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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육식물은 저수조직이 발달한 식물로, 체내에 수분이 많아 실내외 건조한 환경에 잘 견딘다. 또한 엽육 등 저수조직이 비대해져 일반식물과 달리 모양이 특이한 종이 많다. 지구 상 에는 수 만종의 다육식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국내 에서는 선인장(Cactaceae), 에케베리아(Echeveria), 하월시아 (Haworthia), 칼랑코에(Kalanchoe) 등이 대표적으로 많이 재 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화훼재배현황 분화류편 자료에 따르면 선인장, 산세베리아(Sansevieria), 칼랑코에, 다육식물 (기타)에서 재배면적이 집계되고 있다. 2019년 재배면적은 선 인장 43.2ha, 산세베리아 1.6ha, 칼랑코에 6.1ha, 다육식물(기 타) 46.7ha로 집계되고 있고 이를 합산하면 전체 재배면적은 97.6ha에 달한다(MIFRA 2020). 국내에서 많이 재배되는 에케 베리아, 하월시아 종은 기타 다육식물로 집계되고 있는 것으 로 추정된다.
에케베리아는 연꽃모양을 띠고 있고 대부분의 종이 단축경 형태로 자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구 상에 약 140여종이 존재하고 이 중 95%가 멕시코 원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Meyran and Lopez 2003;Vazquez et al. 2013). 엽삽이 비교 적 잘 되고 재배가 쉬워 국내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하지 만 고온기에 생육이 빨라 상품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재배농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왜화제 등의 약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케베리아 ‘A Grimme One’, ‘Little Rose’ 2종에서 paclobutrazol 처리가 생육억제 효과가 있는 것 으로 보고되기도 하였다(Cabahug et al. 2019). 하지만 이러 한 약제 사용은 친환경적이지 않아서 최근에서는 사용을 규제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다육식물 세 덤 5종에 있어서 배지 pH를 4.5, 5.5, 6.5, 7.5 및 8.5로 각각 처리한 결과 외관상 생육의 차이를 보였으며, Sedum spurium 종에서는 pH 8.5 처리 대비 pH 6.5 처리에서 건물중이 9.5 배 높았다고 하였다. 또한 5종의 Sedum 생육에 효과적인 배지의 실제 pH 범위는 강산성 및 알칼리성보다 5.71~6.43의 약산성으로 제시하였다(Zhen and Clark 2013). 또한 Mottram(1986) 연구자에 의하면 다육식물의 이상적인 pH는 5.5이며, 4~6.5 범위도 적당하다고 하였다. 하지만 pH 7 이상 일 때는 식물의 생장, 종자발아 등이 억제된다고 밝혔다. 이상 의 결과로 pH는 다육식물의 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의 하나로 추정되며, 배지나 양액의 pH를 달리하여 이를 생육조 절에 활용한다면 유용한 생육조절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 이다.
한편 색상은 일부 에케베리아 종에 있어서 고가 거래의 중 요 요소인데 색상 발현과 관련된 주요 요인들이 구명되어 있 지 않아 재배적으로 색상 관리에 어려움이 많은 편이다. 현재 색상 발현 관련해서는 일부 연구가 수행되었는데, 잎 전체 또 는 가장자리에 분홍색에서 적색으로 색상이 발현되며(Fischer and Schaufler 1981), 이는 잎 체내에 존재하는 안토시아닌 색소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Lo Piero et al. 2005). 또한 환경적으로 강한 광을 조사하면 안토시아닌 색소의 함량이 증가하고, 차광시에는 색소가 분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abahug et al. 2017a, 2017b). 일반적으로 안토시아닌 색소 의 합성과 분해에 관련된 요인으로는 광, 온도, pH 등 다양하 다고 알려져 있지만(Khoo et al. 2017), 에케베리아 종에 있어 서 색상 발현과 관련된 요인을 구명한 연구는 국내외적으로 많이 되어 있지는 않다. 본 연구에서는 국내에서 많이 재배되 는 에케베리아 종의 상품성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의 일환으 로, 양액재배 시스템 방법을 이용하게 되었다. 또한 공급되는 양액 pH를 달리하여 재배하였을 때 에케베리아 생육과 색상 발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구명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본 연구 수행을 위해서 적색이 선명한 에케베리아 ‘Perle von Nurnberg(PVN)’ 품종을 선택하여 미국 유타주 프로보(Provo) 소재 브리검영대학교 Plant and Wildlife 학과의 유리온실 에서 연구를 수행하였다. 온실내 환경조건 측정은 데이터로거 (WatchDog 1650, Spectrum Technologies Inc.)를 설치하 여 광량과 온도를 조사하였다. 7월 5일부터 8월 4일까지 1 개월간 에케베리아를 재배하였을 때 유리온실의 광량은 최대 1,000μmolm-2s-1까지 상승하기도 하였으나 점차 감소하는 경 향을 보였으며 평균 광량은 200μmolm-2s-1 수준으로 조사하였 다(Fig. 1). 또한 온도는 순간 최대 50℃에 이르기도 했으나 대부분 40℃ 부근이었으며 평균 온도는 30℃였다(Fig. 2).
