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나리는 단자엽의 백합과(Liliaceae) 식물로 대부분 북반구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100종 이상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 다(Barba-Gonzalez et al. 2004;McRae 1998). 재배 및 형태 등 원예적 형태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나리는 전세계에서 중요 한 화훼로 절화, 분화, 정원용으로 사용되고 있다(Benschop et al. 2010;van Tuly and van Holsteijn 1994;Yan et al. 2020). 상업적 이용은 미국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후 네덜란드, 프랑스에서 다양한 원종을 이용한 종간잡종을 개발하면서 본 격적으로 절화용 나리가 재배되기 시작하였다(Benschop et al. 2010;van Tuyl and Arens 2011).
나리는 형태적 특성, 종자 발아 특성, 잎의 배열, 구근의 생 육 형태 등 공통적인 특성에 따라 Martagons, Pseudolirium, Liriotypus, Archelirion, Sinomartagon, Leucolirion, Daurolirion 총 7개의 section으로 분류한다. 나리 품종 개발에 주로 이용 되는 section으로는 Sinomartagon, Archelirion, Leucolirion 등이 있다(Lim et al. 2008). 네덜란드에서는 수정 전 장벽을 타파하는 화주절단법 기술 적용, 배 퇴화 방지를 위한 미숙종 자, 미숙배 기내 배양 등을 통해 section 내의 종간 잡종, section 간의 종간 잡종 품종을 개발하여 상업적으로 성공하 였다. 주로 재배되는 그룹은 Sinomartagon section인 Asiatic hybrids, Archelirion section인 Oriental hybrids, 트럼펫나리 와 나팔나리가 포함된 Leucolirion section과의 종간잡종인 Longiflorum - Asiatic hybrids(LA), Oriental - Trumpet(OT) hybrids, Longiflorum - Oriental hybrids(LO) 등이 있다(van Tuyl and Arens 2011).
네덜란드에서 매년 600품종 이상을 재배하고 있으며 전세 계 수요량의 8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Yu et al. 2014). 네 덜란드의 나리 구근 재배 면적은 2017년 6,400ha 이후 감소하 였으나 2020년 5,280ha으로 재배면적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 다(CBS 2021). 우리나라의 절화 나리 생산은 국화 303ha, 장 미 239ha 다음으로 78ha가 재배되고 있으며 생산액은 96억원 이다(MAFRA 2020). 주로 생산되는 그룹은 오리엔탈 나리, 나 팔나리, 아시아틱나리이며 최근 오리엔탈 나리를 대체하는 OT종간잡종나리도 재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절화용 구근은 네덜란드에서 수입하여 이용하고 있으며 구근 구입비 용은 농가 조수익의 49%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재배농가의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Kang et al. 2013).
최근 종구의 국산화를 위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각도 농업 기술원, 농업기술센터 등 여러 기관에서 국산 품종 개발과 함 께 조직배양 구근을 보급하여 국산 품종의 구근 생산 면적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Rhee et al. 2017). 그러나 종구 생산 의 경우 조직배양을 통한 대량증식 2~3년, 기본종 생산 3년, 인편번식을 통한 대량 생산 4년 이상으로 장기간 소요되기 때 문에 국산 품종을 생산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주로 절화로 이용되는 Archelirion section 오리엔탈 나리는 백색, 분홍색, 복색 등 다양하고 아름다운 화색을 가지고 있으나 바 이러스에 약하고 작은뿌리파리(Bradysia agrestis), 뿌리썩이선 충류(Pratylenchus spp.)이 발생하기 쉬워 구근 증식에 어려움 이 있다(Lim and van Tuyl 2007;Lim et al. 2008). 2000년 이 후로 오리엔탈 나리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바이러스에 강하 고 생육이 왕성한 Leucolirion section 트럼펫나리들을 활용한 종간잡종 나리가 개발되고 있어 보급되고 있다(Lim and van Tuyl 2007). 따라서 이 연구는 절화용 나리 구근의 국산화를 위하여 Leucolirion section 나리를 활용한 OT 종간잡종나리 와 오리엔탈나리 유전자원을 이용하여 절화로서 원예적 형질 이 우수한 신품종을 개발하고자 수행하였다.
