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만병초(Rhododendron brachycarpum)는 우리나라 설악산, 오대산, 지리산, 울릉도 등 고산에 드물게 자생하며 진달래과 (Ericaceae)의 철쭉속(Rhododendron)에 속하는 상록 관목이 다(Kim et al. 1991). 내음성과 내한성이 강하며 꽃이 매우 아 름다워 관상수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Hong et al. 1983;Lee et al. 1982). 유럽과 북미에서는 지난 200여 년간 만병초 육 종을 통해 화려하고 다양한 화색의 원예품종들을 소개하고 대 부분 정원 화목류로 이용되고 있다(Sim et al. 2011). 크고 아 름다운 화서와 상록인 잎이 관상가치가 뛰어나 최고의 정원 관목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미 1960년대 호흡기작 연구가 진 행되었고(Bourne et al. 1965), 최근에는 수분스트레스와 관련 한 개화 반응 연구가 보고되었다(Sharp et al. 2009).
우리나라는 80년대 본격적으로 번식과 재배 방법을 구명하 기 위해 종자 발아(Lee et al. 1982), 생육환경(Hong et al. 1983), 재배요건(Hong et al. 1984)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었 다. 하지만, 고산식물로 생장이 더디고 자생지 외 평지 적응이 어려워 이후 자생 만병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관련 연 구도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도 정원 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조경수 이용과 함께 희귀 및 멸종위기 자생식물 도입 시도가 대두되었다(Kong 2004). 이와 함께 자생 만병초 도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기면서 일 부 연구자들 중심으로 자생지 환경생태분석(Lee and Shim 2011), 내한성 관련 형태 및 생리적 특성(Lee et al. 2011), 유 성번식(Lee et al. 2014)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자생 만병초가 서울과 같은 도심환경에서 매년 안정적으로 개화를 관상하기는 쉽지 않으며 이것은 전년도 여 름부터 이듬해 봄까지 긴 화아 발육 기간 동안 수체를 안정적 으로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평난지 환경에서 화아 발육을 안정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화아 유도와 발 달 과정에 대한 생리학적 정보와 이해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본적인 정보가 거의 없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화아 발육 정도에 차이를 보이는 울릉도 자생 만병초 군락지 두 곳 을 대상으로 서식 환경과 수체 생체정보를 수집, 비교 분석하 였고, 특히, 잎의 탄수화물 축적이 화아 발육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재료 및 방법
만병초 군락지 환경 특성
울릉도 성인봉에 위치한 만병초 군락지 두 곳을 대상으로 서식환경을 조사하였다. 5월 말부터 6월 초 기간 현지 탐사를 통해 만병초 군락지를 발견, 서식지 위치와 고도, 경사 방향과 경사도 정보를 조사하였다. 또한 군락 면적과 서식 개체수, 개 체의 평균 수고(plant height)와 개화 신초 비율을 조사하였 다. 군락 환경 특성을 알아보고자 군락 내외 광량을 휴대용 일 사계(DX-200, Digital illumination meter, INS, Taipei, Taiwan) 로 측정하여 군락의 차광 수준을 확인하였다. 또한 기온과 상 대습도(Testo 610, Portable Digital Temperature/Humidity Meter, Testo, Lenzkirch, Germany)를 측정하였다.
조사대상 군락지 내 구획을 2등분하고 각 중심 지점의 표토 낙엽층을 제거한 후 15cm깊이로 토양을 채취하였으며 서울시 립대 환경화훼연구실에서 분석하였다. 토양 이화학적 특성은 SSSA(Soil Science society of America)의 토양분석법(Method of Soil Analysis)을 준용하여 분석하였다. 산도(pH)와 전기전 도도(EC)는 토양시료를 증류수와 1:5 비율로 진탕하여 측정하 였다(Thomas 1996). 토양의 유기물함량은 Walkley-Black법 (Nelson and Sommers 1996), 유효 인산은 Bray No.1법(Kuo 1996)에 따라 분석하였다. 양이온치환용량(CEC)은 Kjeldahl 분석기(Kjeltec 2300, Foss, Hilleroed, Denmark)를 이용하여 분석하였으며, 치환성 양이온(K, Ca, Mg, Na)은 1M NH4OAc (pH 7.0)용액으로 침출하여(Sumner and Miller 1996) 원자흡 광분광광도계(AA-6800, Shimadzu, Kyoto, Japan)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토양의 전 탄소(T-C) 및 전 질소(T-N) 함량은 원 소분석기(Vario max CN, Elementar, Langenselbold, Germany) 를 이용하여 정량 하였다. 토성분석은 micro-pipette법(Miller and Miller 1987)을 이용하였다.
