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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는 정원활동이 생활화되어 다양한 기능 및 스타일의 정원 유형이 발전되었으며 현대 정원은 자연 생태 및 예술의 혼합 분야로 이용되고 있다(Choi and Seo 2015;Kim 2015;Lee et al. 2021;Yeon et al. 2023).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순천만국가정원 및 태화강국가정원의 운영으로 정원 문화 및 산업적 확대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법인·단체 및 개인 조성·운영의 민간정원 신규 등록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Kim 2020b;Lee 2021;Yeon et al 2022a), 전국 103개소(2023년 5월 기준) 중 2020년 이전 30개소, 이후 등록은 73개소로 최근 4년간 민간정원 조성이 2.4배 이상 급증하였다(KFS 2022).
정원의 조성유형 특성은 국가 및 시대 별로 상이하며, 국내 현대정원에 적용된 대표 디자인은 정형식 정원, 자연 정원, 정형 및 비정형의 복합식 정원, 신풍경 정원, 뉴저먼 스타일 등 이 있다(Yeon et al. 2023). 하지만, 정원의 지형, 기능, 면적, 디자인 양식 등 특성의 단일성 보다는 다양화를 추구하며 조성 및 관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Kim 2022;Yeon et al. 2023). 우리나라는 계절에 따른 기후 변화가 뚜렷하기 때문에 정원 내 식생 다양성을 확보 할 수 있으나 환경에 따른 식물의 생육 및 생리생태 관련 이해도가 높아야 지속적 경관 유지 및 관리가 가능하다(Kim 2021;Yeon et al. 2022a). 이러한 국내 정원문화 확산에 따라 일반시민 및 전문가 대상 교육 프로그램, 학술적 지원 등 산업 확장 및 안정화를 위해 관련 기초 자료가 필요하다(Lee 2021;Park et al. 2020;Yeon et al. 2022b).
우리나라 정원문화 이용 현황 조사를 위해 국립수목원 중심으로 정원 식생 및 식재 조합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Yeon et al. 2023). 국내 조성 정원 디자인 활용 경향성 및 향후 정원문화 방향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상기 연구의 일환으로 국내활동 정원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조성 디자인 트렌드를 분석하였다.
재료 및 방법
설문 응답 정원 디자이너 요건
정원 디자이너는 식재 및 구성 관련 설계 의도를 토대로 개인, 기업, 상업, 공동체, 공모전 등 다양한 목적과 규모의 정원을 조성한다(Jung and Choi 2021). 이러한 정원 디자이너 중 최근 5년(2018~2022) 국내·외 정원조성 활동 경력 보유 31명을 대상으로 국내 현대정원 조성 기법에 대한 트렌드 분석을 실시하였다. 설문 응답 정원 디자이너들은 국내·외 정원 박람회(garden show) 등 작가정원 초청, 수상, 조성 경력이 있거나 수목원 및 식물원 내부 정원조성 경험자였으며, 정원 설계·조성·관리 관련 단체 구성원 또는 프리랜서 대상으로 선별되었다. 해당 분야 경력은 5년 미만부터 20년 이상으로 원예, 조경, 산림 등 관련 전공자로 구성하였다. 설문 응답 정원 디자이너들의 활동 범위 및 경력의 다양성을 확보하여 국내 정원 트렌드 분석의 편중을 지양하였다.
국내 현대정원 조성 디자인 설문 항목
2022년 9월 2일부터 9월 20일까지 구글 폼을 활용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항목은 3분류로 설정하였고 정원 디자이너 관련 기본 정보, 조성 양식 및 테마, 식재 기법이 포함되었다. 정원 디자이너 기본 정보에는 성별, 연령, 소속 및 활동 유형, 경력, 전공을 설문하였으며 조성 양식 및 테마 항목에는 영감 받는 디자인 및 디자이너, 정원 조성 활용 테마(키워드), 활용 디자인 양식, 조성 계획(선호 정원 목적 및 기능, 관리 주기)이 포함되었다. 식재 기법 관련하여 정원 내부 구조물 활용 빈도, 중심 식재 분류군, 선호 초화류, 식재 밀도 및 식물 종 수에 대한 응답을 확인하였다. 식재 기법 중 식물 분류군은 정원의 상, 중, 하층부의 경관 연출 가능한 교 목(tree), 관목(shrub), 초화류(herb) 3그룹으로 설정하였으며, 이 중 초화류는 정원 식물로써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화훼 작물에 대한 생육 및 형태 특징을 고려한 원예학적 분류를 기준으로 그라스류(grasses), 양치류(ferns), 허브류(essential herbs), 이끼류(mosses), 잔디류(turfgrass), 관엽류(foliages), 다육 식물(succulents), 수생식물(hydrophytes), 조화(artificial flowers)로 재분류하였다. 다양한 설문 항목 중 영감 받는 디자인 또는 디자이너, 활용 테마, 선호 식물 종에 대한 답변은 문항에 대한 중복 선택(2~3개)이 가능하도록 설정하였다.
