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경제 사회 발전과 함께 정원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와 기능의 정 원들이 소개되고 있다. 1980년대에는 주로 부유한 소수 계층 의 상징으로 사교에 이용되었던 반면, 2000년대 이후에는 개 인의 건강, 가족간 친화, 공동체 활동 등을 목적으로 여러 형 태의 민간 정원이 활성화되고 있다(Kim 2020). 민간정원의 확 대는 관련 법 개정과 함께 정부 및 지자체 수준에서 정원 관 련 박람회, 컨퍼런스, 콘테스트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실시 되었고, 국가 및 지방 정원 등록이 활발해지고 있다(Lee 2014;Yeon et al. 2022).
국내 정원 조성은 1990년대 들어 코티지(cottage), 컨트리 (country), 패밀리(family) 정원 등 유럽식 혹은 자연풍경식 양 식을 추구하기 시작하였고, 다양한 정원식물에 대한 관심과 식재가 점차 활발해졌다(Kil and Kim 2014;Kim 2020). 외국 으로부터 정원식물 도입은 국내 정원의 경관성과 다양성을 증 진시켰으나 우리나라의 여름철 고온 다습과 겨울철 저온 건조 의 뚜렷한 사계 환경은 식물을 지속적으로 건전하게 유지하는 데 쉽지 않은 조건으로 많은 유지관리 노력이 요구되었다(Kil and Kim 2014;Kim et al. 2021). 정원은 내부 구조물, 식생, 주변 경관을 고려하여 조성되기 때문에 장소성에 따른 계절과 미기상 특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Yeon et al. 2022). 국내에 서 개최되는 여러 정원 콘테스트에서는 조성된 정원을 존치하 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나, 대부분 특정 계절에 조성되어 당 시 수급가능한 식물소재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경 관을 우수하게 유지하기는 한계가 있다(Hong and Lee 2019). 정원의 우수한 경관과 환경적 가치를 유지하고 향상시키기 위 해서는 지속적인 유지관리 활동과 함께 식재 소재 선택도 매 우 중요하며, 식물의 생장 및 개화 특성, 환경에 대한 생리· 생태적 반응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Yeon et al. 2022;Young 2017). 최근 정원문화가 확산되고 신규 조 성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종류의 식물을 도입하는데 관심이 늘 어나고 있으나 실제로 식재하고 유지되는 현황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실정이다(Kim 2015). 이와 관련하여 국립수목원을 중 심으로 정원 식물종에 대한 정보구축과 식재조합에 관한 연구 가 진행되고 있으며, 우수 경관 정원들의 계절별 변화 모니터 링을 실시하고 있다(Kim 2020: Kim 2021). 상기 연구의 일환 으로 우수 경관 정원들을 대상으로 식재 특성과 계절별 정원 의 경관 특성을 통해 정원 조성 및 문화 확산을 위한 기초자 료를 확보하고자 식재 종류와 구성, 색채분석을 조사하였다.
재료 및 방법
대상 정원 선정
사전 온라인 조사를 통해 경관의 우수성과 화제성, 유지관 리 분야를 지표화해서 정원 관련 학계, 산업계, 연구소 등의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여 최종 4개소를 대상 정원으로 선정하 였다(Table 1). 경관의 우수성은 주변 환경과의 조화, 식물 건 전성, 식재 조화, 색채 우수성, 정원 관리수준(청결도 등)을 세 부지표로 설정했으며, 화제성은 우리나라 국민의 세대별 이용 도가 높은 SNS의 노출 빈도와 티켓 판매량을 세부지표로 설 정했다. 각 세부지표들은 1~5척도로 평가했다. 최종 선정된 정 원은 화가의 정원산책(Private garden with an artis walking), 서울숲 오소정원(Oso garden in Seoul Forest), 서유숙정원 (Outdoor garden of Seoyoosuk stay), 강동구청 휴게정원 (Outdoor garden of Gangdong-gu office) 4개소였으며(Fig. 1), 계절별 조사는 봄(4~5월), 여름(7~8월), 가을(10~11월)에 하였 고, 겨울은 제외하였다. 정원 분석은 정원의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구역(10×10㎡)을 표본으로 정해서 계절별로 반복적 으로 실시하였다. 정원별 표본위치는 Kim(2021)에서 제시하 였다.
