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백합과(Liliaceae)의 나리속(Lilium)은 전 세계적으로 130여 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아시아에 71종, 유럽 및 유라시아에 22 종, 그리고 북미대륙에 37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eo et al. 1994). 한국에 자생하는 나리속은 2그룹 10종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아시아틱 그룹(Asiatic group) 의 털중나리, 땅나리, 솔나리, 하늘나리, 참나리, 중나리, 날개 하늘나리와 말타곤 그룹(Martagon group)의 섬말나리, 하늘 말나리, 말나리 등이 있다(Lee 2008). 참나리, 중나리, 털중나 리, 하늘나리, 말나리, 하늘말나리, 땅나리, 솔나리 등은 전국 에 걸쳐 분포하고, 날개하늘나리는 북한 그리고 섬말나리는 울릉도에만 분포하는 특산식물이다(Lee 1996). 자생 나리속 식물은 내한성과 내병성이 강하고, 개화습성, 화형, 화색, 생 육습성이 다양하여 품종개발에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대량증 식 및 원예화에 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 이다(Moon 2002).
땅나리(Lilium callosum Siebold & Zucc.)는 주로 남부지방 과 제주도에 분포하고, 다른 자생 나리속 종들과는 달리 꽃에 자주색 반점이 거의 없어 희소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Park et al. 1996). 땅나리는 정원과 화훼장식 등의 관상식물 로 널리 이용되고 있어, 대량번식하여 유전자원으로 보존, 개 발, 보급할 가치가 있다(Park et al. 1998). Lee et al.(2005)은 땅나리의 종자발아에 온도가 관여하나, 광의 유무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다른 연구에서는 땅나리 종자 가 암조건보다 명조건에서 발아세가 높고, 15~30°C의 온도조 건에서 발아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Kim and Lee 2005). 섬말나리(L. hansonii Leichtlin ex D.D.T. Moore)는 울릉도의 산림내에 분포하는 특산식물로 황색꽃이 아름답고 경제성도 있는 자생 식물이다(Jeong and Kim 1991; Roh et al. 1978). 섬말나리는 개화에 이르는 개체수가 적어 자생지에서 해마다 감소하였고, 이에 1997년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 제 37호로 산림청에 의해 지정되었다. 자생지에서 종자 형성이 잘 되고 임실율도 높은 편이지만(Jeong and Kwon 1995), 지하발아형 종자로 휴면기간이 길어서 종자 번식시에는 구근 양성까지의 소요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연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Choi et al. 1996). 섬말나리 미숙종자는 삭과채로 냉장저장하면 저 장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발아율이 현저하게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지만, GA3 침지처리 시 미숙종자와 완숙종자의 발아에 영 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었다(Jeong 1998;Jeong and Lee 1996). 땅나리와 섬말나리의 대량증식에 관한 연구는 꾸 준히 진행되었으나, 종자 발아의 경우, 일부 온도와 생장조절 제 처리에 대한 제한적인 연구들만이 보고되고 있는 실정 이다.
자생 나리의 원예용 품종 증식을 위해서 분구 번식, 자구 번식과 같은 영양 번식과 종자 번식 방법이 있으나 신품종 육 성을 위해서 종자 번식이 필수적이다(Nam et al. 2010). 종자 번식에 의해 자생나리의 개화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구근의 크기에 따라서 2~4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종자 번식은 바이러스 무병주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유 용하다(Kim and Kim 2009). 종구로 수확을 하기 위해서는 구 근을 충분히 양구해야 하며 이후 12주 이상의 저온(0°C) 저장 이 필요하여(Kim et al. 2012), 종자에 비하여 집중적 관리가 요구되는 편이다. 자생나리는 자연 수분으로 개채변이가 적어 종자번식에 의해 구근생성도 가능하다(Kim and Kim 2009). 자생나리의 원예화를 위한 효율적인 증식 방법으로써 종자 번 식법의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우리나라 자생 나리속 중 땅나리와 섬말 나리의 대량증식법 개발을 위하여 종자 발아에 유리한 주·야 간 온도 조건을 알아보고 발아율 향상을 위해 GA3 처리의 영 향을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수행되었다.
