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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욱과(Malvaceae)에 속하는 낙엽 활엽 관목인 무궁화 (Hibiscus syriacus L.)는 여름철 개화하는 수종 중 하나로, 꽃이 아름답고 개화기간이 길어 동아시아와 북아메리카 등 전 세계에 걸쳐 재배되고 있다(El Shazly et al. 2018;Lee et al. 2020).
우리나라는 1950년대에 무궁화 유전자원 수집과 연구를 시작하였으며, 본격적인 품종 육성이 시작된 1960년대 이후로 현재까지 200여 종의 품종이 개발되었다. 기존에 개발된 품종들은 자생 무궁화 중에서 형질이 우수하고 꽃 형태가 기존과 다른 특이한 개체를 선발하거나(Cho et al. 2006;Park et al. 2007), 인공교배를 통해 획득한 차대들 중에서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선발하여 품종화한 것들이 다수를 차지한다(Ha et al. 2015;Kwon et al. 2017).
최근에는 무궁화의 관상적 가치 증진을 위한 연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소재로의 활용과 기후변화에 대응한 내환경성 품종 육성을 위한 기초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에는 무궁화를 식·의약품의 원료로 활용하기 위한 기능성 연구 (Park et al. 2022;Yeon et al. 2019)와 스트레스 내성 품종 개발을 위한 내한성 검정(Shin and Kim 2024) 및 병해충 저항성(Kim et al. 2017;Park et al. 2005) 등이 포함된다. 또한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왜성을 보이거나 분화 재배가 용이한 품종 개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Ha et al. 2015;Shin et al. 2024).
이러한 요구에 맞춰 꽃이 크고 긴 개화기간을 가진 ‘근형 (Geunhyeong)’ 품종을 모수(母樹)로, 생장이 다소 느리며 가지 정단부에 꽃눈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특징을 지닌 ‘임진홍 (Imjinhong)’품종을 수분수(授粉樹)로 하여 화분에 심어 가꿀 수 있는 분화용 품종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2012년 8월,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 무궁화 품종보존원(경기 수원)에서 분화용으로 적합한 무궁화 품종개발을 위해 인공교배를 실시하였다. 교배 전일, 꽃잎의 겉장이 벌어지기 전에 선발한 수분수의 꽃봉오리에 봉투를 씌워 다른 화분이 이입되지 못하도록 하였다. 모수 역시 교배 전일 꽃잎 겉장이 벌어지지 않은 꽃봉오리를 선택하여 꽃잎과 수술대의 수술을 제거하여 자가수분을 미리 방지하였으며, 봉투를 씌워 암술머리에 다른 화분이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였다. 이를 통해 같은 해 11월 종자 36립을 얻었으며, 2013년 4월에 동일 지역 해당기관 구내 시험포지에 파종하여 양묘하였다.
2015년에 개화한 9개의 인공교배 차대묘를 대상으로 1,2차에 거친 선발을 실시하였다. 2차 선발된 1개체를 다시 삽목 증식하여 2019년까지 안정성 평가를 거쳐 최종선발하였다. 이후 선발개체와 주요 형질특성이 유사한 대조품종으로 ‘근형(Geunhyeong)’ 을 선정하여 형질특성의 차이를 검정하였다. 무궁화 품종육성 시 주요 개량대상 형질인 꽃모양, 꽃크기, 꽃잎색, 단심 존재여부와 크기, 잎특성, 수형 특성, 생장량 조사 등은 국립종자원에서 발간한 『작물별 특성조사요령』을 참고하여 실시하였다. 잎색 및 꽃잎색은 RHS color chart(RHS 2001)를 이용하여 조사하였다.
결과 및 고찰
육성경위
2012년 8월 분화재배가 용이한 무궁화 품종을 육성하기 위해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 무궁화 품종보존 원에서 무궁화 품종 ‘근형(Geunhyeong)’을 모수로 ‘임진홍 (Imjinhong)’을 수분수로 인공교배를 실시하였다. 모수로 선정된 ‘근형’은 꽃이 크고 개화기간이 길며 뚜렷한 단심과 긴 단심선이 갖는 특징이 있다. 수분수로 선정된 ‘임진홍’은 작은 단심과 짧은 단심선을 지니며 물결치는 꽃잎을 갖는다. 더하여 생장이 다소 느리고 가지 정단부에 꽃봉오리가 집중적으로 형성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선정된 모·부본 모두 자단심계 홑꽃이다. 인공교배를 통해 획득한 종자 36립은 이듬해에 파종하였다. 2015년 발아하지 않거나 고사하여 없어진 개체를 제외하고, 개화까지 이루어진 차대묘 9개체를 얻었다. 이후 차대 9개체를 대상으로 무궁화 품종육성 시 주요 개량대상 형질인 꽃·잎 및 수형 특성과 생장량 등을 조사하였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2015년에 9개체 중 2개체(GI01, GI02)를 1차 선발하였고, 이 것을 삽목증식하여 2016~2017년까지 2년간 재배하며 주요 형질특성을 조사하였다. 2017년에 조사결과를 종합하여 단심이 크고 뚜렷하며, 당년지 생장량이 적어 분화 재배로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1개체(GI02)를 2차 선발하였다. 2차 선발 개체를 다시 삽목 및 증식한 후 2018~2019년까지 선발 형질의 안정성 검정을 거쳐 2019년에 최종 선발하였으며 이를 ‘라온(Laon)’으로 명명하였다(Fig. 1, Table 1).