식재 분석
식재 분석은 표본 구역 내 식재 현황을 도면화하고 식물 종 류와 수량을 동정하는 식으로 실시하였다. 식물 동정은 국가 표준식물목록(KNA 2022)과 The Plant List(2022), American Horticultural Society A-Z encyclopedia of garden plants (Brickell 2004)을 기준으로 하였다. 출처가 불분명하고 재배 품종 동정이 어려운 원예종들은 대표 종으로 표기하였으며, 조사된 식물 분류군을 교목(tree), 관목(shrub), 초본(herb)으 로 구분하여 식생 상하층의 구조를 분석하였다.
색채 분석
정원의 계절별 색감을 파악하기 위해 색채 분석을 실시하였 다. 색채분석은 Kim and Seo(2021)의 방법을 응용하였다. 동 일한 시간 대 같은 지점에서 자연광 조건에서 동일 구도를 카 메라(SM-G991N, Samsung)로 촬영하였다. 촬영한 사진(해상 도 200dpi)은 캘리브레이션(X-rite Eye-One Xtreme iO bundle) 된 컴퓨터 모니터에서 Adobe Photoshop CS6 프로그램을 활 용하여 white balance(WB)를 맞춘 후 주조색(base color), 보 조색(assort color), 강조색(accent color)을 확인하였다. 이 때 주조색은 사진에서 60-70% 이상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보 조색은 약 20-30%, 강조색은 약 5~10% 수준으로 설정하였다 (Park et al. 2015). 색상 값 측정을 위해 육안으로 주조색, 보 조색, 강조색을 구분하여 구역을 지정하고, 구역 내 유사한 색 상을 10회 반복 측정한 후 Lab 평균값을 도출하여 RGB값으로 환산하였다.
결과 및 고찰
계절별 식재 특성
대상 정원 4개소의 전체 식재 종수는 계절별로 봄 103, 여 름 116, 가을 130 분류군으로 봄>여름>가을 순으로 나타났다 (Table 2). 계절에 나타난 식재 종수를 중복(초본 27분류군) 포함해서 산술적으로 모두 합산하면 376분류군이었고, 이것을 층위로 구분하면 교목:관목:초본 구성 비율이 1:2.6:8.8인것으 로 평가되었다. 국내 정원의 구성비율에 대한 기존 보고와 유 사하였다(Yeon et al. 2022). 계절별로도 유의적 차이는 없었 다(Fig. 2). 교목의 수는 추가 식재 및 제거 없이 계절별로 차 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관목과 초본 종수는 계절과 함께 증가 하여 봄에서 가을로 진행될수록 더 많은 분류군들이 확인되었 다. 관목 수는 봄을 기준으로 여름에는 64%, 가을에는 100% 증가하였으며, 초본 수는 각각 6%, 15% 증가했다. 이러한 증 가는 관목의 경우 겨울철 이후 전정이나 고사 등으로 신초가 발아하기 전까지 수관부 형성이 없을 때 동정에서 제외하였 고, 이후 지상부가 생장하면서 수형을 갖추거나 추가 식재 결 과로 판단되며, 초본의 경우 대부분 새로운 식재 활동에 의한 것이었다.