통계분석
통계분석 프로그램인 SAS 9.4(SAS Institute, Cray, NC, USA)를 이용하여 Student’s t-test를 실시하였고 처리간 유의성은 5% 유의수준에서 분석하였다. 정원 디자인 관련 주요어의 경우,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 기법 중 하나인 워드 클라우드(Kim 2020a) 생성기(wordcloud.kr)를 활용 하여 모든 제출 답변 및 중복 제출 수에 따라 핵심 단어를 분석하였다.
결과 및 고찰
국내 정원 디자이너 활동 현황
최근 5년 이내 활동 경력 보유 국내 정원 디자이너 31명 대상을 활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Table 1), 남성보다 여성 비율이 2.1배 높았고 이 중 20~30대는 40~60대 대비 1.8배 높은 활동율을 보였다. 5년 미만 활동 경력의 정원 디자이너는 51.6%, 6년~20년 38.8%, 21년 이상 3.2%이었으며 주로 20~30대의 경력이 5년 미만인 것으로 확인하였다. 정원 디자이너의 학력은 주로 대학 및 대학원 졸업(96.8%)이었으며(자료 생략) 전공은 원예학 24.3%(9명), 조경학 67.6%(25명), 산림학 2.7%(1명), 기타 5.4%(2명)로 대부분 식물 관련 전공자 (94.6%)들로 구성되었다.
또한 설문 응답 대상 정원 디자이너 31명은 다양한 형태 및 목적의 정원을 조성하였고 서울정원박람회, 순천정원박람회, LH 가든쇼 등의 전시, 국·공립 또는 사립 수목원 내부 정원, 카페 등 상업공간 정원 등이 포함된다. 이 중 최근 5년(2018 년~2022년) 이내 정원 조성 및 참여 경력은 연간 평균 1개소 (35.5%), 2.2~4개소(29.0%), 1.2~2개소(25.8%), 4.2개소 이상(9.7%) 순으로 높았다(Fig. 1A). 조성 정원 대상으로 유형을 확인한 결과, 주로 공모전 전시 및 초청(21.7%)과 공공기 관(21.7%)의 경력을 확인하였고, 이 외에도 개인(18.1%) 및 공동체(15.7%), 상업시설(14.4%), 실내정원(8.4%)을 디자인 하였다(Fig. 1B). 공모전 및 공공기관 정원 조성에 집중된 디자이너 활동은 우리나라의 정원문화 확산에 대한 방향성이 제한적임을 시사한다. 하지만 카페 등 상업 공간 및 실내 정원 조성 경력은 디자이너 활동 범위 확장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원문화 확산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신생 정원 디자이너의 활동 증가를 통해 우리나라 정원문화 현황을 이해 할 수 있으며 국내 디자이너들 활동 분석은 정원문화 수준의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국내 현대정원 조성 디자인
31명 국내 디자이너들의 정원 조성 활동 시, 디자인 영감 원천은 다양하지만 국내·외 정원 디자이너인 Piet Oudolf, Dan Pearson, 김봉찬이 각 2~5회 중복 제시되었다(자료 생략). 또한 주로 활용하는 정원 테마에는 자연, 자연주의, 생태, 식물문화, 기후변화, 자생력, 서식처 기반, 여러해살이풀, 지 속가능성 등 다양한 친환경 관련 키워드가 제출된 것을 확인 하였다(Fig. 2). 설문조사를 통해 언급되었던 Piet Oudolf, Dan Pearson, 김봉찬 등은 숙근초정원과 생태정원 관련 전시 및 조성으로 국내 지속가능한 정원 트렌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였다(Park 2015). 정원 양식 측면에서, 비정형 형태(52.4%) 또는 정형 및 비정형의 복합 양식 활용(47.6%) 에 대한 선호도가 유사하였던 반면, 정형식 정원 선호도는 없 었다(Kim 2022). 이러한 결과는 단일 양식 뿐만 아니라 복합 양식 활용 및 선호 관련 국내 기조성 80개소 정원 현황과 유사한 것을 확인하였다(Yeon et al. 2023).
정원 디자이너들의 정원 조성 고려 항목에 대해 살펴본 결과, 식물소재 및 식재 조합(36.1%), 주변 생태와의 조합(22.2%), 사후 관리 및 지속성(13.9%)에 대한 중요성이 72.2%로 높았던 반면, 정원구조물 배치, 양식 및 편의성, 실용성에 대한 고려 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Fig. 3A). 이러한 고려항목은 대체적으로 식물의 풍요로움을 통한 경관 감상, 명상, 휴양 등과 연관된(63.2%) 정원의 활용 목적 및 기능에 대한 선호도로 나타난 결과라 판단하였다(Kim 2022). 또한, 정원 내부 식물 소재 활용은 가벽, 벤치, 암석, 울타리, 기타 조형물 등 정원구조물 대비 1.5~4.0배 높은 구성율(2:8, 3:7, 4:6)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Fig. 3B). 정원 디자이너들이 기대하는 정원 관리 및 활동 주기는 식재 및 구조물 등의 구성요소와 디자인 등에 따라 상이했으나 최대 주 1회 또는 월 2회 가드닝 (54.9%)을 권유하였으며 최소 월 1회~연간 6회의 주기적 관 리(29.0%) 필요성을 제안하였다(Kim 2022). 이는 정원의 저관리와 지속가능성을 통한 이용도 향상을 위해 조성 계획을 진행한 것으로 사료된다. 다양한 비율의 식물 및 구조물 구성 은 양식, 목적, 이용 및 편의성 등에 따라 상이하기 때문에 디자인에 대한 주관적 해석이 가능하고 선호도가 다르다(Yeon et al. 2023).
