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부추속(Allium L.) 식물은 외떡잎식물 중 전 세계에 약 920종 이 분포하는 가장 큰 속이다(Seregin et al. 2015). 이중에서 북반 구 온대지역을 중심으로 한반도에는 23종이 분포하며 관상용 및 식용, 약용자원으로 이용되고 있다(Choi et al. 2007;Friesen et al. 2006;Ohwi 1984;Xu 2000). 우리나라에서는 강부추 (A. longistylum), 산달래(A. macrostemon), 산마늘(A. microdictyon), 산부추(A. thunbergii), 선부추(A. linearifolium), 참두메부추 (A. spirale), 그리고 한라부추(A. taquetii) 등을 포함한 부추속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Choi and Oh 2011). 또한, A. giganteum, A. cristophii, A. rosenbachianum 등 많은 부추속 식물들이 분 화 및 절화, 정원조성 등 관상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Shukla et al. 2016). 부추속 식물은 수선화과의 다년생 초본으로 주로 광량이 많고 건조한 평지나 경사지에서 자란다. 두메부추와 산 부추절에 포함된 강부추, 둥근산부추, 선부추, 한라부추는 9~10 월에 산형 꽃차례로 보랏빛의 꽃을 피우며 열매는 심장형이고 종자는 광타원형에 검은색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산달래, 산마늘이 주로 식용으로, 두메부추가 관상용으로 이용되며 일부 부추속 식물만이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Guh et al. 2015).
자생 부추속 식물에 관한 선행 연구로서 분류학적 연구가 주로 수행되었으며(Choi et al. 2019;Ko et al. 2009) 생태학 적 연구는 표고에 따른 한라부추의 생리, 생태적 특성연구 (Kim and Park 1994)가 수행된 바 있다. 또한, Kim et al. (2009)은 부추속 식물의 표고 및 지역별 자생지 특성을 조사 하였고, 이어서 재배학적 연구로는 산부추의 온도에 따른 발 아 반응과 용기 및 차광수준에 따른 유묘의 초기생육에 대한 연구(Jeon et al. 2015)가 선행되었으며 최근에는 Ku et al. (2019)가 토양배지의 pH가 산부추 및 두메부추의 생육과 양 분 흡수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 바 있다. 부추속 식물의 개화 와 관련해서는 일장 및 온도조절 처리에 따른 마늘의 화아분 화와 개화반응을 앞서 살펴본 연구들이 있다(Ahn and Yoon 2010;Kamenetsky et al. 2004). 그러나 현재 자생 부추속 식 물을 대상으로 일장에 따른 화아분화 및 발달에 관하여 연구 한 결과는 전무하다.
가을에 개화하는 장식용 부추속 식물은 극히 드물고(Nomura et al. 2002), 이에 반하여 자생 부추속 식물은 현재 수입되고 있는 A. giganteum을 비롯한 국외품종보다 개화기가 4~5개월 정도 늦다는 특징이 있다(Choi and Oh 2011). 특히 특산 식 물인 한라부추의 높이는 27cm정도로 다른 부추속 식물에 비 해 초장이 작고 꽃의 관상가치가 높아 암석원에 식재하거나 고랭지의 지피식물로 이용할 수 있으므로 관상 및 식용식물로 서 가치가 있다(KNA 2017). 이에 따라 자생 부추속 식물의 개화시기를 앞당겨 국외품종과 교배육종한다면 최종적으로 가을에 개화하고 꽃의 크기가 큰 품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그 품종으로부터 절화로서 이용가능성 또한 기대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한국에 자생하는 부추속 식물의 신품종 육성 및 용 도 다변화를 위하여 일장에 따른 강부추, 둥근산부추, 선부추 그리고 한라부추의 화아발달 및 생육 특성을 파악하고자 하 였다.
