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당나리(Lilium brownii (F. E. Brown) var. colchesteri E. H. Wilson)는 중국에서 백합(百合, Bai-he)으로 불려 오던 것 으로(Haw 1986; Wilson 1925) 우리나라에는 이미 세종때에 (VRKS 1454) 약용으로 재배되었던 기록이 있다. 원산지는 중 국 중부지역 해발 1500m 산악지에 자생하는(McRae 1998; Shimizu 1971; Wilson 1925) 백합으로 알려져 있다. 당나리는 개화 당일 아침에는 황색의 화색을 나타내지만 오후에는 흰색 으로 변하는 특징을 나타낸다. 꽃은 약간 아래를 보고 피며 외화피편 뒤에 갈색이 착색되는 특징을 나타내며(Okubo et al. 2012; Wilson 1925), 오래 전부터 민가에서 재배해오던 재 래종이다. 초장은 1m 내외로 중간이고 줄기는 가는 편이다. 절화의 경우 노화 속도가 빠른 단점이 있으나 다른 백합에서 는 찾아보기 어려운 그윽한 향기를 갖는다. 일본에서는 오래 전에 후쿠오카의 지명인 하까다에 도입되어 ‘Hakata Yuri’로 불리어지며 매우 고급백합으로 여겨져 왔다(Okubo 2006; Okubo et al. 2012). 일본의 여러 가지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 로 당나리의 일본으로의 전파는 한국을 통해 1600년대에 이루 어진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Okubo 2006; Okubo et al. 2012). 이러한 사실은 일본의 당나리가 우리나라의 재래종과 유전적 변이가 없는 clone으로 밝혀진(Saruwatari et al. 2007) 사실이 뒷받침해 주고 있다.
Yoo(1892)는 물명고에서 백합(百合)을 흰꽃개나리(흰 리)로 기록하였고, 참나리(山丹)를 붉은개나리(불근리 ) 로 기록하였다. 이 후 Jeong et al.(1937)은 백합을 당개나리 로 표현하였는데 이것이 당나리의 기원일 것으로 생각된다. Jeong et al.(1949)은 조선식물명집에서 당나리를 제외시켰으 나, 그 후 1964년 문교부가 발간한 한국식물도감 화훼류편 (EMK, 1964)에 처음으로 당나리(이명 흰개나리)로 표현되었 고, Roh and Wilkins(1976)는 흰개나리로 사용하였다. 일본에 는 화단강목(1681)에 소개되어 있고 1603~1691년에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큐슈 하까다에 소개되었다고 하였다(EMK 1964). 당나리는 전국 어디서나 민가에서 오래 전부터 재배해 오던 재래종으로 그윽한 향기, 개화시 나타나는 노란 화색, 대륜성 등의 절화로서의 우수한 형질을 지니고 있다.
나팔나리(L. longiflorum)와 대만나리(L. formosanum)는 종간 교잡에 의해 신나팔나리(L. formolongi)의 많은 품종(Kunishige 1993; Watanabe 1993)이 육종되어 절화로서 뛰어난 품종군을 형성하게 되었고(Wada 1989),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품종이 육종된 바 있다(Song et al. 2004; Xuan et al. 2009a, 2009b). 나팔나리와 당나리 교잡에서 대륜계가 출현한다는 보고가 있 었고(van Tuyl 1980), 최근 Hamid and Kim(2011)이 신나팔 나리 품종군과의 교잡화합성을 검토한 바 있다. Nguyen et al.(2012)은 종간교잡 1년생 후대에서 황색의 화색변이계를 보 고한 바 있고 이 현상에는 carotenoid cleavage dioxygenase 4가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Nguyen et al. 2012). 국내에서 나팔나리와 대만나리의 종간 교잡 후대를 이용한 품종육성은 ‘어라연1호’(Xuan et al. 2009a), ‘어라연2호’(Xuan et al. 2009b), ‘백령1호’(Xuan and Kim 2014), ‘두산’, ‘서현’ 등이 유통되고 있 는 실정이다. 이들 품종은 모두 신나팔나리의 종내 교잡이나 돌연변이에 의해 육성된 것으로 화색변이가 흰색의 범주를 벗 어나지 못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당나리의 노란 화색과 달콤한 향기를 신나팔 나리에 도입하고자 신나팔나리 x 당나리 교잡 후 절화로서 뛰 어난 특성을 지닌 계통 ‘절세가인’의 육성과정을 보고하고자 수행되었다.