초폭 6cm 내외의 어린 식물체를 구입한 후에 먼저 물을 사 용하여 인공배지를 제거한 후에 고정용 고무에 식물을 꽂고 다시 이를 플라스틱 판에 넣어서 생육시켰다. 작물재배에 사 용된 양액은 농촌진흥청 선인장재배 배지조성표(RDA 2013)에 따라 조제되었으며, 직경 24cm, 높이 23cm인 원통형 물통에 양액을 가득 채우고 air pump(Air-8000, Topfin)를 설치하여 가장 낮은 단계로 공기 공급량을 설정하여 지하부로 공기를 공 급하였다. pH는 pH meter(accumet AP110, Fisher Scientific) 로 측정하였으며 1M HCl과 1M NaOH 용액을 이용하여 pH 4, 7 및 10으로 조절하였으며, 1회/주 간격으로 교정하였다. 1개월 재배한 후에 초폭, 엽장, 엽폭, 엽수를 조사하였으며, 세 포내 pH는 잎에서 즙액을 추출하여 pH meter(LAQUA twin pH 22 Meter, Horiba Scientific)를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양액 의 pH가 식물의 색상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색차계 (WR10, FRU Instrument)를 이용하여 잎의 색상을 측정하였 다. 잎의 앞면 가장자리 부위를 측정위치로 설정하여 조사 하였다. 안토시아니딘 분석은 잎 6g을 칭량한 후에 추출은 Hynes and Aubin(2008)에 따라, HPLC 분석은 Ahmadiani et al.(2014)에 따라 행하였다. 식물은 물통에 한 개씩 정식하였 으며, 3반복으로 하여 연구를 수행하였다. 유의성 검정은 SAS 프로그램(SPSS, USA)을 이용하여 Duncan 다중검정법으로 통 계분석하였다.
결과 및 고찰
공급되는 양액의 pH를 4, 7 및 10으로 처리한 후 에케베리 아 ‘PVN’ 품종의 생육을 조사한 결과 초폭은 120.6, 110.2, 105.3mm 크기였다(Table 1). pH가 높아질수록 초폭이 감소 하였으나 유의성은 없었다. 초폭의 크기는 양액의 pH가 10일 때 가장 작은 값을 보였다.
에케베리아 종은 체내에 수분이 많고 양액을 빠르게 흡수하 기 때문에, pH가 다른 양액을 공급하였을 때 식물체 내의 pH 와 잎의 색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식물 체 즙액을 추출하여 pH를 조사하였다. 3처리구에서 pH는 4.5 에서 4.7 범위의 값을 보였으나 처리간 차이는 없었다. 일반 적으로 CAM 식물에서는 malic acid가 세포질과 액포 사이로 이동하면서 pH가 변화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칼랑코에 세포 의 pH도 malic acid가 밤낮으로 이동하면서 pH가 변화된다고 보고된 바 있다(Hafke et al. 2001). 하지만 pH가 7.5 내외로, 본 연구에는 4.5~4.7 범위의 강산성으로 앞의 연구와 다른 값 을 보여 Malic acid의 함량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지 아니면 다 른 유기산이 존재하는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 된다. 본 연구에서 양액 pH를 달리하여 재배하였을 때 식물 체 pH 값은 처리간 차이가 없어 잎의 색상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 외에 엽장, 엽폭, 엽수를 조사한 결과 처리간에 유의성은 보이지 않았으나 pH가 높아 질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에케베리아 ‘PVN’ 품종의 잎의 색상을 색차계를 사용하여 CIELAB 값을 측정하였을 때 명도(L) 값은 pH가 높아질수록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처리간 유의성은 없었다(Table 2). 하지만 적색도(a)에 있어서는 처리간 유의적인 차이를 보였 다. pH 4 처리구 –4.0, pH 7 처리구 -2.9, pH 10 처리구에서 가장 높은 -0.7의 값을 보였다. 명도(L)값과 유사하게 양액의 pH가 높아질수록 적색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적색도 에서 음(-)의 값을 커질수록 녹색을 강하게 띠고, 양(+)의 값 을 가질수록 적색이 강한데, pH 4 처리구가 pH 10 처리구에 비해 더 녹색을 띠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황색도(b) 있어서 는 pH가 높아질수록 그 값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지만 처리 간 유의성의 보이지 않았다. 사진 상에서도 pH 4 처리구는 잎 의 색상이 녹색을 띠고 있으며, pH 10 처리구에서는 약간 붉 은 색상을 띠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Fig. 3). 