재료 및 방법
실험 재료
본 연구는 2019년 7월부터 10월까지 서울여자대학교 화훼 및 조경식물학 실험실에서 실시되었다. 실험에 사용된 땅나리 (Lilium callosum Siebold & Zucc.) 종자는 2017년 10월 24일 강원도 춘천히 둔산면 원창리(37°47’10.00”N, 127°44’31.00”E), 섬말나리(L. hansonii Leichtlin ex D.D.T. Moore) 종자는 2017년 10월 2일 울릉도 울릉군 북면 나리(37°31’27.06”N, 130°52’25.08”E)에서 채종하였다. 채종 후 2주 동안 상온 건조 하고 정선하여 실험 전까지 냉장(5°C) 저장하였다. 땅나리는 2019년 8월 13일 파종하여 온도처리 실험을 수행하였고, 섬말 나리는 2019년 7월 1일과 8월 13일 각각 파종하여 각각 온도 처리 실험과 GA3 처리 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 처리
땅나리와 섬말나리 종자발아에 적합한 조건을 알아보기 위 해 주·야간 온도 처리 실험을 수행하였으며, 이후 섬말나리는 GA3 처리 실험도 순차적으로 진행하였다. 온도 처리는 사계절 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기후적 특성을 기반으로 주·야간 15/5, 20/10, 25/15, 20/20°C의 12시간 광조건(40μmmol・m-2 ・s-1)으로 설정된 환경조절상(HB-302S-2, Hanbaek Scientific Technology, Korea)에서 실험을 진행하였다. 페트리디쉬에 거름종이(Whatman No. 2, Whatman plc, England) 2장을 깔고 종자를 각각 30립씩 3반복으로 치상하였다. GA3(Gibberellic Acid3, LPS Solution, Korea) 처리 실험은 증류수를 대조구로 하여 200, 400, 800mg・L-1 의 농도로 상온에서 24시간 침지하였다. 섬말나리 온도 처리 실험에서 가장 결과가 좋았던 20°C 항온의 환경조절상에서 실 험을 진행하였으며 페트리디쉬에 거름종이 2장을 깔고, 종자 를 각각 20립씩 3반복으로 치상하였다.
데이터 수집 및 통계 분석
두 실험 모두 주 2회씩 증류수로 수분을 공급함과 동시에 발아율과 평균발아소요일수를 조사하였으며 유근이 약 1mm 이상 출현하였을 때 발아한 것으로 간주하였다. 종자 발아가 더 이상 관찰되지 않았을 때 실험을 종료하였다. 실험 결과는 SAS 통계프로그램(SAS 9.4, SAS Institute Inc., USA)을 이용 하였으며, 유의성 검정은 분산분석(analysis of variation) 후 p<0.05 수준에서 Duncan의 다중검정법(Duncan’s multiple range test)으로 분석하였다. 그래프 작성은 SigmaPlot 프로그 램(SigmaPlot 10.0, Systat Software Inc., USA)을 이용하였다.
