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Minuartia verna (L.) Hiern는 석죽과(Caryophyllaceae)의 식물로서 중국, 일본, 카자흐스탄, 몽골, 러시아, 유럽, 북미지 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종이다(Flora of Korea editorial committee 2007). 그의 변종인 삼수개미자리(M. verna var. coreana (L.) Hiern)는 한반도의 북쪽 끝 양강도의 삼수와 혜 산 등의 고산지역 건조지역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endemic plants)이다. 삼수개미자리는 다년생 초본식물로서 초장은 10~20cm 정도로 자란다. 주로 건조한 지대의 경사지 암석 틈 이나, 풍화되어 모래가 많은 토양에서 자란다. 꽃은 7~8월에 피고 지름 5~6mm의 흰색 꽃이 취산꽃차례로 가지 끝에 달린 다고 알려져 있다(Lee 1993).
삼수개미자리는 북방계식물로 그동안 한반도의 양강도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KNA 2016), 2010년도에 국립 수목원 연구진에 의해 강원도 삼척에서도 자생지가 발견되었 다. 자생지에서 개체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관상가치가 뛰어 나 인위적인 남획으로 인해 멸절이 우려되는 매우 귀한 식물 이다. 또한 많은 북방계의 고산성 식물들이 기후변화에 취약 하다는 점에서(Kim et al. 2011) 현지 내외 보존을 위한 기초 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지난 수세기 동안 기후 변화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자생지 교란으로 인해 많은 식물 종의 멸종 이 발생하거나 지리적 분포 범위가 심각하게 감소되어 왔다 (Daszak et al. 2000;O'Grady et al. 2004). 급격한 자생지 감 소와 기후 변화의 시대에 종 보존 및 보존 유전학의 주요 목 표 중 하나는 종 및 유전적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영향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것이다(Bothwell et al. 2013).
식물유전자원의 현지 내 또는 외 보존 및 복원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종자를 저장하는 것인데, 저장한 종자 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발아 특성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가 필수적이다(BGCI 2021;Hay and Probert 2013). 본 연 구에서는 한반도의 희귀 및 특산식물인 삼수개미자리의 유전 자원 보존과 향후 자원식물로 활용을 위한 기초자료로서 자생 지 식생과 종자 발아특성에 대한 정보를 보고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종자 수집과 기본특성
연구에서 사용된 삼수개미자리 종자는 2021년 6월 15일에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자생지에서 채종하였다(Table 1). 수집 된 종자는 2주 동안 건조 후에 실험에 사용되기 전까지 약 3 개월간 저온저장고(4℃)에 보관하였다. 종자의 기본 특성 조 사를 위해 버니어캘리퍼스를 사용하여 종자의 길이 및 너비를 20립을 반복으로 하여 측정하였으며, 종자의 무게는 100립중 (mg)으로 3반복 측정하였다. 종자의 내·외부 형태 조사를 위 해 종자를 면도칼 또는 실험용 메스를 이용하여 자른 후 USB 전자현미경(AM3111 Dino-Lite premier, ANMO Electronics Co., Taiwan)을 사용하여 촬영하였다.
자생지 특성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에 소재 삼수개미자리 자생지는 해발 고도 265∼280m에 위치하며, 자생지는 북서(NS) 방향의 매우 건조한 산지로서, 석회암지대가 오랜 풍화작용을 거쳐 형성된 건조한 모래 언덕이다. 자생지와 주변에 출현하는 식물들은 대부분 석회암지대나 건조한 지역에 분포하는 식물들이다. 자 생지와 주변지역의 식생조사는 조사지역 내에 출현하는 모든 식물을 교목층(Tree story)과 관목층(Shrub story), 초본층(Herbal story)으로 구분하여 조사하였고, 각 유형별로 출현 식물의 목 록을 정리하였다. 출현식물 중에서 IUCN category 기준의 희 귀식물 등재 유무는 ‘한국의 희귀식물 목록집(KNA 2008, 2012)’ 에 준해 목록을 정리하였다. 또한 각 출현 식물의 학명과 과 명 및 국명은 국가표준식물목록(KPNI 2018)에 준하였다.
