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나리(Lilium spp.)는 절화, 분화, 정원용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Lim et al. 2008). 나리의 종은 약 80여 개로 전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나리의 종은 16시간 이 하의 광주기에서 알맞은 온도가 주어지면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Lee et al. 2008; Wilkins 2005). 우리나라의 상업적 절화 재배는 연중 생산되고 있으며 특히 강원, 충남, 제주 등 지역 별로 특화되어 있다(RDA 2012).
우리나라의 나리 재배 면적은 2014년 현재 182ha, 생산액은 208억원이다(MIFAFF 2015). 구근 정식에서부터 절화 수확까지 짧게는 60일, 길게는 120일 걸리는 나리는 저온저장고와 난방이 가능한 시설이 있다면 1년 4작기까지 재배가 가능하다(RDA 2012).
나리 재배기간을 일반적으로 3단계로 나누며 1단계는 춘화 처리부터 화아분화 직전까지, 2단계는 화아분화 이후부터 화뢰 출현까지, 3단계는 화뢰 출현부터 개화시작까지이다(Erwin and Heins 1990). 일반적으로 1단계는 싹틔우기 기술을 이용하여 절화 길이나 화뢰 수, 화뢰크기 등의 감소를 방지할 수 있고(Ko et al. 2012), 2단계는 기온이 높아질수록 기간이 단 축되며, 3단계는 줄기신장과 관련하여 일평균기온이나 주야간 온도차(DIF) 등의 복합적인 관계가 주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Erwin and Heins 1990).
꽃의 품질은 성공적인 판매를 위해 필수적이며, 나리의 주요 절화 품질 요소는 절화장, 화뢰 크기, 줄기 굵기와 강도 등이 있으며 품질은 재배지역, 농가 기술수준, 재배환경 등에 따 라 달라진다(Ko et al. 2014; Salazar-Orozco et al. 2011). 특히 절화 생산성에 미치는 기상요인으로 기온, 지온, 상대습도, 일사량 등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기온과 일사량이 주된 환 경요인으로 구근의 생장과 발육과의 관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Ottman et al. 2012). 나리의 생육 적온은 주간 20 ~ 25℃, 야간 10 ~ 15℃으로 알려져 있어(Ko et al. 2012) 우리나라에서 여름철에 나리 절화를 생산할 경우 생육 적온 이상의 고온에 노출되며, 늦은 가을철인 11월에 수확하는 억제작형에서는 화뢰가 화뢰발달 최저온도인 5℃(Erwin and Heins 1990)까지 노출되므로 나라 절화를 연중 균일하게 생산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절화용 나리 주요 품종을 대상으로 구근 정식 시기에 따른 생장과 발육의 특성을 알아보고 개화 및 절화 품질 특성을 분석하여 우리나라에서의 연중재배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얻고자 실시하였다.
재료 및 방법
실험재료는 절화용 오리엔탈나리 ‘Siberia’(L. Oriental hybrids), 오리엔탈-트럼펫 나리 ‘Robina’ (L. Oriental-Trumpet hybrids), 나팔나리 ‘Bright Tower’(L. longiflorum hybrids) 구근을 이용하였다. 실험은 경기도 수원 소재 국립원예특작과 학원에서 실시하였다. 시험에 이용된 구근은 2014년 1월에 네덜란드로부터 수입되었으며, 품종별 구근의 둘레는 각 각 ‘Siberia’ 16.6 ± 1.5cm, ‘Robina’ 18.7 ± 2.0cm, ‘Bright Tower’ 15.2 ± 1.3cm이었다. 수입된 구근은 동결저장(피트모스 습윤충진, -2.0℃)하여 정식 3주 전에 꺼내어 원예용상토 (Biosangto 1-ho, Hungnong)로 채워진 구근용 상자(60cm × 40cm × 20cm)에 각 품종당 10주, 6상자를 정식한 후 다음 5℃에서 1주간 해동하고 11℃에서 2주간 싹틔우기를 실시한 후 가온 비닐하우스로 옮겨 정식하였다. 재배하우스의 가온은 11월 1일 이후 최저 10℃로 실시하였다. 구근이 심겨진 품종별 6상자는 2상자씩 난괴법 3반복으로 배치하였다. 정식 시기는 4월 29일, 6월 23일, 8월 26일이었으며 정식 후 7일 간격으로 초장과 엽수를 조사하였다. 조사는 각 상자당 2주씩 임의로 선정하여 실시하였다. 각 품종별 화뢰 출현시기와 절화 수확 시기를 기록하였다. 재배기간 동안 구근상자 윗면에서 1.5m 높이에 데이터 수집기(Hobo, H08, Onset Computer corporation, MA, USA)를 설치하여 기온을 측정하였으며, 정 식부터 화뢰 출현, 화뢰 출현부터 절화 수확시기까지의 일평균기온을 산출하였다.
