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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취(Ligularia taquetii (H.Lev. & Vaniot) Nakai)는 국화과(Asteraceae) 곰취속(Ligularia)에 속하는 식물이다. 6~7월 사이 줄기 끝에서 노란색 총상화서가 개화하며, 잎은 회청색을 띠어 관상 가치가 높다(KNA 2024). 갯취는 한반도 특산식물로 전남과 제주 등 남부 해안가에 분포한다(Chung et al. 2023). 제한된 분포 범위로 인해 서식지 파괴 시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으며(Oh et al. 2010), 한국 관속식물 적색목록에 취약종(VU, Vulnerable)으로 등재되어 있어 보존이 필요하다(KNA 2021).
종자 번식은 식물의 보존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Nadeem et al. 2000;Pence 2011), 유전 다양성을 보존하고 대량 증식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종자는 휴면을 가지고 있다. 휴면은 종자의 발아 시기를 조절하여 식물의 생존과 번식을 유지하는 전략으로(Finch-Savage and Leubner-Metzger 2006), 발아가 지연되거나 억제되는 것을 말한다. 종자의 휴면은 물리적 휴면(physical dormancy, PY), 생리적 휴면(physiological dormancy, PD), 형태적 휴면(morphological dormancy, MD), 형태생리적 휴면(morphophysiological dormancy, MD+PD; MPD), 조합 휴면(combinational dormancy, PY+PD; CD)으로 분류된다(Nikolaeva 1967;Baskin and Baskin 2014). 갯취를 포함한 Ligularia속 종자는 PD를 가진 것으로 보고되었다(Jeon et al. 2013;Liu et al. 2011). PD는 종자의 내·외부 요인으로 인해 발아가 30일 이상 지연되는 상태를 말하며, 저온 습윤, GA, 후숙 처리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타파될 수 있다. 후숙 처리는 종자를 건조한 상태로 일정 기간 저장하여 휴면을 타파하는 방법이다(Leubner-Metzger 2003). 국화과(Asteraceae) 종자는 후숙 처리를 통해 생리적 휴면이 타파되었으며, 발아율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Karlsson et al. 2008;Kim et al. 2010). 따라서, 본 연구는 갯취 종자의 휴면 유형을 분류하고, 후숙 처리 효과를 구명하여 보존을 위한 기초 자료로 제공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2022년 8월 26일 안동대학교 유전자원포지에서 채종한 종자(Fig. 2A-C)를 사용하여 수분흡수율을 측정하였다. 기내 실험에서 사용한 종자는 2000mg·L-1의 베노밀(Benomyl, Farm Hannong, Korea) 용액으로 24시간 소독하였다. 종자는 90×15mm Petri dish(10090, SPL, Korea)에 여과지(AD. 00021090, Duksan General Science, Korea) 2매를 깔고 증류수를 주입한 후 치상하였다. 4℃는 콜드랩챔버(HB-603CM, Hanbaek Scientific Technology, Korea)를 이용하였고, 15/6, 20/10, 25/15℃는 멀티룸챔버(HB-103-4, Hanbaek Scientific Technology, Korea)를 이용하였다. 챔버의 광주기는 12시간 광조건(14±5μmol・m-2・s-1)으로 설정되었다. 종자의 발아 실험은 다양한 온도, 저온 습윤, GA3 처리 조건에서 진행되었다. 온도 처리 실험은 종자를 4, 15/6, 20/10, 25/15℃ 에 각각 배양하였다. 저온 습윤 처리는 종자를 4℃에서 0, 4, 8, 12주간 저장한 후 25/15℃에서 배양하였다. GA3 처리는 종자를 0, 10, 100, 1000mg·L-1 농도에 24시간 동안 침지한 후 25/15℃에서 배양하였다. 후숙 처리(dry after-ripening) 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2023년 8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안동대학교 유전자원포지에서 종자를 채종하였다. 종자의 수량이 부족하여 일부 실험 처리가 생략되었다. 채종한 종자는 종이 위에 균일하게 펼쳐 실온(22±2℃)에서 6주간 후숙하였다. 후숙 처리를 하지 않은 종자는 실험에 바로 사용하였다. 후숙 또는 후숙 처리를 하지 않은 종자는 4℃에서 0, 8주간 저온 습윤 처리한 후 25/15℃에서 배양하였다. 또한, GA3 0, 100mg·L-1농도에서 24시간 동안 침지한 후 25/15℃에서 배양하였다.
