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으아리속(Clematis) 식물은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 에 속하는 다년생 덩굴성 숙근초로서 서식 환경과 기후에 따라 다양한 형태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Wang 1980). Lee(1967) 과 Wang(1980)의 분류체계에 의하면 으아리속 식물은 꽃차 례와 복엽의 수, 암술과 수술 털의 유무, 잎의 형태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는 약 400여종이 있으며, 국내에는 약 16개의 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국립수목원의 연구를 통하여 23종 의 으아리속 식물이 분류되었으며 꽃은 정단부 혹은 가지 끝에 서 원추꽃차례로 개화하며 다양한 화형과 화색을 가지고 있으 며 일부 종은 꽃받침이 잎처럼 보이는 특징이 있다(Gardner and Hokanson 2005). 으아리속(Gao et al. 2017), 발아식물 의 관상적 가치가 높아 화단과 울타리 식재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중요한 식물 자원 중 하나로 여겨진다(Song 2008).
우리나라의 유용한 자생식물 중에는 독특한 이를 타파하기 위한 적절한 종자 휴면 구명 연구가 필요하다. 종자휴면은 식물 의 종자가 발아하기 유리한 환경 조건이 되어도 발아를 하지 않 는 현상을 말한다(Bewley 1997). 종자의 휴면과 발아는 수분, 온도, 광 등 여러 외적 요인과 종자의 성숙도, 종피에 의한 수 분 불투수성, 발아억제물질 등의 내적 요인 등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다(Bewely and Black 1994). 특히 광과 온도는 종자 휴면 에서 가장 중요한 환경인자로 광 요구도에 따라 호광성, 혐광성 종자로 구분할 수 있다(Kwack and Kang 1985). Baskin and Baskin(2014)은 식물 종자의 휴면을 생리적휴면(physiological dormancy, PD), 형태적휴면(morphologicaldormancy, MD), 형태생리적휴면(morphophysiological dormancy, MPD), 물 리적휴면(physical dormancy, PY), 조합휴면(combinational dormancy, PY+PD)으로 5구분하였다.
최근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으아리속 식물의 종자, 삽목 등 다양한 번식방법에 대해 보고된 연구가 많지 않았다 (Kil 2014). 이는, 으아리속 식물의 활용 다양성에도 불구하 고 절화 또는 분화로 소량 유통되고 있는 등 상업적인 중요도 가 낮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으아리속 6종의 종 자휴면 유형에 대한 연구가 보고되었는데(Jang et al. 2023), 본 연구에서 수행한 식물종과 비교하는 것도 으아리속 종자휴 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연구는 으아리속 6종 (개버무리, 병조희풀, 자주조희풀, 사위질짱, 대구으아리, 참 으아리)을 대상으로 온도와 광처리에 따른 휴면과 발아특성을 조사하였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대상종의 종자휴면 유형을 분류하고 으아리속의 종자휴면 특성을 고찰하였다.
재료 및 방법
실험 재료 및 종자 내·외부 형태 관찰
본 연구에 사용된 으아리속 6종의 종자는 인천광역시 서구 소재의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종자은행에서 장기 저장 중 인 종자를 2020년 4월에 분양 받아 2020년 5월 13일에 실 험을 수행하였다. 개버무리(Clematis serratifolia), 병조희 풀(C. heracleifolia), 자주조희풀(C. ochotensis), 사위질빵 (C. apiifolia), 대구으아리(C. taeguensis), 참으아리(C. terniflora) 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다. 분양 받은 종자의 채종지와 채종일자는 Table 1에 정리하였다. 채종 이후 저장 기간은 식물 종에 따라 1~4년으로 다양하였기 때문에 실험을 수행하기 전 종자 활력을 측정하였다. 종자 활력은 1.0% 테트라졸리움 (Tetrazolium test) 용액을 이용하여 30℃, 24시간동안 침지처 리하여 착색정도로 평가하였고 10립씩 3반복으로 조사하였다. 개버무리의 종자 활력은 약 92.2%로 가장 높은 활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병조희풀, 자주조희풀, 사위질빵, 참 으아리 종자의 활력은 각각 65.0, 76.5, 76.5, 58.6%로 비교 적 활력이 높았으나 대구으아리의 경우 약 42.8%로 6종의 종 자 중에서 가장 낮은 활력으로 관찰되었다(Table 1). 기본적인 종자 특성인 종자의 길이, 배 및 배유의 길이를 측정했다. 종자 의 내부 형태는 디지털 USB현미경(AM 3113T Dino-Lite premier, Dunwell Tech Inc., USA)을 이용하여 종자의 발아 전과 후 시점에서 배의 형태와 크기를 관찰하였으며 50배 확대 하여 촬영하였다. 종자의 배(embryo)와 종자(seed)의 비율인 E:S ratio도 계산하였다(Chen et al. 2013).