재료 및 방법
저자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당나리 자 원을 수집하여 특성을 검토하고 신나팔나리와의 화합성을 조 사한 바 있다(Hamid and Kim, 2011). 이를 바탕으로 신나팔나 리 계통중 조생성인 ‘Raizan Herald’와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 서 재배해오던 재래종 당나리 계통중 강화 교동도의 ‘KDD’계 통을 정역교잡하였다. 매년 강원지역에서 당나리는 노지에서 6월 25~29일경에 개화하므로 개화기가 7월인 신나팔나리와의 상호교잡을 위해서는 개화가 느린 ‘Raizan Herald’를 일찍 정 식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신나팔나리는 품종에 따라 개화기가 다르지만 당나리보다 1개월 먼저 정식하면 비슷하게 맞출 수 있었다. 개약 전에 제웅하고 주두를 알루미늄 호일로 감싸주 어 오염을 방지하였다. 화주절단 수분법(cut style pollination method)은 개화 1일 후의 화주를 자방상단 10~15mm에서 절단하고 화주를 수직으로 열개한 뒤 화분을 내부로 밀어 넣 었다(Li and Niimi 1995; van Tuyl et al. 1991). 수분 후 건조 와 오염을 막기 위해 호일로 덮어주었다. 착과된 과실을 수분 50일 후에 채과하여 자방절편 배양을 실시하였다(Kim et al. 2001; van Tuyl et al. 1991). 약 2개월 뒤에 비대된 배주를 배 양하여 23개의 F1 개체를 획득하였다. 순화된 유묘는 강원대 학교 농장의 비가림 하우스에 식재하여 자연개화기에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식 후 1년간은 인편엽이 3~5매 발달한 상태로 구근은 구주 약 6~8cm 정도까지 비대하였다. 일부 식물체는 이듬해 7월경에 화경이 신장하여 1개의 꽃을 개화시키기도 하 였으나 절화특성 조사는 불가능하였다. 하우스에 식재된 상태 로 월동시키고 2년차에 생육 조사를 실시할 수 있었다. 생육 조사는 백합조사기준(KSVS 2011; UPOV 2000)을 기본으로 일 부 화색변이에 관한 항목을 추가하여 조사하였다. 비가림 하 우스에서 자연개화주를 대상으로 개화일수를 추산하였다. 색 채조사는 RHS color chart(1986)을 사용하였다. 향기는 관능 검사로 3단계로 구분하여 당나리(L. brownii var. colchesteri) 에 가까운 향기(Near BR), 당나리와 신나팔나리의 중간향기 (mixed), 그리고 신나팔나리에 가까운 향기(near FL)로 구분 하였다.
결과 및 고찰
육성경위
신나팔나리에 당나리의 화색과 향기 관련 형질 도입을 위해 L. formolongi ‘Raizan Herald’ 와 강화도 재래종인 L. brownii var. colchesteri ‘KDD’를 화주절단 수분법으로 교잡하였다. 종간 교잡에서 편방향 화합성을 나타내어 당나리를 모본으 로 사용한 경우 전혀 착과가 되지 않았다. ‘Raizan Herald’ × ‘KDD’조합에서 자방절편배양과 배주배양을 거쳐 획득한 23개 체들을 1년간 구근을 비대시키고 2년차에 개화한 개체들을 1 차선발하였다. 모든 개체는 개화당일 황색을 나타냈고 그 후 화색변이를 나타냈음으로(Fig. 2) 당나리와 교잡된 F1임을 확 인할 수 있었다. 당나리 ‘KDD’를 화분친으로 한 모든 조합의 F1개체는 개화당시에 황색을 나타냈고 점차 분홍(또는 아이보 리)색에서 흰색으로 변이가 일어났다(Fig. 2). 이들 화색변이 를 나타내는 23개의 집단중에서 화형, 초장, 향기, 개화기 등 의 절화형질이 뛰어난 ‘RHBr 7’계통을 선발하였다. 이 ‘RHBr 7’계통을 조직배양과 인편번식으로 증식하면서, 2년간 특성조 사를 마치고 ‘절세가인’으로 명명하여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 를 출원하였다. 종자산업법에 의거 국립종자원 동부지원에서 재배심사를 거쳐 2014년 4월 24일 품종보호 등록되었다(제 5445호).