재료 및 방법
식물재료
본 연구는 경기도 양평군 소재의 국립수목원 식물자원연구과에 서 실시되었다. 연구에 사용된 강부추(Allium longistylum), 선부추 (A. linearifolium), 둥근산부추(A. thunbergii var. teretifistulosum), 그리 고 한라부추(A. taquetii)는 부속 시험포장에서 보존하고 있던 것을 2019년 3월 6일에 원예용 혼합상토(Baroker, Seoul Bio, Eumseong, Korea)가 채워진 사각포트(11.5×11.5×16.0cm)에 이식하여, 2019년 6월 28일에 사용하였다. 실험에 사용된 부추속 식물은 잎이 4매, 꽃눈이 막 출현하기 시작하여 꽃대 1개의 길이가 약 1.5~2.0cm 정도가 되는 균일한 개체였으며 이식된 포트에 Osmocote plus(Grace-Sierra International, Heerlen, Netherlands)를 3g씩 1회 시비하였다.
일장처리
실험은 2019년 6월 28일부터 10월 14일까지 수행되었으며 시험포장에서 월동하여 내재 휴면이 타파되었다고 판단되는 개체를 실험재료로 사용하였다. 일장처리에 따른 자생 부추의 생장 및 개화반응을 알아보기 위하여 외부환경, 16시간 장일 (long-day, LD)처리, 9시간 단일(short-day, SD)처리를 실시 하였다. LD와 SD처리는 온도 23℃, 습도 70%로 유지되는 Phyto-Garden System(Top view type SMD LED, LG Innotek, Seoul, Korea)에서 수행되었다. 자연조건에서의 개화특성(대조 구, open field)을 알아보기 위해서 노지에 70% 흑색 차광막을 이용하여 실험플롯을 조성하였다. 이 연구가 수행된 기간에 야 외의 온도 및 상대 습도는 data logger(Watchdog 1000 Series Micro Stations, Spectrum Tech. Inc., USA)를 이용하여 한달 간격으로 수집하였고 수집된 자료로 최고, 최저, 그리고 평균값 을 구하였다(Fig. 1).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를 주간 일사 량으로 설정하여 외부환경의 광도를 측정한 결과, 광도는 자 연광의 33.4% 수준으로 조사되었다(Fig. 1A). LD와 SD처리 또 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296±13μmol・m-2 ・s-1의 광도 하 에서 실험하였다. 이후의 추가되는 시간은 삼파장 형광등(25W, Long Life Lamp, Seoul, Korea)을 이용해 약 5μmol・m-2 ・s-1로 일장연장(day extension, DE)처리를 하였다.
데이터 수집 및 통계처리
실험처리 7주 후에 생장특성으로 초장, 초폭, 엽수, 엽장, 엽폭을 조사하였고 실험이 진행되었던 10월 14일 동안 개화한 개체에 한해서 개화특성으로 화서의 수, 개화소요일수를 조사 하였다. 개화일은 소화(floret)가 50% 이상 개화했을 시기를 기준으로 2∼3일 간격으로 관찰하였다. 실험구는 처리당 12개 체 반복으로 완전임의배치하였다.
실험의 결과는 SAS 9.4(SAS Inst. Inc., Cary, NC. USA)를 이 용하여 분산분석(ANOVA)을 하였고, 처리의 평균간 통계적인 유의성은 Tukey’s honestly significant difference test(p≤0.05) 를 사용하여 비교하였다. 결과에 따른 자료는 Sigma plot system (version 10.0; Systat Software, Inc., IL, USA)을 이용하여 그 래프로 제시하였다.
결과 및 고찰
일장에 따른 자생 부추속 식물 4종의 화아발달에 대한 결과 로서, 단일처리에서 강부추와 한라부추는 실험시작 47일째인 8월 13일에, 둥근산부추와 선부추는 그보다 빠른 실험시작 42 일째인 8월 8일에 가장 먼저 개화하였다. 단일처리에서 평균 개화일은 강부추, 둥근산부추, 선부추, 한라부추 각각 51.8일, 46.5일, 43.7일, 52일로 나타나 외부환경의 개화소요일인 94일 (9월 30일), 102일(10월 8일), 91일(9월 27일), 102일(10월 8일) 에 비하여 약 49일이상 빠르게 개화하였고(Fig. 2), 100% 개화 율을 나타냈다(Fig. 3). 그리고 단일 및 외부환경에서는 화서의 수가 1개로 동일하였다. 반면에 장일처리에서는 모든 개체가 실험기간 동안 전혀 개화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Fig. 2). 또한 장일처리에 있던 개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육상태 가 단일처리 하에 있는 개체들보다 양호하지 못하였고 꽃눈은 화아발달이 되지 못한 채 그대로 시들거나 갈변되었다.