재료 및 방법
절화용 OT 종간잡종 나리 신품종을 육성하기 위하여 2006 년과 2008년에 화훼 종묘회사를 통하여 네덜란드 육종회사로 부터 유전자원을 수집하였다. 도입된 유전자원은 경기도 수원 에 위치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비닐하우스 및 철재온실에 구 근을 정식하여 농촌진흥청 농사시험연구조사기준(RDA 1995) 과 나리(백합) 신품종의 출원 및 심사를 위한 특성조사기준 (KSVS 2011)에 따라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기 개화성인 OT 종간잡종나리 품종을 개발하기 위하여 연노랑색의 OT 종간잡 종 나리 품종 ‘Valparadiso’를 모본으로 선정하였으며 붉은색 의 오리엔탈 나리 품종 ‘Scalini’를 부본으로 선정하였다(Fig. 1). 선정된 모부본을 이용하여 2008년 6월 30일 화주 절단 수분법 으로 3개의 꽃과 주두교배법을 이용하여 3개의 꽃을 인공교배 하였다. 교배 후 72일 경과한 시기에 미숙한 꼬투리 3개를 수 확하여 배가 형성된 배주 29개를 기내에서 배양하였다. 기내 에서 양성된 구근은 3개월간 저온처리 이후 2009년 12월 비닐 하우스에 정식되어 순화 및 양구하였다. 2011년 7월 생육과 개 화특성을 조사하여 분홍색에 화형이 안정적인 ‘OTO-11-43’ 계 통을 선발하였다. 선발된 이 계통은 2011년 11월 수확된 구근 의 인편을 이용, 초대배양하여 기내 증식하였으며 자연적으로 발생된 자구 및 인편을 이용하여 무가온 비닐하우스 내에서 증식하였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전라북도 완주군에 위치한 국립원 예특작과학원 비닐하우스에서 구근을 정식하여 1차, 2차, 3차 특성조사를 위해 재배하였다. 개화기, 꽃수, 화폭, 화색, 초장, 외화피의 길이와 폭, 잎의 길이 등을 농사시험연구조사기준 및 작물별 신품종의 출원 및 심사를 위한 특성조사기준에 따 라 분홍색 OT 종간잡종 품종인 ‘Table Dance’을 대조품종으 로 하여 특성조사를 실시하였다. 구근 수확은 지상부가 노화 된 이후인 11월에 실시되었으며 개화구의 구근 특성 조사를 위해 구근둘레, 아구수, 자구수 등을 조사하였다. 비닐하우스 에 구근을 정식하여 자연 저온 처리 후 50%가 개화한 시기를 개화기로 조사하였으며 꽃의 주요 화색은 RHS 칼라차트(RHS 2001)를 이용하였다. 개발된 종간잡종 나리와 대조품종의 배 수성을 판독하기 위하여 배수성 측정기(Ploidy analyzer-II, Partec, Munster, Germany)를 이용하였다. 절화 수명은 최저 25℃가 유지되는 실내에서 절화 길이를 70cm로 하여 조사하 였으며 기호도가 높은 품종을 선발하기 위하여 2018년 6월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최된 나리 육성 계통 평가회에서 소비자 및 생산자들을 대상으로 기호도 조사를 통해 품종으로 최종 선발하였다.
조사결과는 육성 품종과 대조품종 간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 하여 SAS 9.2(Cary, NC, USA)를 이용하여 평균비교(Student t-test)를 실시하였다.
결과 및 고찰
육성 경위
절화용 OT 종간잡종 나리 신품종을 육성하기 위하여 2008년 6월 30일 OT 종간잡종 나리 품종인 연노랑색의 ‘Valparadiso’ 품종과 붉은색 오리엔탈나리 ‘Scalini’를 인공교배하였다(Fig. 1). 오리엔탈나리는 분홍, 백색 등 다양한 화색을 가지고 향기 가 있어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나 바이러스에 약하고 구근 부패병(Fusarium spp.)에 민감하여 구근 생산에 어려움이 있 다(Lim and van Tuyl 2007;Lim et al. 2008). 트럼펫나리는 꽃의 형태가 좁은 종모양이며 하향 개화하고 줄기가 약하여 휘어지기 때문에 절화용으로 이용하기 부족하지만 바이러스 와 구근부패병에 강하고 생육이 왕성하다(Lim and van Tuyl 2007). 트럼펫나리는 오리엔탈나리와 종간 교잡이 가능한 특 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오리엔탈나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모부본으로 이용하고 있다(Arens et al. 2014;Lim et al. 2008).