군락지별 만병초 생육 특성
군락지별로 화아 형성 유무에 따라 신초 당 엽수와 SPAD 지수(SPAD-502, Minolta, Tokyo, Japan)를 현장에서 조사했 다. 채집해 온 잎 시료를 대상으로 엽면적(LI-3000A, LI-COR, Lincoln, NE, USA)과 건물중(70℃에서 72시간 건조)을 측정하고 상대엽면적(specific leaf area, SLA)을 계산하였다. 잎의 엽록소 와 카로티노이드 함량을 분석하고자 생체 잎 중심 부위 0.1g을 세절하여 acetone을 10mL씩 넣은 amber vial에 침지 후 4℃ 에서 24시간 암소 보관한 다음, UV-VIS spectrophotometer (UV-2450, Shimadzu, Kyoto, Japan)로 추출된 색소의 흡광도 를 측정하였다. 엽록소와 카로티노이드 함량은 아래와 같은 수식을 이용하여 산출하였다(Linchtenthaler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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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loropyhllTotal = chlorophyll a + chlorophyll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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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rotenoidTotal = (1,000 × A470 - 1.82 × Chl. a - 85.02 × Chl. b)/198
또한 잎의 건조시료를 이용하여 전 탄소(T-C)는 흡광분광분 석기(UV-2450, Shimadzu, Kyoto, Japan)를 이용하여 파장 625nm에서 정량 하였고, 전 질소(T-N)는 질소증류장치(Kjeltec 2300, Foss, Hilleroed, Denmark)를 이용하여 분석한 다음 탄질 비(C/N)를 계산하였다.
통계분석
통계분석 프로그램인 SAS 9.4(SAS Institute, Cray, NC, USA)를 이용하여 ANOVA(analysis of variance)와 DMRT(Duncan’s multiple range test) 분석을 수행하였으며, 유의 확률 5% 수준으로 설정하였다.
결과 및 고찰
울릉도 서식지 환경 및 군락 특성
서식지 A는 울릉군 북면 나리 천연림으로 남서향 능선에 위치하였고, 서식지 B는 울릉군 서면 남양리 천연림으로 남동 향 사면에 위치하였다. 두 곳 모두 고도 400m 이상, 경사도 20~50°정도의 험준한 고산지대로 서식지 A는 차광 80%, 서식 지 B는 40%로 상대적으로 투광 정도가 양호하였다(Table 1). 탐사 기간인 5월말부터 6월초 서식지 기온은 낮 동안에도 1 8℃ 수준으로 서늘하였고 RH 60% 이상 습윤한 미기상을 나 타냈다(자료 미 제시). 서식지 A에 비해 서식지 B가 상대적으 로 고도가 높고 경사가 심해 상층 식재 수종이 적고 밀도가 낮아 군락 내 투광 정도가 높았다(Table 1).
서식지 A는 면적 약 100m2에 54개체가 군락을 이루고 있 었으며 한 개체만이 화아를 형성하고 있었다(Table 1, Fig. 1A-C). 서식지 B는 면적 약 300m2에 100여 개체가 군락을 형 성하고 있었으며 30개체 이상이 화아를 형성, 개화 가능한 것 으로 확인되었다(Table 1, Fig. 1D-F). 군락 밀도는 서식지 A 가 다소 높았으며, 식물체의 수고는 평균 값이 거의 유사하지 만 최고치는 서식지 B에서 관찰되었고, 이들 대부분 수령이 높아 보였다(Fig. 1D-F). 한편 서식지 A의 만병초 군락은 대체 로 유년 상태로 관찰되었다(Fig. 1A-C). 교목 하층의 서식 환 경을 고려할 때 서식지 B가 상대적으로 투광 조건이 양호하고 개체 밀도가 낮아 식물 생육에 다소 유리하고 화아 형성 개체 도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서식지의 토양 이화학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Table 2), 두 곳 모두 사양토(sandy loam)로 모래가 각각 57%과 48%를 차 지했다. 유기물 함량은 토양 보수력, 비옥도 및 토양구조 등 토양 기능에 중요한 요인으로 식물 생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서식지 A와 B 토양의 유기물 함량은 각각 10.8%과 6.5%로 나타났다(Table 2). 이는 Hwang et al.(2014)에 의해 조사된 34지역의 만병초 군락지 토양의 평균 유기물 함량 (12.5%)보다 다소 낮았지만, 우리나라 산림 토양의 평균 유기 물 함량(4.5%)보다는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Jeong et al. 2002). 한편 서식지간 유기물 함량 차이가 다른 토양 양 분 인자들의 차이도 가져왔다고 판단된다. 유기물 함량이 높 았던 서식지 A에서 전 탄소, 전 질소, 유효인산, 치환성 칼슘, 마그네슘 및 칼륨 그리고 양이온치환용량이 서식지 B에서보 다 공통적으로 높았다. 반면 C/N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들 토양 인자 값은 Hwang et al.(2014)이 만병초 군락지 34지역 에서 측정한 토양 인자 값과 유사하거나 다소 높았다. 토양 산도의 경우, A 토양의 pH값이 4.8로, 이는 다른 만병초 군락 지와 비슷하였다. 반면 B 토양은 pH 4.3으로 다소 낮았다. 산 도 차이는 인산 유효도 차이(약 5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고도, 경사, 산도, 전 질소와 유기물 함량 등은 식생 분포와 상관관계가 높은 환경인자로서(Hwang et al. 2014) 상 대적으로 높은 고도의 가파른 경사에 위치한 서식지 B에서 상 대적으로 산도와 유기물, 무기 양분이 낮은 원인으로 생각된 다. 이것과 함께 상대적으로 높은 C/N은 앞서 언급한 양호한 광 환경과 함께 서식지 B에서 화아 형성을 유도하는 데 효과 적이었을 것이다.