발아특성
배양 온도가 종자발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 온도 조건을 항온 4℃와 변온 15/6, 20/10, 25/15℃의 4수준으 로 구성하였다. 위 온도 구성은 온대지방의 종자가 발아하는 사계절의 지온을 가정하여 설정하였다(Lee et al. 2018). 온 도 조건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4℃로 설정된 콜드랩챔버 (HB-603CM, HANBAEK-Scientific, Korea, Bucheon)와 15/6, 20/10, 25/15℃로 설정된 멀티룸챔버(HB-302S-4, HANBAEK-Scientific, Korea, Bucheon)를 사용하였다. 광조건은 Petridish(90×15mm; diameter×height)를 12:12h(명기/암기)의 환경에 두었으며, 명 기 하에 조사한 광의 PPFD는 약 64μmol・m-2・s-1이다. 4℃로 설정된 콜드랩챔버의 광도는 약 3μmol・m-2・s-1이었다. 실험에 사용된 종자들은 70% 에탄올에 10초간 침지 한 후에 증류 수로 3회 세척하였다. 소독된 종자들은 Petridish에 여과지 (ADVANTEC No. 1; Toyo Roshi Kaisha, Ltd., Tokyo, Japan) 2매를 깔고 증류수를 주입한 후 23립 3반복으로 치상하였다.
광조건에 따른 발아특성을 알아보기 위해서, 2요인으로 광 조건과 암조건으로 구분하여 실험구를 설정한 후 25/15℃의 온도에 배양하였다. 암조건은 Petridish를 알루미늄 호일로 감 싸 빛을 차단하여 처리하였다. 온도실험과 마찬가지로 23립 3 반복으로 치상하였다. 발아율은 55일간 조사하였으며, 유근이 1mm 이상 돌출하였을 때를 종자가 발아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통계 처리
통계 처리 및 분석을 위해 SAS 9.4(SAS Inst. Inc., Cary, NC, USA)를 이용하여 분산분석을 하였고 각 처리평균의 비교 는 Tukey’s HSD test(p<0.05)로 검정하였다. 발아 데이터의 그래프는 SigmaPlot 10.0(SPSS Inc., Chicago, IL, USA)을 사 용하였다.
결과 및 고찰
종자의 기본특성
본 연구에서 삼수개미자리의 종자는 삼척시 쉰움산에서 6월 15일에 채종되었다. 종자의 길이와 너비는 각각 0.83mm, 0.67mm로 조사되었다(Table 1). 100립중은 18.97mg으로 나 타났다. 채종 시점에 삭과(capsule)는 열려있었고 대부분의 종 자가 완전히 성숙한 상태였는데, 이는 위 자생지에서 적어도 6월 이전부터 개화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기존의 삼수개 미자리 기본정보(KNA 2016)에 따르면, 꽃은 7~8월에 핀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적어도 남한의 조사된 자생지에서와 개화시 기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자생지의 개화시기는 지리적인 위 치, 미세기후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명확한 원인은 추가적 인 연구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자생지 식생
자생지 주변의 토양은 석회암지대가 오랜 풍화작용을 거쳐 형성된 매우 건조한 모래 언덕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Fig. 1A, 2A, 2B). 자생지 주변에 출현하는 식물은 총 60종으로 조사되 었고, 대부분 건조한 산림환경에 잘 견디는 식물들이 관찰되 었다(Table 2, Fig. 1). 그중 교목층에는 갈참나무와 개박달나 무, 개살구, 노간주나무 등 7종이 출현하였으나, 갈참나무가 우점하고 있었다. 관목층에는 회양목과 생강나무, 털댕강나무, 붉은병꽃나무 등 13종, 초본층에는 삼수개미자리와 동강할미 꽃, 시호, 세잎승마, 덕우기름나물, 금마타리, 지치, 솔체꽃, 도 라지 등 41종이 출현하였다. 이 중 동강할미꽃은 석회암지대 의 건조한 암석지에 많이 자생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Yoo et al. 2009). 그리고 복사앵도와 덕우기름나물, 세잎승마 등은 삼척시 미로면 주변지역 뿐만 아니라 정선군과 평창군, 강릉시, 태백시 등의 매우 건조한 석회암지대에만 분포하고 있는 식물들이다(Personal observation, J. M. Chung).