절화 수확은 1번화의 봉우리가 착색되었을 때 실시하였고, 이 때 절화의 생체중, 줄기 직경, 엽장, 소화수, 화수장을 조사하다. 이후 절화수명 조사과정에서 개화시 화폭을 조사하였는데 1번화를 대상으로 개약시를 기준으로 측정하였다. 절화수명은 수확 후 증류수를 넣은 유리병에 꽂아 25 ± 2℃의 항온 조건에서 조사하였고, 이 때 절화수명 종료시점은 마지막 소화의 노화시기를 기준으로 하였다.
실험결과는 Sigma Plot 프로그램(ver. 11.0, SYSTAT, Chicago, IL, USA)과 SAS 통계프로그램(ver. 9.2, Cary, NC, USA)을 이용하여 통계처리하였으며, 처리간 차이는 Duncan 다중검정법(Duncan’s multiple range test, P≤0.05)을 이용하였으며 정식 시기와 품종 간의 상호작용 분석을 위해 분산분석(ANOVA)을 실시하였다.
결과 및 고찰
정식 시기에 따른 각 품종별 재배기간 동안의 일평균기온은 Table 1과 같았다. 정식부터 수확까지 재배기간별 일평균기온은 4월 29일 정식처리의 경우 약 23℃, 6월 23일 정식처리의 경우 약 26℃, 8월 26일 정식처리의 경우 약 19℃였다. 다양한 환경 요인 중 온도는 수확시기(Tsimba et al. 2013), 생육상 변화(Erwin and Heins 1990), 관개 시기(Moradi et al.2013), 절화 품질(Lee and Roh 2001) 등에 매우 밀접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리에서도 나팔나리(Erwin and Heins 1990)와 신나팔나리(Lucidos et al. 2013)의 경우 기온 이 화뢰 발달, 줄기생육, 화아분화 등과의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Fisher et al.(1996)은 기온 범위를 15℃에서 27℃까지 조절해 나팔나리에서의 화뢰의 길이생장에 대한 모델링을 실시하였는데 화뢰 발달 후 수확까지의 기간이 16일에서 26일까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실험이 실시된 정식기간 동안의 일평균기온은 17℃ ~ 26℃로 일평균기온은 절화 생산기간, 생육 특성 등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었다.
정식 시기에 따른 나리 초장 변화를 살펴보면 ‘Siberia’의 초장은 4월 29일 정식에서 88.8cm, 6월 23일 93.8cm, 8월 26일 88.0cm로 정식 시기에 따라 통계적 유의 차이는 없었으나 재배기간의 일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6월 23일 정식처리에서 신장속도가 다른 처리보다 가장 빨랐다(Fig. 1A). 나리에서 화아분화, 잎의 전개, 줄기의 길이생장은 일평균기온과 양의 선형함수 관계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Erwin and Heins 1990). ‘Siberia’의 수확기 엽수는 50장 내외로 정식 시기별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Fig. 2A). 이것은 잎의 원기는 일반적으로 화아분화 이전에 완성되기 때문(Zhang et al. 2013)인 것으로 판단된다. ‘Robina’의 경우 최종 절화 길이의 경우 4월 29일 122.0cm, 6월 23일 112.3cm, 8월 26일 104.0cm로 정식 시기가 늦어질수록 초장이 짧았다(Fig. 1B). 구근 정식이 늦어질수록 구근의 저장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Lee and Roh(2001)는 품종과 재배 시기의 환경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정식 시기가 늦어지면 저장이 길어지면서 절화 품질이 떨어진다고 보고하였다. 본 실험 결과 특히 ‘Robina’품종이 장기 저장 시 절화의 초장 감소가 유의적으로 나타나 절화 품질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Robina’의 엽수는 ‘Siberia’와 같이 정식 시기에 따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Fig. 2B). ‘Bright Tower’는 6월 23일 정식에서 초장 신장이 다른 정식 시기에 비해 약간 빠르게 나타났으며 절화 길이가 유의적으로 짧게 나타났다(Fig. 1C, 2C). 나팔나리는 평균기온이 높아지면 생육기간이 단축되고 초장이 짧아진 것으로 보고된 바 있는데(Fisher et al. 1996) 본 실험에서도 오리엔탈나리 ‘Siberia’나 오리엔탈-트럼펫 나리 ‘Robina’에 비해 나팔나리 ‘Bright Tower’에서 고온에 의해 길이 생장이 감소되었다.
정식 시기별 절화 특성을 살펴보면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생육 특성은 생체중과 화뢰 수, 줄기 직경, 화수장이었다(Table 2). 오리엔탈 나리 등 나리 구근은 네덜란드에서 일반적으로 11, 12월 중에 수확하여 장기 보관을 위해 -2℃에 저장된다. 절화용 나리의 경우 수확기 조절을 위해 정식 시기를 조절할 경우 긴 구근 저장 기간과 부적합한 생육온도가 문제가 된다(Inamoto et al. 2013; Lee and Roh 2001). 튤립에서도 구근 저장기간은 꽃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판단되어 왔다(Inamoto et al. 2000). 생체중의 변화를 살펴보면 3개 품종 모두에서 저장 기간이 긴 8월 26일 정식에서 현저히 감소하였으며, 화뢰 수도 함께 줄어드는 경향을 나타냈다(Table 2). 줄기 직경과 화수장의 경우 ‘Siberia’와 ‘Robina’의 경우 통계적 차이가 없었으나 ‘Bright Tower’은 유의적으로 감소하였다(Table 2). 장기저장에 따라 ‘Bright Tower’의 감소된 활력이 줄기 직경과 화수장의 길이에도 영향을 미친것으로 나 타났다. 잎의 길이 생장은 ‘Siberia’와 ‘Bright Tower’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잎의 길이가 긴 특성을 가진 ‘Robina’의 경우 일평균기온이 높은 6월 23일 정식에서 잎이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Table 2). 높은 온도와 DIF는 잎의 길이 생장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와 유사하였다(Erwin and Heins 1990; Lee and Roh 2001).
