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최근 꽃박람회와 정원박람회를 비롯하여 정원문화가 대중 속으로 확산됨에 따라 다양한 식물소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 고 있다(Song et al. 2015). 뿐만 아니라, 나고야의정서가 발효 됨에 따라서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 의식이 한층 높아지고 있 다. 이러한 시점에서 자생식물을 자원화 시키는 일은 매우 중 요한 일인데(Choi and Park 2011), 무엇보다도 새로운 화훼 및 관상용 식물(new floricultural, ornamental crops)로 개발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약 4,200여 종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KPNI 2018), 면적에 대비해서 다양한 식물종이 분포하고 있다. 금낭 화나 벌개미취처럼 기존에 재배화된 자생식물 이외에도 새로 운 관상 식물로서 개발할 수 있는 식물 종들이 많다(Song et al. 2001).
암대극(Euphorbia jolkinii Boiss.)은 주로 우리나라 제주도 해안가의 암석지대에서 자생하는 대극과(Euphorbiaceae)의 다년생 초본식물이다(KBIS 2018). 식물의 높이는 40~80cm 정 도로 자라고, 꽃은 등잔모양의 꽃차례(배상화서)로서 다수의 수술과 1개의 암술로 구성되어 있다. 열매는 삭과로서 지름이 6mm 정도인데 표면에 돌기가 있으며, 종자는 길이 3mm 정 도로 둥글고 밋밋하다(KBIS 2018).
암대극은 황록색의 꽃이 3월부터 5월까지 상당히 긴 기간 동안 개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관상식물로서 개발할 가치가 높 다. 뿐만 아니라 해안가의 암석지대에 자생하기 때문에 내건 성과 내염성 등 환경내성이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Dunnett and Kingsbury 2008). 그러나 지금까지 추출물 분석에 관한 연구(Kim et al. 2006; Kim et al. 2017; Lee et al. 2007; Park et al. 2005)와 분류에 대한 연구(Chung 2003; Park 2004) 등 일부가 진행되었으나 재배화를 위한 자생지 특성, 번식, 재배 기술 등에 관한 연구는 진행된 바 없다.
암대극처럼 자생지의 야생식물을 재배화하기 위해서는 기 본적으로 대상 식물의 자생지 환경과 생육 및 번식특성에 대 한 연구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Song et al. 2009).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암대극을 새로운 관상식물로 개발하기 위한 첫 단 계로서 자생지 환경과 식생 및 개체군 분포 특성을 조사하고 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개체군 분포 특성 조사
제주도의 해안가 암석지대에 자생하는 암대극의 개체군 분포 를 확인하기 위해 개화가 진행되는 2017년 3월과 4월에 걸쳐 제주도 본 섬과 주변 섬인 가파도, 우도, 비양도 등을 현지답사 하면서 개체 분포의 전수조사를 실시하였다. 개체군의 정확한 위치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Xiaowei Liang, China) 를 이용하여 좌표를 기록하였다.
형태적 특성 조사
2018년 5월 말에 암대극의 형태적 특성을 조사하기 위해서 개체가 많이 분포되어 있는 자생지인 성산읍 고성리와 온평 리, 서귀포시 표선면의 3지역에서 초장, 초폭, 엽수, 엽장, 엽 폭, 가지 수, 줄기 두께, 줄기 길이, 꽃 수, 꽃 크기, 개화일 등 을 조사하였다. 한 지역에서 10개체를 임의로 선정하여 조사 하였고, 측정값은 평균과 표준오차(standard error)로 나타내 었다.
주변 식생 조사
자생개체 주변의 식생조사는 2017년 3월, 4월과 2018년 2월, 3월에 걸쳐 암대극이 자생하고 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10m× 10m(100m2) 방형구를 설치하고 방형구 내의 모든 식물을 조 사하였다. 식물의 동정은 Lee(1996a), Lee(1996b), Lee(1980, 2003a, 2003b) 등의 도감을 참고하였고, 학명과 국명은 국가 표준식물목록(Korean Plant Names Index 2018)에 준하였다.
자생지 생육환경
자생지 토양의 이화학적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2017년 3월 에 서귀포시 표선면, 중문, 가파도의 자생지에서 토양을 채취 하였다. 토양은 표층으로부터 5~10cm 정도의 깊이에서 채취 하였으며, 실험실에서 자연 건조한 뒤에 pH, 염분 농도, 공극 률, 유기물 함량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서울대학교 NICEM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의뢰하여 분석하였다. pH와 전기전도 도(EC)는 토양과 증류수를 1:5 비율로 섞어서 pH meter 및 EC meter를 이용하여 측정하였고, 유기물 함량은 Tyurin법에 따라 분석하였다. 유효인산 농도는 Lancaster법에 따라서 비색 계(SAN++, Young jae E&C Co., Ltd)를 이용하여 측정하였고, 양이온 치환용량은 표준방법인 1N Ammonium acetate법에 따라 분석하였다. Cl-, SO42- 등의 무기이온은 시료를 풍건하여 토양과 증류수를 1:5 비율로 섞어서 0.45μm 여과지로 여과한 후, IC(이온크로마토그래피, ICS-5000, Thermo, USA)를 이용 하여 측정하였다. 제주도 지역의 기온은 기상청 자료를 참고 하였으며, 2017년도의 월별 최저기온, 최고기온, 평균기온을 나타내었다.