국내 현대정원 식재 활용
정원구조물보다 높은 식재 구성 비율을 선호하는 설문 응답 31명의 디자이너들은 경관 연출이 가능한 상, 중, 하층 식생 활용도에 차이를 보였다. 정원 내부 식생 분류군중 하층 경관을 유지하는 초본류의 중요성을 가장 높게 평가하였던 반면, 관목의 활용도가 가장 낮았다(Fig. 3C). 식생 분류군 구성 비율은 정원 디자이너 활동 유형인 프리랜서와 단체 소속 유형에 따라서 상이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정원 디자이너는 단체 소속의 디자이너보다 관목 활용 비율이 약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Fig. 4) 대략 1:2:4~1:3:5인것으로 확인하였다. 이러한 비율 차이는 소속 단체의 정원 조성 지향성, 프 리랜서의 디자인 특성에 따라 상이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국내 조성 80개소 현대정원의 교목, 관목, 초본류의 식재 비율인 1:2:7~1:3:9보다 초본류 식재 구성이 다소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정원주들의 관리 주기, 식물 선호도, 환경(계절)에 따라 상이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사료된다(Yeon et al. 2022a, 2022b).
활용도가 높은 초본 화훼류 중 숙근초 선호도가 54.0%로 가장 높았으며 이는 1년생 또는 2년생 화훼류보다 약 2.3~2.5배 높은 수준이었다(Fig. 5A). 이러한 초본류의 형태 및 생태 특성에 따라 재분류를 실시한 결과, 저관리성 그라스류(29.8%) 와 생태 반영 양치류(20.2%) 및 이끼(8.5%) 활용도가 매우 높은 것을 확인하였으며, 경관 유지를 위해 일부 조화(9.6%)를 이용한 사례도 조사되었다(Fig. 5B). 형태 및 생리적 특성을 고려한 교목과 관목 선호도의 경우, 우리나라 환경을 고려하여 낙엽 활엽 교목 및 관목, 상록 침엽 교목 이용도가 72.9% 로 높게 나타났다(Kim 2022). 또한, 최근 열대 및 아열대, 지 중해, 건조 환경 등 다양한 이색 경관 정원 조성을 위해(Sohn 2012) 관엽식물(5.3%), 다육식물(2.1%), 허브 식물(13.8%), 수생식물(2.1%), 잔디(8.6%) 활용이 조사되었다(Fig. 5B). 다양한 식생 중 선호 종에 대한 답변에는 주로 수국(Hydrangea spp.), 고사리(Matteuccia 등), 비비추(Hosta spp.), 사초 (Carex spp.) 등이 2회 이상 중복 답변이 제출되었으며, 이 외에 공간의 성격 및 생태 환경에 따라 상이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Kim 2022). 정원 디자이너들이 정원 조성 시 설정 하는 식재 수량(본/주)은 약 1m2 기준 11~20본 35.5%, 약 10본 29.0%, 21~30본 25.8%, 평균 식재 밀도는 약 100m2 기준 11~20종 32.2%, 21~30종 25.8%, 31~40종 29.0%로 넓은 범위가 확인되었다(Fig. 6).
우리나라는 계절 및 위도에 따른 식물의 내한성 등이 상이한 기후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근 저관리형 식재 조합, 경관 우수성 등의 지속가능한 정원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Yeon et al. 2022b). 이러한 원예 산업의 흐름은 국내 활동 정원 디자이너들의 조성 활동에도 적용되어 생태환경 적용 및 친환경적 접근을 위해 숙근초 식재와 비정형적 양식 활용도가 높은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조화 이용을 더욱 줄이고 정원용 원예 소재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관 우수성 뿐만 아니라 정원 소재지의 환경 및 계절에 적합한 식물의 생육 조건, 관리 주기 등을 고려한 식재 계획이 필요하다(Yeon et al. 2022a, 2022b). 정원 디자이너의 지속적인 국내 활동을 위해서는 정원 식물의 생태 및 생리 반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이에 따라 관련 전문 교육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 예상한다. 본 연구를 통해 분석된 국내 활동 정원 디자이너들의 정원 조성 디자인 현황은 국내 현대정원의 양식 및 식물 소재 트렌드를 예측하여 원예 및 정원산업의 소비자 맞춤 소재 제공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