교목과 관목의 합 대비 초본의 비율은 봄에 가장 높아서 봄 3배, 여름 2.3배, 가을 2.1배로 나타났으며, 이것은 상대적으 로 많은 관목류들이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진행되면서 왕성 한 생장과 개화 특성을 보이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대상 정원 별로 식재 수종에 대한 양적, 질적 차이에 대해서는 이미 보고 하였고(Yeon at al. 2022), 본 논문에서는 계절별 식재 특성 변화를 중점적으로 알아보고자 개별 정원보다는 평균치로 이 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계절별로 정원에서 확인된 식물 종류 는 봄, 여름, 가을 모두 확인된 분류군(중복 제외)은 교목 10, 관목 22, 초본 43로 조사되었다(Table 2). 초본의 변화가 많았 는데 봄-여름 사이 23, 여름-가을 31로 확대되었으며, 봄에만 확인된 것들이 15 종류로 여름 6, 가을 6 종류보다 많았다. 봄 식재 및 개화 초본의 경우, 계절에 따른 지상부 고사 등의 부 피 및 형태 변화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정원 관리 시 식 물의 생리적 특성과 생장 과정을 유의해야 한다.
계절에 따른 대상 정원들의 평균 분류군의 경우 봄에는 교 목 3.0 분류군(10.3%), 관목 5.3 분류군(18.1%), 초본 평균 20.8 분류군(71.6%)으로 구성되어 초본 비율이 높았다. 봄철 대표식생은 박태기나무(Cercis chinensis), 산사나무(Crataegus pinnatifida), 라일락(Syringa vulgaris), 삼지닥나무(Edgeworthia chrysantha), 자엽안개나무(Cotinus coggygria), 양국수나무 (Physocarpus opulifolius ‘Diabolo’), 무늬산미나리(Aegopodium podagaria ‘Varigatum’) 등으로 확인되었다. 여름에는 관목이 봄 보다 6.0% 증가하여 평균 8.0 분류군, 초본은 7% 증가하여 22.8 분류군이었다. 여름철 대표식생은 수국(Hydrangea macrophylla), 떡갈잎수국(Hydrangea quercifolia), 산수국(Hydrangea serrata for. acuminata) 등 수국류로 지상부의 활발한 생장과 개화가 진행되면서 정원 증충부의 시각적 부피감을 제공하였다. 니포 피아(Kniphofia uvaria), 비비추(Hosta spp.), 부처꽃(Lythrum salicaria subsp. anceps), 블루세이지(Salvia farinacea), 사초 (Carex spp.), 숙근플록스(Phlox spp.), 안젤로니아(Angelonia angustifolia) 등 초본들의 지상부가 급격히 생장하면서 하층부 의 다양한 색감을 제공하여 경관성을 상승시켰다. 가을에는 교목 3.0 분류군(8.2%), 관목 9.5 분류군(25.9%), 초본 24.3 분류군(66.0%)으로 봄과 여름보다 식재 종수가 16~27% 증가하 였다. 가을철 대표식생은 단풍나무, 남천(Nandina domestica), 김의털(Festuca ovina), 낚시귀리(Chasmanthium latifolium), 참 억새(Miscanthus sinensis), 갯국화(Chrysanthemum pacificum), 천일홍(Gomphrena globosa), 해국(Aster spathulifolius) 등으 로 나타났다. 낙엽으로 색채를 잃어가는 가을 정원을 단풍과 개화가 경관의 다채로움을 제공하였다. 현장조사 과정에서 계 절별 정원 경관의 질적 차이는 없었으며 이것은 대상 정원들 이 지속적으로 잘 유지관리 되었고 정원사들의 활동이 꾸준했 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특히 정원의 경관은 계절과 관계없이 식생들의 지상부 생장으로 인한 부피 확대와 개화 시기에 대 한 정원사들의 이해와 적절한 관리 유무에 의해 결정되고 있 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생의 구성보다는 식생의 생장과 개 화에 대한 이해 기반 유지관리가 정원 경관성에 크게 기여한 다고 할 수 있다. Yeon et al. (2022)가 보고한 36개소 정원에 서 식재 빈도가 높았던 식생인 나무수국, 단풍나무, 비비추, 일본조팝나무, 서양톱풀(Achillea millefolium), 부처꽃 등 역 시 조사에서도 많이 이용되었다.