결과 및 고찰
주·야간 온도처리가 땅나리와 섬말나리 종자 발아에 미치는 영향
땅나리는 15/5, 20/10, 25/15, 20/20°C에서 각각 5.0, 73.3, 95.0, 95.0% 발아하였고, 평균발아소요일수는 각각 39.0, 36.0, 13.7, 10.1일로 나타났다(Figs. 1A, 1B). 땅나리의 최종 발아율은 25/15와 20/20°C에서 95.0%로 가장 높았고, 평균발 아소요일수는 20/20°C에서 다른 처리구에 비해 3.6~28.9일 정 도 더 짧았다. 15/5°C에서는 종자 발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 았다(Fig. 1A). 25/15와 20/20°C에서 파종 후 2주 내에 대부분 의 발아가 이루어졌다(Fig. 2A). Lee et al.(2005)은 땅나리의 종자 발아에 온도가 관여하고 25°C에서 발아율이 가장 높은 것 으로 보고하였다. 다른 연구에서는 땅나리의 종자가 15~30°C 의 온도 조건에서 발아율이 높게 나타났다(Kim and Lee 2005). 나리속의 종자 발아 온도와 관련된 연구는 많이 수행되지 않 았으나, 나리의 구근 생장과 화수를 증대하기 위하여 영양생 장의 야간 온도 조절이 필수적이며 적정 범위는 15~25°C로 보 고된다(Roh 2010). 본 연구에서도 25/15와 20/20°C 두 온도 처리를 받은 땅나리가 온도 처리 중 최종 발아율이 가장 높고, 평균발아소요일수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20°C의 암조건 뿐만 아니라 15°C의 암조건도 땅나리 종자 발아에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되었다. 본 연구의 결과들을 바탕으로 땅나리 종 자는 최종발아율과 평균발아소요일수를 고려할 때 25/15°C의 변온 조건과 20°C의 항온 조건이 가장 적합하였다. 섬말나리는 15/5, 20/10, 25/15, 20/20°C에서 각각 3.3, 51.1, 64.4, 78.9% 발아하였고, 평균발아소요일수는 각각 43.5, 76.6, 67.9, 40.2 일로 나타났다(Figs. 1C, 1D). 다른 처리구에 비해 20/20°C의 항온 조건에서 발아율이 가장 높았지만 평균발아소요일수는 온도 처리간 차이가 없었다. 섬말나리의 경우 15/5°C 온도 조 건에서는 종자 발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땅나리와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20°C 항온의 경우 파종 후 9주에 73.3% 발아 가 되었고 최종 파종 후 15주에 78.9%의 발아가 이루어졌다 (Fig. 2B). 동일한 20°C 항온 조건에서 땅나리는 100%의 발아 율로 15, 30°C 항온 조건에 비하여 높은 발아율을 나타냈고, 섬말나리의 경우, 발아율이 60% 미만이었으나 20°C 항온 조건 에서 가장 발아율이 높았다(Kim and Kim 2009). 땅나리와 섬 말나리의 최고 발아율 차이가 있었으나, 두 식물을 동시에 배 양할 경우에는 20°C 항온 조건이 종자 발아에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땅나리의 경우 국내 자생지는 경상남도, 제주도로 넓게 자생 하지만, 섬말나리는 울릉도 일부에만 분포되어 있다(KNA 2016). 다양한 개불알풀속(Veronica L.)의 발아 적온을 관찰하였을 때, 남한의 강원도 설악산 지역에 한정적으로 분포하는 봉래 꼬리풀(V. kiusiana var. diamantiaca (Nakai) T.Yamaz.)은 다 른 개불알풀속 식물에 비하여 발아율이 50% 미만으로 현저히 낮아, 같은 속 내에서도 종별로 다른 종자 휴면 유형이 있고, 휴면 타파 조건이 있음이 확인되었다(Song et al. 2019). 섬말 나리와 땅나리를 비롯한 국내 자생나리는 소인경의 기내 증식 및 비대, 휴면타파, 인편삽 등 대부분 영양번식과 관련된 연구 가 대부분 보고되었다(Goo et al. 2004;Kim and Kim 2009). 이는 상대적으로 개화구의 양성이 용이하기 때문인데, 자생나 리의 원예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종자번식 연구 수행이 필요 하며(Kim and Kim 2009), 종 보존과 활용을 위해서도 배 형 태 관찰을 통한 휴면 유형 분류등의 추가적인 연구 수행이 필 요하다고 사료된다.