종간잡종 품종 개발시 교배 성공을 위해서는 수정 전 후 장 벽을 타파해야한다. 수정 전 장벽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화주 절단 수분법, 기내에서의 화주 접목 수분법 등이 개발되어 이 용되고 있으며 수정 후 장벽은 배배양, 배주배양, 자방절단배 양 등을 통해 극복되어 품종 개발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Lim et al. 2008;Rhee et al. 2017). 선정된 모부본을 대상으로 화 주 절단 수분법을 이용하여 3화와 주두교배 방법을 이용하여 3화씩 인공교배를 실시하였다. 꼬투리는 주두 교배 방식에서 3개를 수확하였으며 배주 29개를 획득하였고 총 6개가 발아하 였다. 기내 실생은 배양을 통해 구근을 비대시켜 저온처리 후 정식하였으며 구근 양성 후 2011년 ‘OTO-11-43’ 계통을 선발 하였다. 이후 조직배양과 자구, 인편번식 방법을 이용, 번식하 여 2012년부터 2017년까지 1, 2차 생육특성 검정을 수행하였 고 2018년에 ‘Wongyo C1-134’로 명명하여 3차 생육특성검정 을 실시하여 안정성, 균일성에 대해 조사하고 소비자 기호도 평가를 수행하였다. 2018년 농촌진흥청에서 실시하는 농작물 직무육성 신품종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Pink Bella’로 명명 되었고 2020년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등록이 되었다.
주요 특성
OT 종간잡종나리 ‘Pink Bella’는 분홍색(RP62C)의 절화용 품종으로 보라색 주두에 반점을 가지고 있다(Fig. 2, Table 1). 모본 ‘Valparadiso’는 OT종간잡종나리로 2008년 수집 당시 연 노랑색(Y9D)으로 꽃이 크며 조생종이며 측상향개화를 하였다 (Unpublished data). 부본으로 이용된 ‘Scalini’는 2006년에 수 집되었으며 진적색(RP64A) 오리엔탈나리로 만생종으로 상향 개화를 하는 품종이다(Unpublished data). 이를 토대로 살펴 본 결과 화색은 모본과 부분의 중간 특성인 분홍색을 보였으 며 꽃의 기부색은 연한 노란색에 가까웠다. 주두색은 자주색 으로 화부색은 갈색으로 나타났다. 반점은 모본 ‘Valparadiso’ 는 반점이 없고, 부본 ‘Scalini’는 반점이 있는 품종으로, 후대 인 ‘Pink Bella’는 부본의 특성과 동일하게 반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수성을 조사한 결과 ‘Pink Bella’는 3배체였다. 나 리에서는 생식분열 과정 중에 드물게 1세트의 genome이 추 가된 2n-배우체가 형성되며 이를 이용하여 OT 종간잡종, LA 종간잡종 품종 중에 3배체, 4배체의 배수성 품종들이 개발되 어 보급되고 있다(Barba-Gonzalez et al. 2008;Choi et al. 2015;Kang et al. 2015;Zhou et al. 2012). 대조품종인 ‘Table Dance’ 역시 3배체 품종으로 조사되었다.
Pink Bella’의 개화기는 6월 15일로 조생종이었으며 국내에 서 주로 재배되는 분홍색 OT종간잡종나리 ‘Table Dance’의 6월 28일에 비교하여 개화기가 13일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으 며 통계적 유의차가 있었다(Table 2). 대부분의 절화 나리는 시설에서 집약적으로 재배되기 때문에 생육기간이 짧을수 록 재배 노력이 감소할 수 있다(Kang et al. 2013). 초장은 131.7cm로 대조품종 ‘Table Dance’ 111.3cm보다 초장신장성 이 우수하여 절화용으로 적합하였다. ‘Pink Bella’의 화폭은 18.6cm로, 대조품종 ‘Table Dance’ 18.4cm와는 통계적 유의 차가 없었으며 내화피의 길이와 넓이는 13.1cm과 6.1cm으로 화폭과 같이 대조품종과 유의차가 없었다. ‘Pink Bella’의 엽장 과 엽폭은 19.5cm와 3.4cm로 대조품종 ‘Table Dance’ 21.2cm, 4.5cm 비교시 엽폭에서 유의하게 좁게 나타났다.