군락지별 만병초 생육 특성
서식지 A, B에서 화아를 형성하는 신초와 화아 대신 잎눈 이 가진 신초 간 생체 정보를 조사하였다(Table 3). 평균 엽수 는 서식지 B에서 다소 높았으나 통계적 유의하지 않았고 엽면 적은 서식지보다는 화아 형성 유무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보 였으며(화아 형성 신초에서 감소), 잎의 건물중은 화아 형성 유무보다는 서식 환경에 영향을 받아 서식지 B에서 현저히 높 았다. 상대엽면적(SLA)은 정확히 반대 경향을 보였다. SPAD 지수 역시 서식 환경과 화아 형성 유무 모두 영향을 받아 서 식지 A에서, 화아 형성이 되지 않고 잎눈이 전개된 신초 잎에 서 낮았다. 낮은 광 조건과 잎눈에서 전개된 잎의 엽색이 상 대적으로 연하게 관찰되었다. 엽록소 함량이 서식지 간 차이 를 보였으나, 카로티노이드 함량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경향을 보이지 않았다(Table 4). 단위 잎의 전 탄소(T-C) 함량(%)과 전 질소(T-N) 함량(%)은 서식지 B에서, 화아 형성 신초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을 보였으나, T-N에서만 유의성이 인정 되었다. 반면 T-C는 서식지 및 화아 형성 유무에 따른 유의적 인 차이를 보이지 않아 결과적으로 C/N은 화아 형성 신초에 서 낮아지는 반대 경향을 초래하였다(Table 4).
서식지별 화아 유무별 신초의 엽수 및 엽 건물량이 다른 점 을 고려하여 신초 당 전체 잎 내 축적된 총 동화산물과 화아 형성 관계를 알아보고자 서식지를 통합하여 화아 형성 신초 (FBS)와 잎눈 형성 신초(LBS)의 개체 전체 T-C와 T-N 총 함량 을 비교하였다(Fig. 2A). 또한 서식지 A, B 간에도 화아 형성 신초(LBS)와 잎눈 형성(LBS) 신초 간 총 T-C와 T-N을 산출하 여 비교하였다(Fig. 2B). 그 결과, T-C와 T-N 모두 FBS에서 높았으며 T-C는 고도로 유의하였다. 특히 화아 형성 신초가 많았던 서식지 B에서 T-C와 T-N이 현저하게 많이 축적되어 있었다. 높은 C/N이 개화 유도에 영향을 주며(Nahoko et al. 1991), 탄수화물, 즉 동화산물 비중이 높을 때 화아 형성이 촉 진된다는 유사한 보고가 있다(Lee et al. 2004). 하지만 본 연 구에서는 만병초의 경우 화아 형성을 위해서는 상대적인 C/N 보다는 일정 수준 이상의 탄수화물과 질소 함량이 필요하며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물체 내 동화 산물 축적은 광 의존적이므로 광 환경이 양호한 서식지 B에서 화아 형성 신초가 많았던 것으로 생각되며, 실제로 서식지 B 의 신초에서 T-C와 T-N이 현저하게 높았다. 결론적으로 본 연 구를 통해 자생 만병초의 화아 형성과 발달은 신초의 동화산 물 축적 정도와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며, 안정적인 개화를 위 해서는 신초 내 충분한 동화산물 축적이 필수적임을 알 수 있 었다. 향후 평난지 정원에서 자생 만병초를 식재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광도에 따른 광생리적 반응과 광합성 효율 연구를 통해 적정 광도 구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