종자에 의해 번식하는 식물들은 유년기(juvenile phase)를 가지고 있고 개화 능력을 얻기 전까지 필수적으로 영양생장 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유년기의 기간은 환경 성장 조건에 의 해 달라지며 뿌리 생장의 제한으로 인해 어느 정도 지연될 수 도 있고 종과 품종에 따라 다르다(Runkle 2016). 단일식물 (short-day plants)은 일장이 특정기간보다 짧을 때 개화하거 나 더 빠르게 꽃을 피우는 식물이며 이와 대조적으로 장일식 물(long-day plants)은 일장이 특정기간보다 길 때 개화하거나 더 빠르게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그러나 모든 식물이 광주기 에 반응하여 개화하는 것은 아니며 일장에 관계없이 특정 생 육상태에서 개화하는 것을 중성식물이라 한다(Runkle 2002). 이중일장식물(dual-daylength plants)은 특정한 일련의 광주기 에 노출되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장단일식물(long-SD plants) 은 장일 이후 단일에 필수적으로 노출되어야 하며(Thomas and Vince-Prue 1997), 칼랑코에(Kalanchoe spp.)의 경우에는 개화와 관련해 단일식물과 장단일식물의 두 가지 다른 광주기 반응 그룹으로 분류되었다(Currey and Erwin 2011). 일반적 으로 생육 초기의 저온과 장일조건은 구근(bulbs)과 소인경 (cloves)형성에 필수적이다(Kolev 1962). 양파(A. cepa L.)는 장 일과 고온이 구근 발달을 촉진하고(Heath 1945;Kato 1964), 마늘(A. sativum L.)에서는 25℃ 이상의 고온 또는 장일조건 (14h)이 높이(standing height)와 추대(bolting)에 대해 유의한 향상 효과를 나타냈다(Wu et al. 2016). 또한 장일이 발달중 인 마늘 구근내에서 초기 화경의 신장을 유발하지만, 장기간 의 장일에 노출되면 분화 및 성장에 의한 꽃 발달의 간섭을 초래한다(Mathew et al. 2011). 이를 미루어 보아 실험개체들 은 이전 해에 시험포장에서 월동하였기 때문에 자연저온 처리 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계절이 변함에 따라 일장이 길어지고 곧 장일조건이 되었을 시기에는 추대한 것으로 보인다. 꽃대 가 출현한 이후, 장기간 장일처리에 노출된 개체들은 전혀 개 화하지 않았는데 이는 강부추를 비롯한 자생 부추속 식물 4종 이 장일조건에서 추대하고 단일조건에서 화아발달이 촉진된 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장단일식물인 아스터(Aster spp.)는 (Thomas and Vince-Prue 1997) 13, 14.5, 16, 그리고 17.5시 간의 광주기에서 개화율은 거의 비슷했지만 광주기가 길어질 수록 불규칙적으로 개화하거나 때로는 정아(apical bud)의 퇴 화가 관찰됐다(Farina et al. 1994). 그리고 칼랑코에 마르모라 타(Kalanchoe marmorata Baker)에서는 장일에서 재배한 개 체에 단일처리(8h)를 하고 야간의 온도를 낮추어 개화를 유도 한 결과, 6℃의 저온에서 개화가 촉진되었다(Coelho et al. 2018). 본 연구에서는 이미 꽃눈이 출현한 개체를 실험에 사 용하였기 때문에 실험결과를 통해 자생 부추속 식물이 장단일 성 식물이라고 판단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단일에서 개 화가 촉진되는 경향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