주요특성
신품종 ‘라온’은 크고 뚜렷한 붉은색 단심을 가지는 백단심계 홑꽃이다. 이를 바탕으로 꽃 모양이 유사하며, ‘라온’과 비슷하게 뚜렷한 단심과 단심선을 특징으로 하는 모수 ‘근형’을 대조품종으로 하였다. ‘라온’의 꽃잎색은 흰색(RHS color chart, WN155D)이며, 꽃잎색이 보라빛을 띠는 분홍색인 모수 ‘근형’ 과 차이를 보였다. 꽃직경은 약 84.2mm(±12.6, n=20)로 ‘근 형’의 107.0mm(±13.8, n=20)에 비해 약 22% 작아져, 무궁화 재배심사 기준표의 계급치에서 두 단계 차이를 나타내었다. 수분수인 ‘임진홍’의 꽃직경은 ‘근형’보다 작은 약 80mm(±12.1, n=20)로 ‘라온’은 모수보다는 수분수에 가까운 꽃직경을 보여 주었다. ‘라온’의 꽃은 활짝 피고 꽃잎 끝이 말리지 않으며 꽃잎이 다소 떨어져 있다. 꽃봉오리 색은 흰색에 가까운 연한 분홍색(RHS, RP69C)으로, 진한 분홍색의 꽃봉오리를 가진 ‘근형’과 차이를 보였다. 특히 단심이 매우 크고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주요색은 붉은 빛이 도는 진한 자주색(RHS, RP64B)이었다. 단심선의 길이는 22.9mm(±1.6, n=20)로 나타났으며, 대조품종 인 ‘근형’과 비교하였을 때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Fig. 1, Table 2).
‘라온’의 잎 전체모양은 마름모형에 가깝고 기부는 둥근 모양이었다. 이는 뾰족한 잎 기부를 특징으로 하는 ‘근형’과 대조된다. ‘라온’의 잎길이는 54.7mm(±5.5, n=20)로 64.3mm(±6.5, n=20)인 ‘근형’보다 짧게 나타났으며, 폭은 36.8mm(±5.0, n=20)로 ‘근형’31.4mm(±4.5, n=20)보다 넓었다. 잎 깊이와 폭의 비율은 1.49이다. 잎몸의 녹색 정도는 G137A(RHS)로 ‘근 형’의 G139A(RHS)보다 연하다. 잎몸 열편은 대조품종인 ‘근 형’과 달리 없거나 거의 갈라지지 않았으며, 잎의 선단부가 더 짧았다. ‘라온’의 수형은 다소 퍼지는 형으로 생장이 느린 편인데, ‘근형’의 3년생 삽목묘에서 당년지 길이생장이 평균 33.0cm였던 반면, ‘라온’은 13.8cm로 나타났다. ‘라온’의 개화 최성기는 7월 중순~8월 중순이며 개화기간은 68일 정도이다. ‘라온’은 ‘근형’에 비해 꽃 크기와 잎 크기가 작아지고 생장이 느려 화분 재배용으로 용이하다(Fig. 2, Table 3).
재배상의 유의점
무궁화는 품종의 고유 형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삽목과 접목 등의 영양번식을 통해 증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배 시 토양은 비옥하고 배수가 양호해야 하며, 중성 또는 약 알칼리성을 띄는 양토나 사질양토가 적합하다. 무궁화는 꽃을 많이 피우기 위해 광 요구도가 높으므로 햇빛이 잘 드는 곳이 재배에 적합하다. 병충해 및 기타 생리장해 저항정도는 타 품종과 유사하다.
유용성
출원품종 ‘라온’의 주요 특성이 당대에 충분히 균일하게 발현 하였으며, 이형주의 수가 작물별 균일성 판정 기준의 수치를 초과하지 않았다. 삽목증식을 하여 조사한 결과 대조품종과 확연히 구별되는 특성을 지속적으로 발현하였으며, 동시에 균일성을 유지하였다. 또한. 1년차와 2년차 시험의 균일성 판정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품종보호가 결정되었으며, 2020년 1월 3일 품종보호등록원부에 품종보호 제8378호로 등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