주요특성
모본으로 신나팔나리 ‘Raizan Herald’를 이용하였으나 화형, 줄기, 엽형이 모두 당나리와의 중간 특성을 나타냈다(Table 1). 봉오리는 녹색이나 뒷면에 약간의 갈색 무늬가 나타나는 홑꽃을 갖는다. 양친의 줄기나 잎의 색이 둘 다 녹색이었지만 절세가인은 회녹색의 색채를 나타냈다.
잎은 중간 정도 길이이며 좁은 편이고, 화분은 짙은 갈색을 나타낸다. 내화피나 외화피 모두 노란색에서 흰색으로 화색변 이를 나타내고 약간 뒤로 말리는 특성을 나타낸다. 꽃의 직경 은 16.5cm 이상이고 외화피장은 16.1cm 정도로 대륜성이다 (Table 2). 소화경은 9.5cm 정도로 짧은 편이다. 엽형은 당나 리의 엽형을 하고 있으므로 잎 선단 2/3부분이 가장 넓다. 줄 기는 길지 않으나 당나리보다는 길고 털이 없다. 이 품종의 특성은 지금까지 나팔나리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색변이 품종 이란 점이다. 아침 일찍부터 오후까지 점차 노랑(light yellow, RHS 14D)→분홍(orange pink, RHS 2 7D)→백색(white, RHS 155D)으로 변하는 특성을 나타낸다(Fig. 2). 특히 저온기 겨울 철에는 화색변이가 서서히 일어난다. 지금까지 나팔나리나 오 리엔탈에서 느끼지 못했던 당나리 특유의 달콤한 향이 있다 (Table 2). 이러한 화색변이는 절화를 화병에 꽂았을 때도 같 은 특성을 나타냈다. 절화를 화병에 꽂아 실내에 두었을 때 향기는 제한된 공간이기 때문에 더욱 강한 느낌을 주나 오리 엔탈처럼 지나치게 강하지 않고 지린 냄새(일부 오리엔탈의 특성)가 없다.
재배상 유의점과 종자공급
신나팔나리 ‘Raizan Herald’를 모본으로 사용하였으나, 특성 은 전혀 달라 대조 품종을 찾기 어려웠다. 신나팔나리 × 당나 리 후대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당나리의 화색변이 특성이 화분친에 의해 신나팔나리에 유전되는 점이었다. 노지에서 선 발되어 잎마름병에 강한 편이나(Table 1), 주기적 약제살포는 다른 신나팔나리와 동일하다. 비가림하우스에서 5월 중순까지 정식하면 8월 초순부터 수확이 가능하다. 12월에 하우스에 정 식하면 3월 초에 수확이 가능하며 화색변이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시기이다. 대구성으로 14 사이즈 이상을 식재해야 3륜화 를 볼 수 있다.
이 품종은 모두 조직배양에 의해 증식되고 있으며, 개화구 를 양성하는 데는 최소 2년이 소요되어 신나팔나리와 다른 특 성을 나타냈다. 노지에서 진딧물방제가 안되면 바이러스에 쉽 게 감염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품종의 권한은 강원대학교 산 학협력단이 가지고 있으며 육성자나 강원대학교 산학협력단 에 문의하면 구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