온도와 광조건에 따른 발아
종자는 온도가 조절되는 발아상(HB-103-4, HanBaek Scientific Co, Korea)에서 배지에 치상하기 전에 1000mg·L-1 의 베노밀 수화제(FarmHannong, Seoul, Korea)에 24시간 동안 침지 소독한 뒤 증류수로 수회 수세한 후 치상하였다. 모든 실험 처리구는 90×15mm petri dish에 세척 건조된 강모래를 깔고 그 위에 종자를 20립씩 파종한 뒤 처리구별 완전임의배 치로 3반복 치상하였다. 온도조건에 따른 발아 반응을 확인하 기 위하여 소독된 종자를 변온 25/15℃(12h/12h)과 항온 5℃에서 각각 배양하였다. 광도는 약 27μmol·m-2·s-1 PPFD (Photosynthetic Photon Flux Density)의 광을 각각 12시간 동안 조사하였고, 암조건의 경우 petri dish를 aluminum foil로 완전히 광을 차단하였다. 또한 발아실험 중 petri dish의 습도를 유지 관찰하기 위해 수시로 수분을 공급하였다. 종자의 유근이 2.0mm 이상 출현한 것을 발아된 것으로 조사하였다. 발아율은 배지에 치상 후 2일마다 총 20주간 조사하였다.
통계처리
실험은 20립씩 3반복으로 수행하였고, 결과값에 대한 차이 를 Sigmaplot 11.0(SPSS Inc., IL, USA)을 사용하여 유의성 검정 및 그래프를 만들었다. SPSS 프로그램(version 20.0, Statistical Package for Social Science, Inc., IL, USA)을 이용하여 분산분석(ANOVA)을 하였고, Tukey’s honestly significant difference test(p<0.05)를 통해 5% 유의수준에 서 각 처리구 평균 간의 유의성을 사후 검정하였다.
결과 및 고찰
종자 내·외부 특성
으아리속(Clematis) 6종 종자의 외부형태로 종자의 길이는 약 4.0mm 정도였으며 종피는 연한 갈색 또는 진한 노랑색을 띄고 있다(Table 2, Fig. 1). 참으아리가 약 5.7mm로 6종 중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으며, 개버무리 종자가 길이 약 3.6mm로 가장 작게 나타났다(Table 2). 종자 내부의 배 는 둥근 타원 모양으로 종자의 하단부에 위치하고 있어 기 저형(basal) 유형으로 판단되었으며, 이는 미나리아재비과 의 다른 식물인 Thalictrum actaefolium, T. uchiyamae, T. ichangense와 비슷한 유형으로 조사되었다(Baskin and Baskin 1998; Lee et al. 2014). 실험이 시작되기 전 으아리 속 6종의 E:S ratio는 0.1~0.3으로 전체 종자에 비해 매우 작 았다. 하지만 유근이 2.0mm 이상 돌출되는 발아 시점의 E:S ratio는 개버무리, 병조희풀, 자주조희풀, 사위질빵, 대구으아 리, 참으아리의 종자에서 각각 0.9, 0.9, 0.9, 0.7, 0.8, 0.8로 133~700% 증가하였다. 종자의 E:S ratio는 미숙배의 발아 직전 추가적인 신장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지표이며, 종자가 형태적인 휴면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배의 크기가 종자에 비해 작다고 하여 모두 형태적인 휴면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긴잎끈끈이주걱(Drosera anglica) 의 경우, 초기 배의 크기는 약 0.24mm로 종자에 비해 작은 배를 가지고 있었지만 발아 시점에도 추가적인 배의 신장이 나타나지 않고 발아하였는데 이를 형태적휴면을 가지고 있 지 않다고 판단하였다(Baskin and Baskin 2005). 으아리속 6종은 배의 크기가 초기에 작을 뿐 아니라 발아 시점에 추 가적인 배의 신장이 일어났으므로 미숙배(underdeveloped embryo)를 가진 형태적휴면 특성이라고 판단된다.
미숙배를 가진 종자는 형태적 휴면 또는 형태생리적 휴면을 가지고 있다. 미숙배를 가진 종자가 적정 환경조건에서 30일 이내에 배의 신장과 발아가 완료될 경우에 형태적휴면으로 분 류하지만 배의 신장과 종자의 발아에 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거나 저온 또는 고온의 추가적인 휴면타파를 필요할 경우에 형태생리적 휴면을 가지고 있다고 분류한다(Baskin and Baskin 2014). 으아리속 6종의 온도 및 광조건에 따른 발아 실험 결과, 25/15℃의 명조건처리에서 개버무리, 병조희풀, 자주조희풀, 사위질빵 종자의 발아는 파종 직후부터 발아율이 급격히 증가하여 21 일차에는 각각 88.3, 83.3, 85.0, 75.0% 의 높은 발아율을 나타내었다(Fig. 2A). 하지만 대구으아리와 참으아리는 앞선 종과는 다르게 파종 후 42일에서도 발아율 이 각각 3.3, 0%로 낮았다. 이러한 양상은 암조건에서도 비슷 하게 나타났다(Fig. 2B). 개버무리, 병조희풀, 자주조희풀, 사 위질빵의 종자는 암조건에서 발아율이 급격히 증가하여 28일 차에 각각 88.3, 83.3, 86.1, 66.7%로 높게 나타지만 대구으 아리와 참으아리는 42일까지 발아율이 4%미만이었다. 이러 한 결과를 통해 개버무리, 병조희풀, 자주조희풀, 사위질빵 종 자는 생리적휴면은 없고 미숙배만 가지고 있는 형태적휴면을 가지고 있으며, 대구으아리와 참으아리는 형태적휴면과 생 리적휴면을 함께 가지고 있는 형태생리적휴면이라고 판단하 였다.