일장에 따른 자생 부추속 식물 4종의 생장 결과를 살펴본 결과는 Table 1과 같다. 단일처리를 받은 강부추, 선부추, 한 라부추, 둥근산부추의 초장은 각각 32.0, 13.7, 20.1, 18.0cm 로 장일처리의 16.7, 11.4, 13.1, 11.4cm와 외부환경의 17.9, 10.0, 14.5, 18.9cm에 비해서 높게 조사되었다. 그 중 한라부 추의 단일처리에서 초장의 유의성이 나타났다. 초폭도 단일처 리를 받은 한라부추에서 19.8cm로 장일처리의 8.8cm와 외부 환경의 14.1cm 보다 높게 조사되어 유의성이 관찰되었으나 다른 부추속 식물 3종에 대해서는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엽장은 둥근산부추를 제외하고 단일처리의 강부추, 선부추, 한라부추가 각각 30.7, 21.9, 20.1cm로 장일처리의 16.1, 13.8, 12.2cm 보다 높게 조사되었다. 엽수는 선부추의 외부환경에 서 평균 5.6장, 둥근산부추의 단일처리에서 4.1장으로 유의한 결과를 보였고 한라부추와 강부추의 엽수에서는 일장에 따른 유의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엽폭의 경우에는 강부추의 단일처 리에서 0.3cm로 장일처리의 0.1cm, 외부환경의 0.2cm 보다 높았고 한라부추도 마찬가지로 엽폭이 단일처리에서 0.3cm로 장일처리와 외부환경의 0.2cm 보다 높게 조사되었다. 그러나 선 부추와 둥근산부추에서는 일장에 따른 엽폭의 유의성이 나타 나지 않았다. 일장에 따른 자생 부추속 식물 4종의 생장 결과 를 종합해보면 한라부추의 단일처리에서 엽수를 제외한 초장, 초폭, 엽장, 엽폭이 장일처리 및 외부환경 보다 유의하게 높게 측정되어, 4종의 부추속 식물 중 한라부추가 추대이후 단일처 리에서 가장 생장이 왕성한 것으로 판단된다. 장일처리가 필 수적인 질적장일식물인 돌마타리(Patrinia rupestris (Pall.) Juss) 의 경우에는 장일처리에서 초장이 단일 및 중일처리된 개체의 초장보다 약 30cm이상 높게 조사되었고 또한, 장일처리에서 100% 개화율을 보였다(Song et al. 2019). Lim(2019)은 산꼬 리풀과 긴산꼬리풀이 9, 12, 14, 16, 24시간 그리고 9시간+ 4시간 광중단처리까지 총 6개의 일장 조건 아래에서 일장 처 리 간의 유의한 생육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으며, 실험개체들이 저온처리 없이 모든 일장에서 개화한 결과에 따 라 중성식물로 확인하였다. 본 실험에서 한라부추를 포함한 자생 부추속 4종은 장일조건과 고온환경에서 추대한 후 이어 서 단일조건이 주어지면 이미 형성된 화아의 발달을 촉진하게 하여 개화에 이르는 것으로 관찰되었다(Fig. 4). 또한, 자생 부 추속 식물 4종이 일장처리를 통해 자연환경보다 평균 48.7일 이상 빠르게 개화한 결과를 토대로 개화시기를 조절할 수 있 는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결론적으로 본 실험을 통해 자생 부추속 식물인 강부추, 둥 근산부추, 선부추, 그리고 한라부추는 장일환경에서 추대하여 외부환경보다 단일환경에서 평균적으로 약 49일 빠르게 개화 하고 일장처리만으로도 화아발달 및 개화가 촉진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Fig. 3). 특히, 둥근산부추에서 외부환경과 단일처 리 간의 개화기간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Fig. 3D). 그 러나, 개화에 관여하는 요인인 유년성 및 저온처리 온도 등을 비롯한 화아분화 조건 구명에 대한 연구가 향후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