섬말나리 종자를 미숙종자와 완숙종자로 나누어 비교를 하 였을 때, 완숙종자는 발아가 되더라도 발아 이후 배축의 기부 가 비대하여 소구를 형성하고서 일정 기간 휴면하였다(Synge 1980). Choi et al.(1996)은 실생에 의해 나리 구근을 양성하 기 위해 채종 후 가능한 빨리 파종해서 생육기간을 길게하는 것이 큰 자구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본 연구의 땅 나리와 섬말나리 종자의 경우 20°C 항온 조건에서 70% 이상 의 발아율을 보였으므로 종자 활력은 낮지 않았으나 2017년 채종되어 2019년 7월에 실험하여 완숙도가 높았을 것으로 판 단된다. 또한, Kim and Kim(2009)의 연구에서 섬말나리는 발 아 소요 일수가 25일, 100%의 발아율을 보여 본 연구의 결과 와 차이가 있다고 보이나, 섬말나리를 채종하고 -20°C에서 냉 동저장을 한 종자를 이용하였고, 온도 처리 시의 일장도 16시 간으로 설정하였다는 점에서 본 연구와 차이가 있었다. 하지 만 땅나리와 비교하여 섬말나리는 동일한 연도에 채종되었으 나 비교적 발아 속도가 낮았다. 본 연구의 결과들을 바탕으로 섬말나리와 땅나리의 두 종자의 발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20°C의 항온 조건이 가장 적합하였으나, 섬말나리의 발아 속 도가 낮았으므로 발아소요일수 단축을 위한 종자 저장 방법 및 온도 처리 시의 광 조건 개선 등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고 사료된다.
GA3 처리가 섬말나리 종 자 발아에 미치는 영향
섬말나리에 GA3를 다양한 농도로 처리하여 발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섬말나리 종자는 GA3 0(증류수), 200, 400, 800mg・L-1에서 각각 81.7, 68.3, 63.3, 60.0% 발아하였으며, 평균발아소요일수는 각각 40.9, 37.7, 42.9, 38.7일로 나타났 다(Fig. 3). 발아율은 대조구에서 가장 높았으며 GA3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발아율이 낮아짐을 알 수 있었다(Fig. 3A). 발 아소요일수는 GA3 200mg・L-1의 농도 처리의 발아소요일수가 37.7일로 평균값으로 가장 낮았으나 증류수 처리 및 GA3 농도 처리간 분산분석 결과에서 처리구간 유의성이 없었고, 최종발 아율은 증류수에 비해 13.4% 낮아 GA3 처리가 섬말나리 종자 발아에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다(Figs. 3B, 4). 하늘 나리는 종자에 GA3를 여러 농도(0.5, 1, 2mM)와 침적시간(12, 34, 48시간)으로 처리하였는데, 처리 농도가 높을수록 발아가 양호하였으나 침적 시간이 길어질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 다(Lim et al. 2000). 반면에 섬말나리는 미숙종자와 완숙종자 에 GA3 100mg・L-1을 침지시간(1, 3시간)을 달리하여 처리한 결과 발아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었다(Jeong and Lee 1996). 본 실험에서 24시간 GA3 처리는 섬말나리 종자에 부정 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에 GA3 처리 농도를 본 실험 조건보다 낮추고 침적 시간을 12시간 미만의 다양한 범위로 처리하여 GA3의 발아 향상 및 촉진 효과에 대한 검증 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땅나리와 섬말나리 종자는 최종발아율과 평균발아소요일수 를 고려할 때 20°C의 항온 조건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단되 었다. 땅나리와 비교하였을 때, 섬말나리에서 70% 이상의 발 아율을 얻기까지 소요 기간이 길었으므로 발아 기간을 단축을 위한 GA3 처리를 진행하였으나 오히려 GA3 처리 시 발아율이 감소하였다. 땅나리와 섬말나리는 우리나라 자생나리류이며 연구 필요성이 높은 식물이므로 본 온도 및 GA3 연구를 기초 로 종자 휴면 유형을 구명하고 종자 발아율 증대 및 촉진을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