절화 수명과 화뢰 폭에 대한 결과는 앞서 생체중과 화뢰 수와는 다른 경향을 보였다(Table 3). 절화수명을 살펴보면 ‘Siberia’의 경우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으나 ‘Robina’와 ‘Bright Tower’의 경우 절화수명이 8월 26일 정식에서 유의하게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리의 절화수명은 유전적 특성, 수확 시 환경, 수확시 화뢰 상태, 수확 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Meulen-Muisers and Oeveren 1997). 나리 절화 생산시 고온은 고품질의 절화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피해야 하는 조건으로 알려져 왔다. 고온시 sucrose와 glucose, fructose 등이 잎과 화뢰에서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Roh 1990) Inamoto et al.(2013) 역시 고온에서 화뢰의 생체중이 감소한다고 하였다. 채소 중 화뢰를 이용하는 브로콜리의 경우도 화뢰 출현 이후 고온조건은 품질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Seong et al. 2014). 본 실험 결과 8월 26일 정식시 일평균기온이 가장 낮고 화뢰 발달 기간인 3단계의 일평균기온이 17℃ 내외(Table 1)로 낮아 절화 수명을 증가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화폭의 경우 나팔나리인 ‘Bright Tower’는 차이가 없었으나 대륜화인 ‘Robina’의 경우 온도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고온에서 재배되는 6월 23일 정식에서 화폭이 16.5cm로 8월 26일 정식 시 18.4cm에 비하여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식 시기, 온도, 화뢰 발달, 수확간의 상관관계는 Fig. 3과 같았다. 싹틔우기 이후 화뢰 출현까지의 2단계와 화뢰 출현에서 수확까지의 3단계가 주로 온실에서 재배되는 기간이다. 2단계와 3단계를 합친 전체 재배기간(Fig. 3A)과 3단계(Fig. 3B)를 살펴보면 일평균기온이 증가하면 수확까지 기간이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배기간이 긴 ‘Siberia’ 품종에서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났으며 ‘Roniba’와 ‘Bright Tower’의 경우도 기간이 단축되었다. Erwin and Heins(1990)은 나팔나리에서 3단계 생육시 21℃까지는 선형모델 적용이 가능하다고 하였 으나 본 실험 결과 정식 기간 동안 일평균기온이 26℃까지도 양의 선형 관계를 보였다. 그러나 2단계의 경우(Fig. 3C)는 특이점이 발견되었다. ‘Siberia’와 ‘Bright Tower’ 품종 재배시 일 평균기온 22℃ ~ 24℃ 범위 내에서 정식에서 화뢰출현일까지 날짜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생육상을 조절하는 결정적인 온도 범위인 것으로 판단된다.
정식 시기가 달라지면 나리는 생육온도와 저장기간이 달라지게 된다. ‘Siberia’의 경우 정식 시기에 따라 초장과 엽수는 차이가 없었으나 저장기간이 긴 8월 26일 정식에서 생체중과 화뢰 수가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Robina’의 경우 저장기간이 긴 8월 26일 정식에서 초장, 생체중, 화뢰 수가 모두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Bright Tower’는 일평균기온이 높은 6월 26일 정식에서 초장이 감소하였으며 저장기간이 긴 8월 26일 정식에서 생체중과 화뢰 수가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절화 수명과 화폭은 ‘Robina’와 ‘Bright Tower’에서 정식 시기에 따른 유의차가 발견되었으며 화뢰발달 기간의 기온이 낮을수록 증가하였다. 화뢰 발달 속도, 수확시기 등 생육상의 변화는 재배 온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판단되었으며 특히 일평균기온 22℃ ~ 24℃ 범위는 생육상을 조절하는 결정적인 온도 범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식 시기가 달라지는 것은 시기에 따라 온도 뿐 아니라 광주기, 해충, 병, 잡초 등 다양한 환경에 대한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Ottman et al. 2012). 다양한 환경조건을 검토하기 위해 노지 작물인 밀에서는 작형에 따른 온도 환경만 달라지도록 인공 열원을 이용하여 처리하였으며(Ottman et al. 2012) 나리의 경우 정식기간이 달라지면 구근의 저장기간이 달라지므로 온실 환경을 달리하는 실험을 미국에서 실시하였다(Lee and Roh 2001). 앞으로 기온과 DIF 조절, 광 조절, 구근 최적 저장 기술 등 적극적인 환경관리 기술을 통해 절화 나리의 생육과 절화 품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정밀한 실험이 필요한 것을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