결과 및 고찰
개체군 분포 특성
제주도 전역의 해안을 따라서 암대극 개체의 전수조사를 실 시한 결과 40여 지점에 걸쳐 약 14,817 개체가 자생하는 것으 로 확인되었으며, 분포현황은 자생지를 지도 상에 주요 10개 지점(population)으로 정리하여 표기하였다(Fig. 1).
제주도의 본 섬을 중심으로 동쪽에 위치한 우도에는 1,075 개체, 북서쪽에 있는 비양도에는 952개체, 남쪽의 가파도에는 589개체가 조사되었다(Fig. 1, Table 1). 암대극은 주로 제주 도 본 섬의 남동부 해안가 암석지대에 집중적으로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가파도, 우도, 비양도의 경우에도 대부분 섬의 동쪽지역에 분포되어 있었다. 남동쪽 중 가장 많은 지점 에는 9,407(population 5, 6) 개체가 분포되어 있었는데, 이는 전체의 약 63%를 차지했다(Fig. 1, Table 1). 암대극은 우리나 라 외에도 일본과 대만에도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 지역에서도 동쪽 해안지대에 자생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Ayako and Yurika 2018; Lin and Hsieh 1991).
제주시에서부터 북제주 한경면 고산리에 위치한 수월봉 지역 까지는 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귀포시 대정읍 해안 지역(population 1)에서부터 개체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서귀 포시 하례동 지역까지는 약 181개체가 자생하고 있었다(Fig. 1). 제주도의 남쪽에 위치한 중문을 시작으로 동쪽지역에 많은 개체 들이 분포하고 있었는데, 동남 지역인 서귀포시 표선면으로부터 성산읍 신양리 부근까지의 구간에서는 총 9,407개체가 광범위하 게 분포하고 있었다. 특히 이 지역은 바닷물 가까운 곳의 암석 틈에 많은 개체들이 자생하고 있었으며, 종자에서 발아된 어린 개체들도 발견이 되었다. 제주도의 동쪽 지역인 서귀포시 성산 읍 신양리에서부터 북쪽지역인 구좌읍 김녕리까지의 구간에는 약 1,000여 개체가 자생하고 있었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해안선 을 따라서 자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내염성과 내건성이 강할 것으로 판단된다(Dunnett and Kingsbury 2008). 갯잔디 (Zoysia sinica Hance)의 경우에도 서해안 갯벌지대를 중심으로 남부지방과 일부 제주도에서 자생하는데, 염 저항성이 매우 강 하기 때문에 갯벌의 가장자리부터 바닷물이 들어오는 지역까지 서식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Lee et al. 2016). 해안가는 주로 모래 토양이기 때문에 배수가 잘 되고, 강한 바람으로 인해 수분 증발량이 매우 많다. 또한 삼출수 형태의 염분이 물의 삼투적 흡수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해안가의 식물들은 극심한 환경에 적응력을 갖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Nellis 1994).
또한 암대극은 모두 해안가에서만 자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해안사구에 분포하는 식물의 자생지는 물리적인 환 경과 식물의 생물학적인 반응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기 때 문에(Barbour 1987), 해안식생은 해안선을 따라 뚜렷한 대상 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Costa et al. 1996).
형태적 특성 조사
암대극의 생육은 자생지에 따라서 차이가 있었는데 성산읍 고성리와 표선면에 자생하는 개체는 생육 상태가 비슷하였고, 성산읍 온평리 해안가의 개체들은 포기가 크고 튼튼하며, 생육 이 양호하였다(Table 2). 초장은 평균 50.7cm, 초폭 85.6cm, 개체 당 줄기 수 42.0개, 착화 수 38.9개로 가장 높았다. 반면에 고성리 자생지의 개체는 초장 34.1cm, 초폭 52.4cm, 개체 당 줄기 수 25.6개, 착화 수 17.5개로 다소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선면은 초장 33.6cm, 초폭 56.2cm, 개체 당 줄기 수 32.1개, 착화 수 29.1개로 나타났다(Table 2). 모든 지역에서 꽃이 피는 시기는 3월 말로 비슷했다(Table 2). 생육 지표간 상관분석을 실시한 결과, 초폭이 넓고 줄기 수가 많을수록 꽃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Table 3). 또한 줄기 길이가 길고 줄기 직경이 두꺼울수록 꽃 크기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초에는 대부분의 꽃에서 종자가 성숙하여 탈리되었다(data not shown). 그러나 동일 자생지 내에서도 개체마다 생육상태가 상당히 차이가 나는 점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생육상태의 차이는 자생지 환경보다는 개체 간의 차이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자생지 주변 식생 조사
암대극이 자생하는 주변에는 주로 갯강활, 모래지치, 사철 쑥, 해국, 갯메꽃, 동백나무, 꽃무, 갯사상자, 실망초, 갯괴불주 머니, 도깨비쇠고비, 사철나무, 우묵사스레피, 털머위, 갯방풍, 낭아초, 갯완두, 갯까치수염, 괭이밥, 갯기름나물, 갯질경이, 돌가시나무, 소리쟁이, 무릇, 땅채송화, 갯개미자리, 번행초, 제비꽃, 순비기나무, 갯잔디 등 총 30여 종의 식물이 함께 자 라고 있었는데, 돌가시나무와 우묵사스레피나무, 사철나무, 순 비기나무, 낭아초, 동백나무 6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초본식물 이었다(Table 4).