출현한 60종 중에서 IUCN(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category(KNA 2008) 기준으로 EN(endangered) 종은 복사앵도(Prunus choreiana), 솔붓꽃(Iris ruthenica), 동강할미 꽃(Pulsatilla tongkangensis) 등 3종이었고, VU(Vulnerable)는 백 리향(Thymus quinquecostatus)과 시호(Bupleurum komarovianum), 세잎승마(Cimicifuga heracleifolia var. bifida) 등 3종, LC(Least concerned)는 지치(Lithospermum erythrorhizon)와 참배암차 즈기(Salvia chanryoenica), 금마타리(Patrinia saniculaefolia) 3종 이었다.
한반도 특산식물은 삼수개미자리를 포함하여 복사앵도 (P. choreiana)와 덕우기름나물(Sillaphyton podagraria), 세잎 승마(C. heracleifolia var. bifida), 동강할미꽃(P. tongkangensis) 5종이었다. 이상의 결과와 같이, 삼수개미자리의 자생지역은 많은 희귀 및 특산식물이 자생하는 지역으로서 자생지 뿐만 아니라 유전다양성 보존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고 판 단된다. 다만, 식생조사는 특정 시기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자 생하는 모든 식물을 반영했다고 볼 수는 없음을 밝혀두는 바 이다.
발아 특성
삼수개미자리 종자를 4가지 온도조건에 배양한 결과, 4, 15/6, 20/10, 25/15℃에서 각각 0, 38.1, 53.7, 95.6%의 발아율이 나타 났다(Fig. 3). 4℃에서는 전혀 발아하지 않았고, 나머지 3가지 온도 조건에서는 각각 34일, 14일, 11일차에 발아가 시작되었다. 따라서 4가지 온도 조건 내에서는 온도가 높아질수록 발아소요 일수가 짧아지고 발아율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종자발아의 생태생리적 측면에서 휴면의 유무는 배양 30일 내의 발아율을 기준으로 하는데(Baskin and Baskin 2014), 20/10℃에서는 배양 31일차에 41%가 발아하였다. 15℃ 이상의 온도에서는 대부분의 비휴면종자가 30일 이내에 발아가 진행되고, 반대로 발아가 지연 될 경우에 이를 ‘conditional dormancy’라고 한다(Baskin and Baskin 2004). 이러한 ‘conditional dormancy’는 많은 식물에 있어서 저온 또는 고온층적처리, 후숙처리(after-ripening) 등을 통하여 타파되며, 휴면의 깊이가 약해질수록 발아할 수 있는 온도의 범위가 넓어진다고 보고되고 있다(Baskin and Baskin 2004). 따라서 삼수개미자리 종자의 약 60%는 ‘conditional dormancy’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반도 특산식물 좀비비추(Hosta minor)의 종자휴면 실험에서도 15℃ 조건에서 약 50%가 발아하여, 개체군 수준에서 일정 부분은 형태생리적휴 면(morphophysiological dormancy, MPD)를 가지고 있다고 보 고된 바 있다(Ryu et al. 2019). 이러한 현상이 층적처리 또는 후숙처리를 통하여 타파가 되는지는 추가적인 실험이 뒷받침되 어야 할 것이다.
본 실험에서 종자를 잘라 내부 형태를 관찰한 결과, 배 (embryo)가 완전히 발달된 것을 확인하였다(Fig. 2D, 2E). 발 아하기 직전까지 배가 추가적으로 신장해야 한다면, 이를 형 태적휴면(morphological dormancy, MD)이라 한다(Baskin and Baskin 2004). 이는 종자가 발아단계로 넘어가는데 있어서, 일종의 지연시간으로 보기 때문인데, 삼수개미자리 종자의 경 우 완전히 발달된 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형태적휴면은 없 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광조건에서는 90.6%, 암조건에서는 38.9%의 발아율을 보였 다(Fig. 4). 광조건에서 더 빠르고, 균일하게 발아하였다. 이러 한 현상은 한반도에 자생하는 만병초(Kim et al. 2021), 처녀 치마(Lee et al. 2014)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 암조건에서 최 종발아율이 40%를 넘지 못한다는 것은 자생지에서 ‘soil seed bank’를 형성할 가능성을 의미한다(Peng et al. 2021). 따라서 현지내 보존활동을 전개할 때에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