구근 특성은 Table 3에 나타냈다. ‘Pink Bella’의 경우 개화 구의 구근 둘레는 20.8cm로 일반적으로 OT 종간잡종 품종이 대구성인 특성을 가지는 것과 일치한다. 자연적인 자구의 형 성은 3.0개로 대조품종에 비하여 많았으나 개체의 차이가 커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었다. ‘Pink Bella’의 절화 수명은 10.3일 로 ‘Table Dance’의 10.0일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2018년 국 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실시한 나리육성계통 평가회에서 소비 자 기호도를 평가한 결과 4.4점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절화로 서 우수한 특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Table 4).
재배상 유의점
OT 종간잡종 나리 ‘Pink Bella’는 OT 종간교잡종으로 오리 엔탈나리와 아시아틱나리와 비교하여 잎이 길고 옆폭이 넓어 절화 재배시 충분한 재식 간격을 확보해야 한다. OT종간잡종 의 적정 재식 간격은 30~40구・m-2로 충분한 넓이로 정식하며 밀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절화 재배용 네트를 설치시 에는 네트를 조절할 때 잎에 네트로 인한 상처가 생기지 않도 록 해야한다. 조생성으로 초기 생육이 빠르고 다른 품종에 비 하여 개화일이 빠르므로 절화 수확시기를 봉오리 색이 육안으 로 구분 가능할 때 조절하도록 하며 생육기간 동안 고온에 노 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인편을 통해 증식할 때에는 11월 구 근 수확 후에 구근 병해충 약제를 활용하여 구근 소독을 실시 한 후 구근의 인편을 하나하나 디스크에 절단하여 소독된 상 토에 함께 섞어 수분이 유지될 수 있는 상자에 담는다. 호흡 이 가능하도록 공기 유동이 될 수 있는 공간이 유지되어야 하 며 인편에 자구 형성을 촉진 할 수 있도록 온도처리를 실시한 다. 온도조절이 가능한 저장고 등을 활용하여 25℃에서 14주, 17℃ 4주, 5℃ 10주에서 상자를 저장하고 온도처리가 끝난 이 후에는 비가림 시설이 완비된 장소에 파종하여 종구를 생산한 다. 조직배양구와 인편번식을 통해 생성된 구근을 순화할 경 우에는 400구・m-2로 정식할 때 토지 활용률이 높으며 생육 초 기 발근과 인편엽 생육 확보를 위해 차광이 필요하다. 또한 구근을 가해하는 해충을 방제하고 그로 인한 바이러스 발생 억제를 위해 한냉사를 피복하고 오염원을 제거해야 하며 약제 살포가 필요하다. 조직배양 대량 증식을 위해서는 소독된 구 근의 인편을 Murashige and Skoog(MS) 1배, 6-benzyladenine 2.0mg·L-1, Indoleacetic acid 0.5mg·L-1, Sucrose 3%, 한천 8g·L-1가 첨가된 배지에 치상한 후 비대된 저반부를 절단하여 재치상하고 MS 3배 및 Sucrose 25%, 활성탄 2g·L-1가 첨가된 액체 배지를 추가하여 신규로 발생된 자구를 충분히 비대시킨 다(Han et al. 1999).
유용성
종자산업법에 의거하여 2019년 1월 29일 출원번호 제 2019-53호로 출원되어 2019년에 국립종자원 동부지원에서 재 배심사를 실시하여 2020년 1월 7일 신품종 ‘Pink Bella’로 품 종보호등록(품종보호 등록번호: 제7951호)이 완료되었다. 국 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2021년 농가 보급을 위해 생장점 배 양에 의한 바이러스 무병주를 생산 중에 있으며 통상실시권 및 종묘 분양은 농촌진흥청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