초본류가 80%를 차지하는 데에 반해, 목본류는 20%로 나타 났는데 목본류의 경우에도 주로 키가 낮은 관목의 형태였다. 하지만 목본의 경우에는 암대극 개체와 위치 상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생육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였다. Ahn(2003) 의 황근 제주 자생지 조사, Cheong et al.(2013)의 제주도 연안 지역의 염생식물상과 식생에 관한 연구에서도 해안가에서 초 본의 식생 분포가 목본보다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다만, 식생 조사는 개화시기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주변의 모든 식생을 반 영했다고 볼 수는 없음을 밝혀두는 바이다.
자생지 생육환경
토양의 pH는 8.3~9.4의 범위였으며, 염분농도는 0.003~ 0.017%로 나타났는데, 중문 지역에서 토양 pH와 염분 농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Table 5). 이는 제주도 해안지역 토양의 평균 pH 8.3 범위와 비슷하였다(Kim et al. 2013). 한편, Cl-의 함량은 염분 농도가 낮았던 표선면에서 8.12mg/kg, 높았던 중문과 가파도에서 각각 57.45mg/kg, 63.01mg/kg으로 나타 났다.
토양 공극률은 중문 지역이 가장 높았고, 유기물 함량도 1.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Table 5). 토양의 유기물 함량은 토양의 물리적 특성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대부분의 질 소와 유효인산을 50~60%까지 공급하고, 양이온치환용량을 개 선시키는 등 토양 특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 이다(Brady 1990). 또한 일반적으로 지표층에 분포하는 유기 물은 강수와 함께 토양층으로 침투하게 됨에 따라서 토양의 공극이 클수록 유기물 함량이 높아진다(Kim et al. 2013). 하 지만 제주도 산림토양의 평균 유기물함량인 10.40%(Jeong et al. 2002)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토양 입 자가 클수록 유기물을 저장하는 능력이 감소하는 특성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Cho 2006).
반면 질소와 유효인산, 양이온치환용량은 가파도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고, 중문 지역에서 유효인산은 검출 되지 않았다(Table 5). 유효인산은 식물의 발근 및 신진대사 등을 촉진하는데(Park et al. 2016), 육안으로 관찰해 보았을 때 중문 지역에 자생하는 개체가 다른 지역의 것에 비해 왜소 하고 작았던 이유를 추측할 수가 있었다. 또한 전기전도도 (EC)는 0.40dS/m 이상이면 식물생육에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Richard 1954), 중문 지역의 EC는 0.47dS/m로 나타났다. 이는 표선면의 0.16dS/m, 가파도의 0.19dS/m와 큰 수치 차이를 나타내고 있었다(Table 5).
EC의 값은 중문 지역에서 0.47dS/m로 가장 높았고, Ca2+, Mg2+ 값도 각각 16.1, 2.5cmol+/kg로 높게 나타났다(Table 5). 토양의 염류는 이온상태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전 도를 쉽게 하고, 이는 EC 값이 높으면 토양 내에 존재하는 염 류이온의 농도 또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Kim et al. 2013). 토양의 양이온 농도는 Ca2+, Mg2+, Na+, K+ 순으로 나타났다 (Table 5).
암대극이 많이 자생하고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의 2017년 평균 기온은 최고 35.8℃, 최저 -1.6℃이었다(Fig. 2). 겨울 동 안 대부분 영상의 온도 범위를 보여주었다. 식물의 종류에 따 라서 생육에 적합한 환경조건은 서로 다른데, 야생상태의 자 생식물은 환경조건이 적절한 장소에 주로 자생하게 된다(Ahn and Choi 2002). 암대극이 자생하는 곳은 겨울에도 거의 영하 권에 들지 않는 환경이기 때문에 현지 외에서 재배할 경우에 내한성에 대한 관리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분화, 정원용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내한성에 대한 추가 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