발육 특성을 알아보고자 국립종자원의 장미특성조사 방법을 참고하였다(Bae et al. 2008). 수술과 암술이 육안으로 관찰되는 만개 단계에서 수확하여 꽃의 크기와 무게, 꽃 목 길이를 조사하였다. 수확한 꽃은 동일한 5,700K 주광색 형광등 조건에서 디지털 카메라(A2633, Apple, USA)로 촬영하였다.
가시적인 화색 발현 특성을 알아보고자 사진 촬영을 하였고, 색차계(CR-10, MINOLTA, Japan)를 이용해서 CIE의 Lab color를 분석하였다. 외곽 세번째 열 꽃잎 중심부위의 L*(lightness: 0~100), a*(green-red: -100~100), b*(blue-yellow: -100~100)를 측정한 후, McGuire(1992)의 수식을 이용하여 C*(Chroma; 0~100)와 h°(hue angle; 0~360°)값을 계산하였다.
또한 꽃잎의 화색소인 총 안토시아닌과 총 카로티노이드 함량을 분석하였다. 꽃잎을 세절하여 0.1g을 amber vial에 넣고 0.1% HCl methanol(안토시아닌 추출용) 또는 99.5% acetone(카로티노이드 추출용) 10mL에 침지하여 24시간 4℃ 암소 보관하여 색소를 추출하였다. 색소 함량은 UV-VIS spectrophotometer(UV-2450, SHIMADZU, Japan)를 활용하여 흡광도 측정을 진행했다. 총 안토시아닌(Murray and Hackett 1991)과 카로티노이드(Lichtenthaler 1987) 함량 은 아래 수식을 이용하여 계산했다.
-
Total Anthocyanins = A530 - 0.24 × A653
-
Total Carotenoids = (1,000 × A470 - 1.82 × Chloropyhll a - 85.02 × Chloropyhll b)/198
통계분석
통계분석 프로그램인 SAS 9.4(SAS Institute, Cray, NC, USA)를 이용하여 ANOVA(Analysis of variance)를 실시했 으며, 처리간 유의성은 DMRT(Duncan's Multiple Range Test) 5% 유의수준에서 분석하였다.
결과 및 고찰
화아 발육 및 화색 발현
육안으로 관찰했을 때, 광질에 따른 화색 발현 정도는 품종 간 차이가 뚜렷하여 광질 민감도로 품종 구분이 가능하였다 (Fig. 2). 특히 황색계열의 복색 품종 ‘Elpaso’와 분홍품종 ‘Meggiore’에서 비교적 화색 변화가 뚜렷하였다(Fig. 2). 화색은 녹색광(W+G)에서 옅어지고 자외선(W+UVB)에서 진해 지는 경향을 보였으며, 적색 및 분홍색 품종에서는 G의 효과 가 뚜렷한 반면, 백색 및 황색, 특히 복색 품종에서 UVB의 효과가 잘 확인되었다(Fig. 2).
이러한 가시적인 화색 변화 양상은 화아 발육 특성에서도 확인되었다. 광질별 화아 크기와 무게, 화경장에서 유의적인 차이를 보인 품종은 앞에서 언급한 광질 민감형인 황색계열 복색 품종 ‘Elpaso’와 분홍 품종 ‘Meggiore’이었다(Table 1). ‘Elpaso’에서는 원적색광(W+FR)에서 화아가 유의적으로 커지고 무거워졌으며 화경장도 증가한 반면, 녹색광(W+G), 청색광(W+B), 자외선에서 감소 경향을 나타냈다. ‘Meggiore’는 원적색광과 적색광(W+R)에서 화아 크기와 무게, 화경장 모두 증가하였으며 다른 광질에서는 대조군(W)과 유의적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원적색광은 광수용체 파이토크롬(photochrome) 을 통해 종자발아, 광합성, 지상부 생장, 개화 조절, 양분 대사 등에 관여한다(Demotes-Mainard et al. 2016). 적색 및 원적색광의 파장은 파이토크롬이 지베렐린(GA)과 옥신(IAA)을 조절하여 절간 신장 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반응들은 보다 꽃가루받이의 성공율을 높이기 위한 자원 재분배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었다(Rajapakse and Kelly 1994).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를 포함한 다양한 식물 종에서는 원적색광 조사에 따라 음지회피반응으로 초장 증가를 보고되었다(Franklin 2008). 장미 ‘Meijikatar’에서도 적색광대비 원적색광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절간의 길이와 줄기 신장을 확인할 수 있었고(Rajapakse and Kelly 1994), 본실험의 ‘Elpaso’화경장 증가도 이와 유사한 결과로 판단한다(Table 2). 한편, 선행연구에 따르면 장미, 국화, 캄 파눌라에서 청색광 대비 적색광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꽃의 무게가 증가했으며, 백색광 대비 청색광 실험군에서 장미 꽃 직경 변화가 없다(Abidi et al. 2013;Ouzounis et al. 2014). 자외선은 장미 꽃의 직경을 감소시키며 미니 장미의 초장과 엽면적도 감소시킨다고 보고되었다(Terfa et al. 2004). 본 실험에서도 광질 민감성 품종에서 선행 연구 결과와 유사한 경향을 보였으며, 이것은 품종마다 주된 화색소 차이로 볼 수 있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색차계를 이용한 화색 분석 결과, 분홍색 품종 ‘Meggiore’ 에서 적색발현 값(a*)은 모든 처리 광질에서 유의적으로 증가 하고 특히 적색광에서 64% 증가했으나, 황색발현 값(b*)은 모 든 광질 처리구에서 감소했다. 한편, 백색 품종 ‘Bergamo’와 황색 장미 ‘Elpaso Yellow’에서 적색발현 값(a*)은 광질에 따른 유의성이 없거나(W+R와 W+UVB를 제외) 녹색, 청색, 원적색 광환경에서 모두 유의하게 감소했다. 황색발현 값(b*) 또 한 녹색광, 청색광, 원적색광에서 모두 감소하고 적색광과 자외선 광질에서 다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Table 2). 한편 적색 품종 ‘Maasland’는 광질별 화색 값의 유의한 변화를 확 인할 수 없었다.