형태생리적 휴면(morphophysiological dormancy, MPD) 은 다시 simple type과 complex type으로 분류할 수 있는 데, 배가 신장하는 온도의 구간이 상대적 고온(15~20℃)이면 simple MPD이며 저온(0~10℃)에서 배가 자라면 complex MPD로 구분할 수 있다(Baskin and Baskin 2014;Geneve 2003). 정확한 분류를 위해서는 상대적 고온과 저온에서 배의 신장 양상을 확인해야 하는데 본 연구에서는 각 온도 구간에 서 배의 양상을 살펴보진 못했다. 하지만 25/15℃ 명조건에 서 배양한 대구으아리와 참으아리에서 발아가 42일부터 시작 되었으며 140일이 경과했을 때에는 최종 발아율이 각각 91.7, 80%로 높은 발아율을 나타냈다(Fig. 3A). 하지만 5℃ 명조건에서는 140일이 지나도 두 종 모두 발아가 전혀 이루 어지지 않았다. 이를 유추해볼 때 발아가 이루어질 때 배의 신 장이 일어나며(Fig. 1), 발아가 상대적 고온인 25/15℃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구으아리와 참으아리는 simple MPD라 고 판단된다. 휴면발아가 Baskin and Baskin(2004)의 분류 상 non-deep simple MPD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된 다. 암조건에서도 앞선 명조건 연구 결과와 같이 두 종 모두 상대적 고온인 25/15℃에서가 대부분 이루어졌다(Fig. 3B).
Jang et al.(2023)의 연구에서도 으아리속 식물 종자를 대 상으로 종자휴면 연구가 이루어졌다. 개버무리, 병조희풀, 사 위질빵, 참으아리 4종이 본 연구와 동일한 식물종이었다. 본 연구에서 개버무리, 병조희풀, 사위질빵을 형태적휴면을 가지 고 있다고 판단했는데, Jang et al.(2023)도 25℃에서 종자를 배양을 했을 때 30일 이내에 발아율(명조건/암조건)이 개버무 리(1.0% / 96.5%), 병조희풀(37.3% / 88.3%), 사위질빵(66.3% / 90.5%)로 조사되어 형태적휴면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참 으아리는 발아율이 10.0% 미만이었고 추가적으로 2주이상의 저온(4℃) 처리를 했을 때 발아율을 높일 수 있었다(Jang et al. 2023). Non-deep simple MPD가 저온에 의해서도 휴 면이 타파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 고온에서 종자의 휴면이 타파된 본 연구 결과와 상충되지는 않는다.
본 연구에서는 25/15℃에서의 발아를 관찰했으며 상대적 으로 낮은 온도인 15℃ 또는 20℃에서의 발아양상을 확인하 지 못했다. 종자가 30일이내에 발아가 완료가 되면 형태적휴 면만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25℃에 비해 20, 15℃ 등 에서 발아율이 떨어지게 되면 이는 non-deep PD를 가지고 있 다고 판단한다. 이는 종자의 휴면이 ‘conditionally dormant’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Baskin and Baskin 2004). 예를 들어 비비추속(Hosta) 종자 중 좀비비추(H. minor)는 미숙 배를 가지고 있지만, 25℃에서 30일 이내에 80%이상 발아 하였고 15℃에서는 발아율이 30%로 낮았으므로 일정 비율의 non-deep PD가 있다고 하였다(Ryu et al. 2019). 또한 저 온처리 이후 발아율이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형태생리 적휴면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으아리속 식물 종자의 명확한 휴면유형 분류를 위해서는 다양한 온도조건에서 발아 양상을 확인하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를 통해 개버무리, 병조희풀, 자주조희풀, 사위질빵 은 형태적휴면을 가지고 있고 발아에 적절한 온도 조건만 충 족된다면 30일 이내에 발아를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대구으 아리와 참으아리의 종자는 non-deep simple MPD의 특성 을 가지고 있으며 25/15℃조건에서 3개월 이상의 배양을 필 요로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으아리속 식물종이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에 서식하며 자연상태에서 겨울을 거치지만 종 자 휴면 타파에 있어 반드시 저온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으아리속 종자가 가을과 겨울에 발아를 하지 않 고 이듬해 봄에 발아를 하는 것은 단지 저온이 발아에 적합한 온도 조건이 아닌 것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