모든 실험은 15립 3반복하여 완전임의배치법으로 수행하였다. 실험 결과는 SAS(SAS 9.4, SAS Institute Inc., USA)를 사용하여 분산분석 후 5% 유의수준에서 Duncan의 다중검정법(Duncan’s multiple range test)으로 분석되었으며, 그래프는 Sigmaplot(Grafiti LLC., Palo Alto, CA, USA)으로 작성되었다.
결과 및 고찰
종자의 종피나 과피의 불투수성으로 인해 종자 내부로 수분 흡수가 억제되는 것을 물리적 휴면(physical dormancy, PY) 이라고 한다(Baskin and Baskin 2014). 갯취 종자는 12시간 만에 78%의 수분을 흡수하여(Fig. 1A), PY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종자가 모체에서 탈리될 때, 배가 형태적으로 완전히 발달한 상태였으며, 발아하는 동안 배의 신장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2C). 따라서, 형태적 휴면(morphological dormancy, MD)과 형태생리적 휴면(morphophysiological dormancy, MD+PD; MPD)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갯취 종자의 온도 처리 실험 결과, 4℃에서 12주간 배양하였을 때 42% 발아하였으나, 20/10℃와 25/15℃에서는 전혀 발아하지 않았다(Fig. 1B). 종자는 배양 30일 이후부터 발아하였으며, 4℃를 제외한 다른 온도 처리 조건에서는 저조한 발아율을 보였다. 따라서, 갯취 종자를 생리적 휴면(physiological dormancy, PD)으로 분류하였다. 종자의 PD를 타파하기 위해서 저온 습윤 처리 실험을 진행한 결과, 4℃에서 8주 동안 저장한 후 25/15℃에 배양한 처리구만 13% 발아하였다(Fig. 1C). GA3 처리에서는 어떠한 농도에 서도 종자가 발아하지 않았다(data not shown).
후숙 처리 실험 결과, 후숙 처리를 하지 않은 종자와 후숙 처리만 한 종자의 발아율은 20% 미만으로 나타났다(Fig. 1D-E). 하지만, 후숙 처리 후 8주 동안 저온 습윤 처리를 하였을 때 발아율은 70%로 증가하였고(Fig. 1D), GA3 100mg·L-1 농도로 처리하였을 때는 49% 발아하였다(Fig. 1E). 후숙 처리 후 저온 습윤 또는 GA3 처리를 병행하였을 때 PD가 타파되고 발아가 촉진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선행연구에서도 Primula beesiana 종자를 후숙 후 GA3 또는 KNO3를 처리하였을 때 휴면이 타파되고 발아가 촉진되었으며(Yang et al 2020), Leontice incerta 종 자도 후숙 처리 후 GA3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여 발아율이 높아 졌다고 보고되었다(Jannathan et al 2020).
후숙 처리는 종자의 호르몬 균형에 영향을 미쳐, 휴면을 타파하고 발아를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Liu et al. 2013). 후숙 과정에서 ABA의 분해 효소인 ABA 8′-hydroxylase가 활성화되어 ABA가 감소하고, GA가 증가한다(Du et al. 2015;Jacobsen et al. 2002). 이러한 호르몬 변화는 종자가 발아할 수 있는 상태로 전환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Holdsworth et al. 2008;Leubner-Metzger 2003). 따라서, 갯취 종자 내에서 ABA와 GA 균형을 조절할 수 있는 최적의 후숙 기간과 온도 조건을 구명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