화색소 함량
품종별 광질처리에 따른 화색소 함량 변화를 위해 대표적인 화색소인 안토시아닌과 카로티노이드 총 함량을 꽃잎의 단위 무게당, 꽃 한송이당으로 구분하여 측정하였다(Fig. 3). 안토시아닌 함량은 적색 품종 > 분홍색 품종 > 황색계열 복색 품 종 > 황색 품종 > 백색 품종 순이었고(Fig. 3A, B), 카로티노이드 함량은 황색 및 황색계열 복색 품종 > 적색 품종 > 백색 품종 > 분홍색 품종 순으로 나타났다(Fig. 3C, D). 광질 민감형 안토시아닌 발현이 주된 적색계열 품종 ‘Maasland’와 ‘Meggiore’를 대상으로 광질처리 효과를 살펴보면, 총 안토시아닌 함량은 적색광, 원적색광, 자외선 보광 처리구에서 대조구보다 각각 19.0%, 28.8%, 6.4% 증가했고 녹색광과 청색광 보광 시 각각 17.8%, 19.0% 감소했다(Fig. 3). 황색 품종 ‘Elpaso Yellow’에서 총 카로티노이드 함량은 광질처리간 유 의미한 차이는 없었으나 자외선의 보광으로 19.6% 증가로 뚜렷했고, 녹색광 보광 시 현저히 감소했다.
단파장인 자외선은 식물체 광보호 기작을 작동시켜 식물체 내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 함량을 증가시켜 활성산소 억제 등 항산화 능력을 증진시킨다고 알려져 있으며(Guo et al. 2008), 본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장파장인 적색광은 광합성의 반응중심 광계Ⅱ와 광계Ⅰ이 흡수하는 주된 파장으로 높은 광이용효율을 가지고 있다(Ho et al. 2017). 하얀 꽃잎을 가진 장미 ‘Avalanche’를 대상으로 동일한 광량(250μmol·m-2·s-1)에서 백색광 대비 적색광에서 광양자수율(maximum PSII quantum yield) 증가와 당 및 전분 함량에 대한 안토시아닌 농도의 상관성이 보고되었다 (Bayat et al. 2018). 1차 대사산물인 당과 색소와의 연관성은 금어초 꽃잎에서도 확인되었으며(Ichimura et al. 2021), Li et al. (2014)는 애기장대에서 원적색광은 파이토크롬 A의 신호 전달을 통해 자스민산을 합성하고, 안토시아닌 생합성 구조유전자의 전사인자 MYB75의 발현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선행연구 결과에 따라 본 실험의 원적색광 또는 적색광의 처리는 높은 광양자수율을 바탕으로 지상부 생육 및 화색소 함량 증진에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한다(Bayat et al. 2018). 초기 생육 유사성을 확보하기 위해 처리별 유의적 차이가 없는 SPAD value를 나타낸 5 품종을 활용하였기 때문에(자료생략), 분홍색 품종인 ‘Meggiore’와 적색 품종인 ‘Maasland’의 약 40.5%~53.3% 증가한 꽃 크기는(Table 1) 적색광 처리 효과로 판단한다. 하지만 적색광과 원적색광을 포함한 장파장이 지상부 생육과 화색소 합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Bayat et al. 2018;Li et al. 2014).
선행 연구에 따르면 적색광은 높은 광양자수율과 관련된 화색소 합성에 필요한 전구물질 증가 및 파이토크롬을 통한 색소합성 구조유전자 발현 조절(Bayat et al. 2018;Li et al. 2014), 원적색광은 성공적인 수분을 위한 잎의 엽록소 함량, 지상부 생육, 화색소 함량의 자원 재분배, 자외선은 광수 용체를 통한 광보호기작을 통해 화색을 향상시킬 수 있다 (Demotes-Mainard et al. 2016;Rajapakse and Kelly 1994). 단일파장에 의한 화색 발현 효과는 광형태형성과 광합성, 광수용체와의 신호 전달과 연관되어 화색소 합성 과정에 관여하는 대사작용으로(Paradiso and Proietti 2022) 미니 장미의 화색과 생육 특성에 따라 그 작용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선행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본 실험에서도 이들 광질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화아형성 이후 개화까지 3주간의 짧은 광질 처리 및 300μmol·m-2·s-1광량의 적정성, 녹색광의 보조효과와 RGB 비율, UVB 강도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