다육식물 세 덤(Sedum rubrotinctum)에 화학물질(Aromatic Garden)을 처 리한 결과(Ma et al. 2019), 대조구는 처리구에 비해 수관 직 경(canopy diameter) 크고 더 녹색을 띠었으며 엽록소 함량도 많은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로 볼 때 잎의 색상 이 녹색이 강할수록 잎에서의 엽록소 함량도 많은 것으로 여 겨지며 본 연구에서 엽록소 함량은 분석하지 않았지만, 잎이 더 녹색을 띠고 있는 pH 4 처리구가 pH 10 처리구에 비해 엽 록소 함량은 많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보편적으로 많이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진 6종의 안토시아 니딘 색소 함량을 분석한 결과는 Table 3과 같았다. Cyanidin 색소가 주로 많이 함유되어 있었으며, 양액 pH 4, 7, 10 처리 의 경우 함량이 각각 5.2, 10.3, 20.2mg・L-1로 분석되었다. 그 다음으로 delphinidin, pelagonidin 색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었 다. 에케베리아 ‘PVN’ 품종에 함유되어 있는 이 3종의 색소는 양액의 pH가 상승함에 따라 함량이 증가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처리간 유의성 없었다. 안토시아닌 색소의 전구물질인 안토시 아니딘은 그 종류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고 보고되어 있는데, cyanidin은 주황색과 적색(orange red)을 나타내며, delphinidin 은 파란색과 적색(bluish red)을 보이고, pelagonidin은 주황색 (orange)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Alappat and Alappat 2020). 본 연구에 사용된 에케베리아 ‘PVN’ 품종의 잎 색상도 이 3종 의 내재 색소들의 비율에 의해 색상과 적색도(a) 면에서 차이 가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 3종의 색소는 일반적으로 프리지아, 튤립 등 많은 화훼작목에서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 져 있다(Lim et al. 2011). 이 3색소는 안토시아닌 생합성단계 에서 DFR(dihydroflavonol 4-reductase)와 ANS(anthocyanidin synthase)에 동일한 효소가 관여하여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Tanaka et al. 2008). 한편 petunidin과 malvidin이 일부 분석되었는데, 포도에 있어서는 OMT(O-methyltranferase) 효 소에 의해서 합성된다고 알려져 있다(He et al. 2010). 다만 미량으로 분석되었기 때문에 색상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 는 것으로 판단되었으며 peonidin 색소는 분석되지 않았다.
본 연구를 통해서 에케베리아 ‘PVN’ 품종의 생육(초폭)은 양액의 pH가 낮아질수록 촉진되며 색상은 녹색을 띠고, 반대 로 높아질수록 생육은 저해되며 색상은 더 적색으로 발현됨을 알 수 있었다. 이상의 결과는 재배농가에서 문제가 되는 고온 기 에케베리아 도장(웃자람)과 잎의 탈색 방지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본 연구의 효과적인 활용과 추 가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생육과 색상이 달라지는 원인에 대한 구명을 위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 로 토양이나 배지의 산도(pH)와 뿌리의 무기성분 흡수는 밀 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Neina 2019), 본 연 구에서 보여진 생육억제가 특정 성분의 흡수억제와 관련이 있 는지 양액과 식물체의 무기성분 흡수패턴을 분석할 필요가 있 다고 판단된다. 또한 함량이 높게 분석된 안토시아니딘 3종이 양액 pH따라 경시적으로 함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또한 잎 의 착색과 이 중 어떤 성분이 착색과 연관성이 더 높은지 밝 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무엇보다 본 연구 결과를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1 개월보다 긴 2~3개월의 장기간 연구를 통해서 본 연구의 효과 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양액의 pH 범위를 재배농가에서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5, 6, 8, 9 등 으로 세분화하여 생육억제와 착색효과가 본 연구보다 우수한 지 추가로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