계절별 색채 특성
계절 변화에 따라 정원의 색채 변화도 뚜렷하였다(Table 3). 개별 대상 정원들의 계절별 경관 사진은 기존 자료(Kim 2021) 에 제시되어 있다. 계절별 색채 분석 결과, 봄부터 여름까지는 주조색이 초록색, 짙은 초록색 계열로 분석되었으며, 이것은 기온과 일사량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지상부 생장이 왕성 하여 수관부가 커지고 부피감이 증가한 결과로 판단된다(Suh et al. 2005). 가을 주조색은 녹갈색 계열로 분석되었으며, 가 을철 식생들의 지상부 황화, 단풍, 낙엽 과정이 진행된 결과이 다(Suh et al. 2005). 여름철 정원의 주조색 R(red), G(green), B(blue)값이 봄철보다 각 18.3%, 9.9%, 33.9% 감소하여 녹색 의 채도가 더 높았고, 보조색은 계절과 상관없이 모두 명도가 높은 갈색 계열로 분석되었다(Table 3). 이것은 수관부 외에 수피와 지면 등의 색상이 반영된 결과이다. 한편, 강조색은 관 목의 반엽 무늬, 초화류의 화색, 기타 벤치나 돌담 등에서 추 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봄에는 분홍색과 적색 계열, 여름에 는 백색과 남청색, 가을에는 갈색이 강조색으로 추출되었다 (Table 3).
정원의 경관성은 계절에 따른 식재 식물의 형태와 색깔 변 화에 따라 가장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식생 종류와 식재 구성이 중요하다(Yeon et al. 2022). 봄에는 하층 식재가 정원 의 포인트 역할을 하게 된다. 이것은 대상 정원 4개소 모두에 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개화 구근을 포함한 다양한 초화 류 꽃들이 아직 생장 초기인 교목과 관목의 잎과 색채적으로 큰 대비를 가져오고 낮은 경합으로 인한 여유 공간으로 인해 안정적인 경관을 제공하고 정원의 강조와 대비 요소도 분명하 였다(화가의 정원산책 사례). 한편, 여름에는 교목과 관목이 왕성하게 생장하면서 수관부가 커지고 치밀해짐에 따라 하부 음지 면적이 증가하고 장마 등으로 다습 환경이 조성되면서 초본들의 도장과 생장 경합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일부 정원에서 여름철 과번무와 도복, 도태 반응이 나타나면서 식 생 건전성이 감소하고 정원의 구조적 안정감도 낮아졌으며, 치밀하고 무성한 잎과 줄기들로 인해 포인트 경관성이 잘 드 러나지 않았다(오소정원 사례). 반면, 여름철 식재밀도를 지속 적으로 낮게 관리하면서 경관성을 유지한 사례도 있다(서유숙 정원 사례). 가을에는 지상부 황화와 고사, 단풍, 낙엽이 진행 되면서 색감의 변화와 수관부 부피 감소가 느껴지면서 봄, 여 름과는 전혀 다른 색감과 질감의 계절 경관이 제공되지만, 지 속적인 정원 관리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무질서도가 증가하면 서 계절감은 오히려 경관성을 감소시켰다(오소정원 사례).
본 연구를 통해 우수경관 정원 조성 및 관리 기준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우수 경관 정원을 대상으로 계절별 식 생 변화와 색채 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대상 정원 4개소 모두 유사한 식재 구성과 계절별 색채 특성을 나타냈다. 현장 조사와 자료 분석을 통해 우수 경관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식재 구성, 식재 식물의 건전성, 계절별 식 생의 생장변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며 지속적이고 안정적 인 정원관리 체계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지역별 기후와 정원별 미기상에 따라 식생들의 생장 및 개화 반응이 달라지므로 지속적으로 사례를 분석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